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자택을 매물로 내놨다. 그러자 이 대통령이 “주택 6채를 보유했다”고 직접 비판했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외통수에 몰렸다. 장 대표는 내우외환에 직면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경기도 성남 분당 소재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다. 지난달 16일 X(엑스)를 통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주택 6채를 보유했다”는 기사를 첨부하면서 장 대표를 비판한 이후 11일 만이다.
1채만 매물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같은 날 “이 대통령이 부인 김혜경 여사와 공동 명의로 보유한 아파트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놨다”고 밝혔다. 이어 “부동산시장 정상화 의지를 국민께 몸소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집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오는 5월9일)는 지난 2월 이미 정해졌다”며 “재연장하리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장 대표 압박은 다주택자들을 향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전에 실거주 주택 외엔 매각하라”는 압박까지 겸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자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94세 노모를 언급하면서 이 대통령을 비판했다. 다음 날엔 “이 대통령은 퇴임 후 시세차익 50억원이 예상되는 ‘분당 재건축 로또’를 갖고 계시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자택을 매각할 의지를 밝힌 후 “장 대표가 외통수에 몰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의 자택 매각 조치는 전형적인 육참골단으로 해석된다.
장 대표 소유의 주택 6채는 ▲서울 구로구 소재 아파트 ▲충남 보령 소재 아파트 ▲충남 보령 소재 농가 주택 ▲경남 진주 소재 아파트의 아내 명의 지분 1/5 ▲경기 안양 소재 아파트의 아내 명의 지분 1/10 ▲서울 여의도 소재 오피스텔 등이다.
장 대표는 “실거주용이거나 다른 목적이 있어 투기가 아니”라며 “가격은 합쳐서 약 8억5000만원 정도”라고 반박해 왔다. 이어 서울 여의도 소재 오피스텔만을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5채를 모두 내놓기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중 장 대표의 아내가 경남 진주·경기 안양 소재 아파트의 지분을 각각 보유한 원인은 상속으로 알려졌다.
민법에 따르면, 공유자는 그 지분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지분만 매수하려는 제3자를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실적으로는 지분을 공유하는 다른 상속인을 상대로 증여·매매 등 조치해야 한다.
상속·공유…나머지 5채 못 내놓는 이유?
되돌아온 “대통령 집 팔면 나도 판다”
장 대표 부부로서는 가족 간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 대통령은 사실상 장 대표 아내의 상속 부동산 지분까지 언급해 공론장에 올려놨다. 따라서 내밀한 과정이 세상으로 나올 위험도 발생했다.
장 대표가 지역구 충남 보령에서 아파트와 농가 주택을 각각 보유한 이유도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건강이 안 좋은 것으로 알려진 장 대표의 노모는 현재도 이 농가 주택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이 주택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장 대표가 충남 보령에서 아파트를 따로 보유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주소지 등록·지역구 관리 때문에 충남 보령 소재 아파트를 보유한 것이라면, 굳이 보령에서 다주택을 보유해야 할 당위성을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이 대통령의 공격 때문에 장 대표로서는 충남 보령에서 다주택자가 되길 자처한 이유도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이 집값이 내려간다고 믿었다면 아파트를 팔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달 6일엔 “대통령이 집을 팔면, 저도 팔게요”라고 답변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정말로 자택을 매물로 내놨기 때문에 외통수에 몰렸단 평가를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지난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장 대표의 답변을 기다리겠다”는 글을 작성했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도 이날 “국민의힘의 요구대로 이 대통령이 자택을 매물로 내놨다”며 “장 대표는요? 응답하라, 장동혁!”이라고 비꼬았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보유한 6채를 모두 내놓을지, 아니면 정치적 농담이었다면서 모르쇠로 일관할지는 장 대표의 선택”이라며 “정부의 권위가 신뢰·일관성에서 나오듯, 정치인의 신뢰도 말과 행동의 일치에서 나오니, 장 대표의 선택을 지켜보겠다”고 경고했다.
친민주당 성향으로 알려진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 대표가 “6채의 가격은 합쳐서 약 8억5000만원 정도”라고 말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사세행은 지난 3일 “주택 6채를 보유하고도 전체 부동산 가액이 왜 그렇게 적느냐는 국민적 비판이 거세다”며 “부동산 과잉 보유에 대한 비판을 피하고자 공직자 재산등록 당시 부동산 가액 관련 항목을 축소 기재해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이해충돌 방지법·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조롱에 고발까지…이어지는 후폭풍
양도소득세 중과 종료 홍보 제물로?
이 대통령은 자택을 매물로 내놓음으로써 고난도 정략을 정치적으로 구현했다. 이 대통령이 구사한 정략의 틀은 전국시대 병법가 손빈이 실전에서 구사했던 감조지계와 비슷하다. 감조지계는 아궁이 수를 줄여 아군의 규모·상황을 속이면서 적의 방심을 유도하는 군사 작전의 틀을 말한다.
당시 제나라 책사였던 손빈은 개인적 원수였던 방연이 이끌던 위나라 군대에 맞서기 위해 고의로 아궁이 수를 줄이는 작전을 제안했다. 밥을 지을 아궁이 수가 줄면, 적이 상대방 내부에 사기 저하 등 이상 조짐이 발생해 대량 탈영이 이어지거나, 군량이 줄고 있는 상황으로 오인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의 공세에 맞서, 장 대표는 노모를 직접 언급하면서 보편적 감성에 기반한 정치적 반격에 나섰다. 그러면서 자신의 부동산에 대해선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장 대표의 노모 언급에 직접 맞대응하는 게 아니라 침묵하면서 장 대표의 다음 대응을 기다렸다. 이어 장 대표는 “대통령이 집을 팔면, 저도 팔게요”라는 주장을 했고, 복병처럼 숨겨놨던 ‘자택 매각’이란 승부수를 던졌다.
손빈은 마릉이란 지역에 위나라 군대가 도착할 것이라고 믿고, 군대를 매복시켰다. 이어 큰 나무의 껍질을 벗긴 후 “방연은 이 나무 아래에서 죽을 것”이란 글을 써놨다. 마릉에 도착한 방연이 나무에 새겨진 글귀를 본 순간 사방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위나라 군대는 패잔병이 속출해 전멸했다.
이 대통령은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두 달여 앞두고 구사할 전술의 제물로 장 대표를 고른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꾸준히 하락하는 국민의힘 지지율을 반등시키지 못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어 이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홍보 제물이 되는 상황에 노출됐다.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조치에 대해선 다주택자의 거주 주택 외 매각 조치로 연결될 수 있을지 다양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었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장 대표로선 이후 진지한 정책적 반박을 할 수 있는 명분이 상당 부분 퇴색될 수도 있다.
내우외환
이 대통령의 자택 매각은 “장 대표는 6주택과 함께 정치적으로 죽으라”는 메시지를 대중 앞에 공공연하게 강조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렇게 장 대표는 내우로도 부족해 외환까지 겹쳤다. 장 대표는 과연 내우외환에서 모두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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