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른바 ‘벚꽃 추경’으로 불리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사실상 공식화하면서 재정 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도체 경기 회복으로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유가와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선제적 대응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정부와 관계기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유가 안정을 위한 정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조기 추경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유류세 인하와 관련해 “세금을 낮추는 대신 그 재원을 활용해 서민과 취약계층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며 “여러 정책을 조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기존 예산을 최대한 활용하되 필요하다면 추경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반도체 업황 개선과 주식시장 활성화로 세수 증가가 예상된다며 “적정 규모라면 국채 발행 없이도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올해 초부터 추경 편성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반도체 산업이 호황 국면에 접어들면서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약 42조900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삼성전자 역시 약 45조200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실적이 크게 늘었다. 이 같은 실적은 올해 법인세 수입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증시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증권거래세 수입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재정 여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올해 법인세 수입만 10조 원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당초 추경은 청년 고용난 해소와 소상공인 지원, 문화예술 분야 지원 등 양극화 완화를 중심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정책 대응의 방향에도 변화가 생겼다.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달 말 배럴당 70달러대에서 이달 초 100달러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국내 휘발유 가격 역시 리터당 1900원대까지 상승하며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이 수개월의 시차를 두고 농축수산물 가격과 공산품, 교통비, 냉난방비 등 전반적인 생활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비 상승과 소비 위축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제기된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정부는 추경 편성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장에서는 상반기 중 약 15조 원 규모의 추경이 편성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추경이 현실화될 경우 취약계층을 위한 에너지 바우처 확대, 농축수산물 및 가공식품 할인 지원, 중동 사태로 피해를 입은 기업 지원, 소상공인 지원 정책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에너지 전환 정책과 연계해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도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원은 국채 발행보다는 올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초과 세수를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지난해 이미 두 차례의 추경으로 국채 발행 규모가 크게 늘어난 만큼 추가적인 채권 발행은 재정 부담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한다.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심화될 경우 정책 대응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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