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특별한 부류가 아니었다" 나치 전범 22인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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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특별한 부류가 아니었다" 나치 전범 22인의 초상

연합뉴스 2026-03-11 09:15:3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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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신과 의사가 발견한 악의 실체…신간 '뉘른베르크, 나치와 정신과 의사'

독일 뉘른베르크에 있는 '뉘른베르크 전범재판 기념관'에서 방문객들이 한 전시를 보고 있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독일 뉘른베르크에 있는 '뉘른베르크 전범재판 기념관'에서 방문객들이 한 전시를 보고 있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지도자들은 특별한 부류가 아니었다. (중략) 그들과 같은 사람들은 미국에서도, 다른 어디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45년 연합군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독일을 점령하고 전범들을 처벌하기 위해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을 준비하던 당시 나치 최고위 22명을 직접 대면하고 정신감정을 실시했던 미국 정신과 의사 더글러스 맥글래션 켈리가 내린 결론이다.

미국 저널리스트 잭 엘하이가 쓴 신간 '뉘른베르크, 나치와 정신과 의사'(히포크라테스)는 전범들이 재판을 치를 수 있도록 그들의 정신상태를 유지하고 정신적 적격성을 평가하고자 룩셈부르크의 몽도르프레뱅 수용소와 독일 뉘른베르크 교도소에 파견됐던 군의관 켈리의 기록을 담고 있다.

켈리는 공식 업무 범위를 넘어 나치 지도자였던 수감자들에게서 공통된 결함, 즉 악행을 서슴지 않는 성향의 흔적을 찾아내고 싶어 했다. 그들의 범죄를 설명해줄 '나치 성격'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답을 밝혀내려 한 것이다.

그는 수개월간 최고위 나치들과 시간을 보내며 그들의 말을 듣고 생각을 기록했다. 피검자의 감정과 태도, 성격을 살펴보는 로르샤흐 잉크반점 검사도 실시했다.

그러나 켈리는 최고위 나치 수감자들에게서 '광인'으로 낙인찍을만한 정신질환이나 공통된 일탈적 성격 특성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들은 모두 선과 악을 구별할 수 있었고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켈리는 이들에게 통제되지 않은 야심이나 빈약한 윤리 의식 등 몇 가지 공통된 성향이 있긴 하지만 이 역시 여전히 정상 범주에 속한다고 봤다.

나치 독일의 이인자였던 헤르만 괴링은 특히 난제였다.

켈리는 그를 매력과 카리스마가 있으며 지능이 뛰어나고 예의 바르고 교양까지 갖춘 인물로 봤다. 괴링은 동물에게 연민을 보였고 가족에게 헌신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동족인 인간 다수에게는 잔혹했고 자신의 앞길을 막는다는 이유로 옛 친구를 비롯해 적들을 숙청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높은 자기중심성과 이기심을 지닌 인물이었다.

켈리는 그러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자기애에 이끌리는 괴링 같은 사람들이 현실에 셀 수 없이 많다고 믿었다.

"그들은 기업가나 정치인으로, 때로는 범죄 조직과 결탁한 사기꾼으로 커다란 책상 뒤에 앉아 중대한 일들을 결정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켈리는 결국 최고위 나치들이 끔찍한 행위를 자행하고 묵인하도록 이끈 자질은 세계 곳곳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 안에도 존재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다만 저자는 켈리가 괴링이나 다른 나치 수감자들을 두고 '사이코패스'라는 용어를 쓴 적은 없지만, 그가 남긴 대화 기록을 보면 괴링의 경우 잔혹한 충동과 공감 능력의 결핍과 같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적 행동이 드러난다고 지적한다.

미국 영화 '뉘른베르크'의 원작 논픽션이기도 한 이 책은 나치의 정신을 파헤치려 했던 켈리의 경험과 이후의 삶, 전범들의 면면을 사실적이고 입체적으로 그려 한편의 소설처럼 읽힌다.

채재용 옮김. 336쪽.

[히포크라테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히포크라테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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