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 채 있는데도”…은퇴 앞둔 50·60대, 건보료 공포에 ‘기형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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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한 채 있는데도”…은퇴 앞둔 50·60대, 건보료 공포에 ‘기형적 선택’

뉴스로드 2026-03-11 07:41: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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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연합뉴스
국민건강보험/연합뉴스

[뉴스로드] 은퇴를 앞두거나 막 은퇴한 55∼64세 장년층 사이에서 건강보험료가 ‘공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직장에 다닐 때는 회사와 나눠 내던 보험료가 퇴직과 동시에 전액 본인 부담으로 바뀌는 데다, 소득이 끊겨도 집 등 보유 재산을 기준으로 보험료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제도 설계의 허점 속에서 자산가들은 제도적 장치를 활용해 부담을 줄이는 반면, 소득이 적은 은퇴자는 역진적인 부담을 떠안는 모순이 드러났다.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진숙 의원실이 공개한 ‘지역가입자 재산보험료 부과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2월 기준 만 55∼64세 직장가입자 약 358만명을 1년간 추적한 결과, 이들 중 상당수가 퇴직과 재취업 등을 거치며 건강보험 자격 변동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건강안전복지연합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의뢰로 수행한 학술연구용역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55∼59세의 25.28%, 60∼64세의 32.18%가 1년 안에 자격이 변동됐다. 국민 10명 중 3명꼴로 이 시기에 고용 상태가 바뀌면서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도 함께 달라진다는 의미다. 이 가운데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된 비율은 55∼59세 7.71%, 60∼64세 9.62%로 집계됐다.

눈에 띄는 대목은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활용되는 ‘임의계속가입’ 제도다. 임의계속가입은 퇴직 후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때 부과될 보험료가 직장 시절 내던 보험료보다 높을 경우, 최대 3년간 직장가입자 수준의 보험료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겉으로는 퇴직자의 급격한 부담 증가를 막기 위한 안전판이지만, 실제로는 고액 자산가의 보험료 회피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석 결과 60∼64세 퇴직자 가운데 1.1%가 임의계속가입을 선택했다. 이들의 평균 재산과표는 약 3억4천만∼3억7천만원으로, 일반 지역가입자로 전환된 이들의 평균 재산과표(1억2천만원)의 약 3배 수준이다. 소득 역시 임의계속가입자가 지역 전환자보다 1.5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재산이 많은 은퇴자는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경우 부과될 과도한 재산 보험료를 피하기 위해, 은퇴 후 소득이 크게 줄었음에도 현직 시절의 높은 보수를 기준으로 산정된 보험료를 택하는 기형적 선택을 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임의계속가입자의 은퇴 후 실제 월소득은 129만∼203만원 수준으로 떨어지지만, 이들은 재산에 매겨질 건보료를 두려워해 매달 약 12만7천원의 비교적 높은 보험료를 자발적으로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임의계속가입을 선택하지 못하거나 대상이 되지 않는 일반 지역가입자들의 처지는 훨씬 열악하다. 이들의 평균 월소득은 89만∼125만원 수준으로,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평균 1억2천만원가량의 재산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매달 약 10만원의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다. 이는 본인 소득의 8∼11%에 해당하는 비율로, 소득이 적을수록 재산 기준 부과로 인한 경제적 압박이 더 커지는 역진적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 결과는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의 불합리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소득이 거의 없는 은퇴자에게 ‘집 한 채 있다’는 이유만으로 현직 시절과 비슷한 수준의 높은 보험료를 강요하는 구조가, 결국 은퇴 빈곤층의 어깨에 더 큰 짐을 지우고 있다는 것이다. 재산 중심의 부과 체계가 은퇴자들의 노후를 위협하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는 만큼, 소득을 중심에 둔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로의 근본적인 개편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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