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전 세계 항공사들이 일제히 항공권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항공사 운영비의 최대 30%를 차지하는 항공유 가격이 4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폭등하자, 비용 부담을 승객에게 전가하는 흐름이 본격화한 것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스칸디나비아항공(SAS)은 10일(현지시간) “최근 유럽 항공유 가격이 글로벌 공급 차질로 인해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며 “일시적으로 항공권 가격을 조정한다”고 밝혔다. 스톡홀름에 본사를 둔 SAS는 덴마크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북유럽 대표 항공사다.
호주의 콴타스항공과 뉴질랜드항공도 같은 날 연료비 급등을 이유로 항공권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홍콩항공은 오는 12일부터 유류할증료를 최대 35.2%까지 올려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순 운임뿐 아니라 할증료까지 동반 인상되면서, 소비자 체감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항공유는 통상 항공사 전체 운영비의 20~30%를 차지한다. 정제·보관·운송 과정에서 국제유가에 프리미엄이 붙기 때문에, 원유 가격보다 더 가파르게 오르는 경우가 많다. 영국 원자재 정보업체 아거스에 따르면 브렌트유 대비 북서유럽 항공유 프리미엄은 배럴당 97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단순한 유가 상승을 넘어 항공유 자체의 ‘폭등’이 항공사 재무구조를 직접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유가 변동에 대비해 헤지(위험분산) 전략을 쓰지 않은 동남아시아 저비용항공사(LCC)들은 특히 취약한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들 일부가 항공유 가격을 감당하지 못할 경우 운항 중단 시나리오까지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도이체방크의 항공·운송 담당 애널리스트 미하엘 리넨베르크는 “전쟁 때문에 전 세계에서 수천 편의 운항이 중단될 수 있고, 가장 취약한 항공사들은 운영을 아예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일부 항공사는 이미 요금 인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8일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중동 항로와 주요 공항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유럽-동남아시아 등 일부 장거리 노선의 항공권 가격은 많게는 두 배 이상 뛰었다. 항공기들은 폐쇄된 공역을 우회하느라 운항 거리가 길어지고, 이에 따라 연료 소모와 운항 시간, 승무원 인건비 등이 줄줄이 늘어나고 있다.
카르스텐 슈포어 루프트한자 최고경영자(CEO)는 “운항이 줄고 폐쇄된 공역을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승객들은 더 비싼 항공권 가격에 대비해야 한다”며 “기본적으로는 중요한 항공 노선을 이란 국경 근처에 연결하는 게 커다란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중동 정세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한, 항공사와 승객 모두에게 ‘고유가·고운임’ 국면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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