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닻 올린 '노란봉투법', 한국 제조업 흔드나…산업계 '교섭 폭탄'에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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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닻 올린 '노란봉투법', 한국 제조업 흔드나…산업계 '교섭 폭탄'에 비상

비즈니스플러스 2026-03-11 08:26: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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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인 지난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집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 등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인 지난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집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 등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첫날,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주요 제조업체들의 정문 앞에는 하청 노조원들의 '교섭 요구서'가 쏟아졌다. 

수십 년간 이어온 원·하청 협력 구조가 법적 정의의 변화 하나로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산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당혹감 속에서도 향후 들이닥칠 '교섭 폭탄'과 '파업 리스크'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노동계가 '진짜 사장과의 대화'를 선언하며 전방위 압박에 나선 가운데, 전문가들은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지탱해 온 분업 구조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 울산과 거제, 인천 등 전국 주요 산업단지는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잇따랐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하청 지회들은 일제히 원청 업체에 단체교섭 요구서를 전달하며 기선 제압에 나섰다.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조선업계다. HD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는 이날 원청에 임금 30% 인상과 정규직과 동일한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며 교섭을 촉구했다. 한화오션 하청 노조 역시 올해만 다섯 번째 교섭 요구서를 전달하며 배수의 진을 쳤다. 자동차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와 한국GM 부평비정규직지회 등은 정규직 전환과 고용 안정을 의제로 원청을 직접 압박하고 나섰다.

노동계의 요구는 명확하다.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관리하고 있으니, 법에 따라 원청이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으라는 것이다. 노동계는 이번 법 시행을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의 신호탄'으로 규정하고, 그동안 하청 업체 뒤에 숨어있던 원청의 책임을 강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경영계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개정법령상의 '사용자' 정의다.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규정한 대목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하청 노조들은 안전 지시나 업무 스케줄 관리 등을 근거로 원청의 사용자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원청 기업들은 "안전 관리와 공정 협의는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한 최소한의 소통일 뿐, 이를 사용자성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헌법상 경영권 침해"라고 맞서고 있다.

문제는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개별 사안마다 노동위원회나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한 석유화학업체 관계자는 "업종마다 하청의 업무 몰입도가 다르고 계약 형태가 천차만별인데, 법이 이를 칼로 자르듯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수년간은 모든 현장이 교섭 여부를 놓고 법정 싸움을 벌이는 '소송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주요 대기업들은 법무법인을 통해 '사용자성' 방어 논리 개발에 착수했다.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을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압박과, 교섭에 나섰을 때 하청 업체의 경영 독립성을 침해하게 되는 모순 사이에서 원청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노란봉투법 시행이 가져올 파급 효과가 단순히 노사 관계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가장 큰 위협은 '산업 생태계의 파편화'다.

한국 제조업은 효율적인 원·하청 분업 구조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그러나 원청이 하청 노조와 직접 협상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원청은 법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하청 계약을 해지하거나 공정을 자동화·내재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국 하청 업체의 폐업과 하청 노동자의 대량 해고로 이어지는 역설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의 경직된 노동시장과 불투명한 법적 리스크를 보고 투자를 철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국내 기업들 역시 리쇼어링(해외 공장의 국내 복귀) 대신 해외 생산 비중을 높이는 '탈(脫)한국'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의 노사 관계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기존의 '춘투'가 정규직 노조 중심의 연례행사였다면, 이제는 1년 내내 수백 개의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개별 교섭과 쟁의를 벌이는 '다발적 분쟁'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시행령과 해석 지침을 통해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불붙은 노동계의 요구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일 것 같다"며 "특히 올해 하반기 임단협 시즌과 맞물려 하청 노조들이 연대 파업에 나설 경우, 국가 기간산업의 공급망이 일시에 마비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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