AI 신약 개발에 대한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AI 기술을 활용하면 신약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관련 비용도 절감해 투자 대비 효율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AI를 통해 평균 10~15년 걸리던 전통적인 신약 개발 기간을 절반 이상 감축하고 신약 후보물질 탐색, 단백질 구조 및 부작용 예측 등의 과정을 획기적으로 효율화해 신약 개발 연구를 가속화한다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1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한국 바이오 기업들의 경쟁력 있는 원천기술들도 AI 신약 개발의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특히 글로벌 빅파마가 국내 업체들과의 AI 신약 개발 협업을 겨냥한 한국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인 일라이 일리는 최근 투자를 통해 한국에 공유 혁신 플랫폼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같은 일라이 일리의 계획이 실현되면 한국은 중국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이자 전세계 일곱 번째의 연구 거점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싱가포르와 일본을 제치고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을 최우선 파트너로 선택한 것은 한국이 보유한 임상 파이프라인의 질적 성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현재 국내 임상 파이프라인 순위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이번 투자의 핵심은 릴리가 보유한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의 한국 이식이다. '게이트웨이 랩스'는 유망 바이오 기업에 단순 실험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릴리의 R&D 전문성을 공유하고 전 임상부터 임상 통합 단계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종합 인큐베이팅' 과정이다.
한국에 조성될 플랫폼 역시 이같은 체계적 기술 지원 모델을 토대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파이프라인으로 성장하는 핵심 기지가 될 전망이다.
특히 알테오젠(하이브로자임), 리가켐 바이오사이언스(컨주올), 에이비엘바이오(그랩바디-B) 등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표준으로 인정받은 원천 기술들이 빅파마들이 한국을 아시아 핵심 거점으로 낙점하는 결정적 유인책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릴리는 특정 분야를 국한하지 않고 핵심 R&D 영역 전반에서 국내 기업들과 공격적으로 협업할 전망인 가운데, 특히 주목되는 점은 릴리의 AI 신약 개발 전략이라는 평가가 많다.
릴리는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공동으로 AI 혁신 랩을 구축하고 자체 머신러닝 플랫폼인 '릴리 튠랩'(Lilly TuneLab)을 운영하는 등 AI를 활용한 신속한 후보물질 발굴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릴리가 축적한 방대한 임상 데이터를 AI 모델로 고도화하고 있는 만큼, 기술력을 갖춘 국내 AI 신약 개발 기업들이 '게이트웨이 랩스'에 입주해 릴리의 인프라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기업들이 해당 플랫폼과 결합한다면 신약 후보물질 탐색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신약 개발 기간과 성공률 대폭 개선"
전문가들은 AI 신약 개발의 가장 큰 장점으로 연구 기간의 단축을 꼽는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김도현 책임은 최근 '과학기술&ICT 정책·기술 동향'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전통적인 신약 개발 방식은 발굴 단계에서 시장 출시까지 평균 약 1~2조원이 소요되고 개발 기간은 평균 10~15년, 성공률은 10%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같은 고비용·저효율 구조 속에서 AI를 활용해 방대한 양의 논문과 실험 데이터를 분석하면 신약 개발의 속도와 정확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책임은 "신약 개발 기간도 전통적 신약 개발보다 빠른 평균 7년 내외를 목표로 할 수 있고 성공률도 대폭 개선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와 존 점퍼가 '알파폴드' 개발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것이 AI 신약 개발을 둘러싼 인류 과학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으로 평가했다.
인류가 수억년간 진화하며 쌓아온 단백질 구조의 비밀을 AI가 단 몇 년 만에 해독한 점에서 신약 개발의 주도권이 물리적인 실험실에서 방대한 데이터와 연산력 기반의 컴퓨터로 완전히 넘어온 특이점을 가진 사건으로 분석됐다.
신약 개발의 최대 난관이라고 할 수 있는 '독성'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기존 방식에서는 동물 실험 단계에 가서야 뒤늦게 독성을 발견하거나, 사람에게 투여된 후에야 부작용을 발견한 경우가 있었다.
김 책임은 약물의 흡수, 분포, 대사, 배설과 독성 데이터를 학습한 AI 모델이 실제 동물 실험 전에 간 독성, 심장 독성 등 치명적인 부작용을 미리 감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AI 신약 개발, 의료 민주화 기폭제"
그는 AI 신약 개발에 대한 장밋빛 전망도 제시했다.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은 사회적 의료 비용은 낮추고 인류의 건강 수명은 획기적으로 늘리는 '의료 민주화'의 기폭제가 되리란 전망이다.
또한 미래에는 AI 신약 개발을 통해 초개인화 정밀 의료(Hyper-Personalized Medicine)로 진화할 것이며 치료 불가능한 영역의 정복과 희귀질환 치료의 대중화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그는 "인공지능 모델이 학습하는 데이터는 환자의 전자의무기록이나 유전체 데이터 등 개인정보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의료 데이터 비식별화와 가명 처리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AI 신약 개발은 어느 한 기업의 독자적인 힘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는 만큼 제약사의 임상 노하우, IT 기업의 AI 및 컴퓨팅 파워, 병원 및 연구소의 방대한 기초데이터 간 유기적 결합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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