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이 오는 24일 정기주주총회를 앞둔 가운데 최대 주주인 영풍·MBK 파트너스 컨소시엄과 고려아연이 연일 공방을 주고 받으며 양측간 신경전이 과열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MBK 측은 지난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정기 추종에 '집행임원제 도입'과 '액면분할' 등을 주주제안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는 기업가치 제고와 이사회의 기능 정상화를 위한 제도적 방안이라는 게 영풍·MBK 측의 설명이다.
이날 고려아연은 해당 안건들이 과거 영풍·MBK 측이 직접 가처분을 신청해 효력을 정지시키거나 투표에서 반대함으로써 부결시켰던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두 안건에 대해 입장을 번복하고 있다는 게 고려아연의 주장이다.
◆ 영풍 “위법한 의결권 박탈 유효성 인정 오인 소지”
고려아연은 액면분할의 경우 현 경영진이 먼저 제안해 지난해 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출석 의결권 주식 기준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 가결된 안건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영풍·MBK 측이제기한 주주총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으로 효력이 정지됐고 이후 현재 이에 대한 대법원 판단을 앞둔 상황에서 동일 안건을 다시 제안하면서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영풍·MBK 측은 "동일한 취지의 안건을 다시 제안한 것은 적법하고 공정한 절차 아래 주주의 의사를 다시 묻기 위한 것"이라고 맞받아 쳤다.
영풍·MBK 측은 "최윤범 회장 측 불법행위로 지난해 1월 임시 주총이 파행이 된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임시 주총 안건들의 대부분을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 액면분할과 집행임원제 안건에 찬성하는 것이 위법한 의결권 박탈의 유효성을 인정한 것으로 이용당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고려아연, 영풍 의결권 대리인 경찰 고소
주총 표 대결을 앞두고 의결권 확보 과정에서도 양측간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고려아연은 최근 영풍·MBK 측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 업체 직원들이 고려아연 사원증과 유사한 신분증을 착용하거나 주주들의 자택 앞에 회사 명의 안내문을 배포하는 등 회사를 사칭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고려아연은 영풍·MBK 측 대리 행사 권유 업체 직원 일부를 자본시장법 위반과 형법상 업무방해죄 혐의 등으로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소했다고 9일 밝혔다.
이에 영풍·MBK 측은 “자신들이 고용한 의결권 자문 기관들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및 관련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며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며 “의결권 대리인들은 위임인의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명함에 ‘MBK·영풍 연합 대리인’임을 명확히 기재했다”고 주장했다.
◆ ISS, 최윤범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반대 권고
즉 영풍·MBK 측이 공개한 명함이 해당 주총을 특정하기 위해 ‘고려아연 주주총회’임을 표시한 것에 불과하며 이는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 실무상 필수 표시 사항이란 것이다.
양측은 의결권 자문기관의 평가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정통성을 강조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현 경영진 체제에서 보여준 실적 및 거버넌스 개선과 자사주 소각, 현금배당 등 주주환원율 제고에 긍정적 시각을 유지한다”는 한국ESG평가원의 ‘2026년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 의안 분석 보고서’를 인용·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MBK라는 사모펀드의 경영은 한계기업 턴어라운드(Turn-around)에서 효과가 크겠지만 실적과 재무구조가 탄탄한 고려아연 같은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란 평가를 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도 최근 고려아연 정기주총 안건을 분석한 ‘의결권 분석 및 벤치마크 정책상 의결권 권고’ 보고서를 통해 이사 선임 구조와 정관 변경 등 주요 안건에 대한 권고 의견을 제시했다.
ISS는 우선 고려아연 이사회가 제안한 ‘집중투표제에 의한 이사 5인 선임안’에 찬성을 권고했다. 반면 영풍·MBK 측이 제안한 ‘이사 6인 선임안’에 대해서는 지지하지 않았다. ISS는 이사 5인 선임 구조가 이사회 독립성과 균형 측면에서 보다 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익준비금 9176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안건 ▲소수주주 보호 관련 정관 명문화 ▲전자 주주총회 도입 ▲분기배당 관련 정관 변경 ▲이사 충실의무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분리선출 감사위원 2인 확대 등 고려아연 이사회가 제안한 주요 정관 변경 안건들도 대체로 찬성을 권고했다.
다만 ISS는 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반대를 권고했다. 보고서는 최근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을 언급하면서도 이번 사안의 핵심은 실적보다 지배구조 문제에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자사주 매입 이후 유상증자 추진 논란과 상호주 구조를 활용한 의결권 제한 논쟁, 전략 투자 과정에서의 이사회 의사결정 절차 등을 거론하며 거버넌스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ISS의 보고서를 두고 고려아연과 영풍·MBK 측은 서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평가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ISS 보고서는 최씨 일가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 경영권 유지를 위해 회사 자금과 지분 구조를 활용했다는 점, 법적 책임이 없는 인사에게 거액의 보상과 퇴직 특혜를 부여한 체계 등이 더 이상 글로벌 기준에서 용인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라며 “이번 주총은 최 회장 체제가 이런 국제적 거버넌스 기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아니면 기존 통제 구조를 고수할 것인지가 결정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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