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은 관공서 전면 재택…공무원 출장·회의도 자제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석유 공급 차질과 유가 급등에 타격을 받은 태국·베트남·필리핀 등 동남아 각국 정부가 석유 소비를 줄이기 위해 고강도 대책 시행에 나섰다.
10일(현지시간) 태국 내각은 대부분의 정부 기관에 대해 전면 재택근무를 즉시 시행하도록 지시했다. 이 조치는 대민 공공 서비스와 직접 관련되지 않은 모든 정부 공무원에게 적용된다.
태국 정부는 아울러 공무원에게 필수적인 국제회의 참석을 제외한 불필요한 해외 출장을 당분간 자제하도록 하고 관공서의 에어컨 온도를 26도로 설정하도록 주문했다.
태국 정부 국가경제사회개발위원회(NESDC)는 성명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이런 조치를 내놨다면서 "정부는 모든 부문이 자원을 현명히 효율적으로 사용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민간 부문에 대해서는 에너지 절약에 자발적인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에너지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는 등 상황이 악화하면 오후 10시 이후 간판 조명 소등이나 주유소 영업시간 제한 같은 의무 조치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태국은 중동 지역에서 수입되는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며 지난 5일 기준 약 두달 분의 석유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도 전날부터 경찰·소방서와 최일선 대민 서비스 종사자를 제외한 모든 정부 기관에서 주4일 근무제를 시작했다. 모든 관공서에 연료·전력 소비량을 10∼20% 줄이도록 하고 연수 출장이나 온라인으로 대체 가능한 오프라인 회의도 금지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 6일 성명에서 "중동의 혼란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우리는 우리가 선택하지도 원하지도 않았던 전쟁의 피해자"라면서 이 같은 조치를 발표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주4일 근무제가 일시적인 조치라고 말했지만, 언제 끝낼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필리핀은 필요한 원유 대부분을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여전히 석유 화력발전소에 의존해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도 이날 민간 기업 대상으로 가능한 한 재택근무를 시행하도록 권고했다.
또 시민들에게 개인 차량 사용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카풀을 이용하며 연료 사재기나 투기 행위를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베트남 산업무역부는 성명에서 베트남이 중동산 에너지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연료 공급 차질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국가 중 하나라고 밝혔다.
베트남국영석유그룹(페트롤리멕스)에 따르면 이란 공습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이후 베트남에서 휘발유 가격은 32%, 경유는 56%, 등유는 80% 각각 치솟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날 하노이 등지의 여러 주유소에서는 기름을 구하기 위해 차와 오토바이가 긴 줄을 선 모습이 목격됐다. 관영 매체들은 소규모 주유소 수십 곳이 석유 공급 부족으로 일시적으로 문을 닫거나 영업시간을 줄였다고 전했다.
전날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는 쿠웨이트·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 총리와 각각 통화하고 원유·연료 공급 확보 방안을 협의하기도 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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