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법률) 시행 첫날을 맞아 거리에 모인 전국의 노동자들이 "진짜사장, 원청사용자들은 교섭에 적극적으로 임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원청 교섭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투쟁으로 맞받아치겠다며 오는 7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선포대회를 열고 "오늘 시행되는 노조법은 완성이 아닌 출발"이라며 원청교섭을 위한 투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현장에서 안전조치를 하는 일도, 불안한 매뉴얼 하나 바꾸는 일도 모두 권한이 없다며 방임하는 하청사장 앞에 우리는 한숨만 쉴 수밖에 없었다"며 "부당한 현실을 바꾸고자 우리는 20여년 동안 '진짜 사장 나와라' 요구했고 그 결과 오늘 개정된 노조법이 시행된다"고 했다.
또한 "민주노총은 연초부터 원청사용자들에게, 정부와 부처, 공공기관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단 한 곳도 응하지 않았다. 이는 법이 바뀌었어도 여전히 책임질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뜻"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오늘 또다시 원청사용자를 향한 선전포고를 한다. 그들이 우리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크게 더 강하게 단결하고 투쟁으로 맞받아쳐 나가야 한다"고 했다.
양 위원장은 원청교섭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대통령이 노동 운동을 하라고 권유하고, 부총리가 모범 사용자가 되겠다고 이야기했다"라며 "그 말이 진정성 있기 위해서는 이재명 대통령 스스로가 진짜 사용자로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교섭 자리에 앉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래야만 정부가 진짜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다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민간 사용자들이 교섭 자리에 나와 앉을 수 있을 것이고, 그래야만 우리 사회는 진정으로 노동이 존중받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제값 받고 가치를 인정받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며 "민주노총은 그런 투쟁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노란봉투법 시행에도 원청이 교섭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주요 이유로 제도적 허점을 꼽았다. 지난달 고용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가 발표한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에 따르면, 하청노조는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때 하청노조끼리 교섭 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 이를 두고 노동계는 원청 또는 하청사업자 쪽에서 '어용노조'를 만들어 교섭권을 망가뜨리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박상만 민주노총 금속노조 위원장은 "대기업은 수백 개의 하청노조와 어떻게 일일이 교섭하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하청기업은 원청이 만들었으니 각 기업 노조와 교섭하는 게 맞지 않느냐"라며 "이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원청사용자가 교섭에 나오게 만들고, 교섭에 응하지 않는 사용자는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이미 금속노조 한화오션지회, 거통고 조선하청지회 등 노동자들은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열여섯개 기업에 일만여명도 원청교섭을 요구하며 투쟁을 시작했다"라며 "오랜 질곡의 세월, 중간 착취 구조를 끝장내는 싸움에 금속노조가 앞장서겠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모든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쟁취하는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며 오는 7월 전국 단위 총파업을 예고했다.
김광창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2020년부터 까지 쿠팡 택배노동자 30여명이 과로사로 사망했지만 쿠팡은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백화점과 면세점 하청노동자들은 매출 숫자에 밀려 소모품 취급을 받아 왔고, 공공기관 콜센터 노동자들은 매일같이 해고 위협에 시달린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원청교섭 요구는 한국 사회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과 억압의 고리를 끊는 투쟁"이라며 "서비스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장의 소모품이 아니라 존중받아 마땅한 노동자들이다. 그럼에도 원청이 교섭을 거부한다면 우리는 현장을 멈춰 우리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900여개 사업장에서 14만명 규모의 조합원이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중 앞서 공문을 발송한 하청 노조들은 이날 재차 공문을 발송했고, 일부는 교섭단위 분리도 신청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이날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포스코 하청사 노조 34곳 대리), 전국택배산업노동조합이 각각 포스코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에 단체교섭 요구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교섭 요구를 받은 포스코와 쿠팡CLS는 각 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고 다른 하청 노조들이 원한다면 이달 17일까지 교섭을 요구하라고 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사업장 단위별로 원청 교섭을 준비하는 곳들이 더 있는 것으로 안다"며 "현장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분석해 원청 교섭을 준비하는 소속 하청 노조들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 창립 80주년 축사를 보내 노란봉투법의 의미를 기렸다. 이 대통령은 "하청노동자가 원청과 직접 교섭하며 대립과 갈등 대신 대화와 타협으로 공통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라며 "노동이 존중받고 노동자가 대접받는 대한민국을 위해 앞으로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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