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보고 마음을 읽는다…AI가 낳고 규제가 키운 기업 생존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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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보고 마음을 읽는다…AI가 낳고 규제가 키운 기업 생존 열쇠

르데스크 2026-03-10 16:32: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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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탐구하는 전문 지식의 가치가 부쩍 높아졌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단순히 보여지는 수치나 분석 자료 보단 보여지지 않는 부분에 대한 이해력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어서다. '소비자 주권'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건 이재명정부의 소비자 보호 기조 역시 이러한 움직임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고객의 심리를 짚어내는 인문학적 통찰력의 가치가 높아지는 만큼 소비자 분야 전문가들을 향한 기업들의 '러브콜'도 늘어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보이지 않는 데이터를 봐야 진짜 능력자" 부쩍 높아진 소비자 분야 전문가들의 몸값

 

최근 금융권에선 소비자 분야 전문가 모시기 경쟁이 한창이다. 일례로 10일 KB손해보험은 조혜진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조 교수는 금융소비자 행동, 가계재무관리, 보험·금융상품 소비자 보호 등의 분야에 전문 지식을 갖춘 인물이다. 지난달 27일에는 하나금융지주가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를 추천했다. 최 교수는 미국 퍼듀대에서 소비자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한국금융소비자학회 회장,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과 금융감독자문위원 등의 이력을 지녔다.

 

▲ 최근 금융권에서 소비자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하나금융그룹 본사. ⓒ르데스크

 

재계 등에 따르면 과거 금융권을 비롯한 대다수의 민간 기업들이 재무, 회계, 법률 전문가 중심으로 이사회를 구성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최근 강화된 소비자 보호 규제에 대응하고 고객 신뢰를 기반으로 한 경영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재명정부가 소비자 주권 강화를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금융소비자 보호 기구의 권한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소비자 전문가를 경영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규제 대응 외에도 이유는 또 있다. AI 기술의 발달로 단순 데이터나 통계 분석 보단 소비자들의 행동이나 구매 패턴 등의 이면에 감춰진 심리나 생각을 읽는 전문 기술이 중요해지는 흐름도 소비자 전문가의 몸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과거에는 성별·연령별로 묶어 마케팅 전략을 수립했다면 이제는 고객들의 실시간 행동을 분석해 '왜 지금 이 상품을 선택했는가'를 파악해야 하는 것인데 이 때 필요한 능력이 바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한 인문학적 통찰력이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현상 뒤에 숨은 소비자의 욕망과 결핍을 읽어낼 때 비로소 진정한 초개인화 서비스가 완성된다는 게 기업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에 비해 한 발 앞선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미국 퍼듀 대학교는 기존 소비자학 전공을 데이터 분석과 결합해 '리테일 관리 및 데이터 분석' 트랙으로 개편하고 코딩 프로그램인 파이썬과 알(R)을 활용한 수업을 필수 교육 과정에 편입시켰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 역시 AI를 활용해 소비자 가치를 통계적으로 추정하는 교육을 강화하며 소비자의 행동 데이터를 비즈니스 전략으로 연결하는 융복합 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2026학년도 서울 주요 대학 학과 별 입시 경쟁률 비교.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소비자 관련 전문 지식에 대한 위상 변화는 입시 결과와 취업 지표로도 나타나고 있다. 2026학년도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일반전형) 기준 소비자학과는 11.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경제학부(4.93대 1), 영어영문학과(9.22대 1), 언론정보학과(9.58대 1) 등을 큰 폭으로 앞질렀다. 이화여대 학생부종합전형(미래인재전형-서류형)에서도 소비자학과 경쟁률은 8.09대 1로 정치외교학과(7.42대 1), 경제학과(5.95대 1) 등에 비해 높았다. 또 한국교육개발원 통계에 따르면 소비자학과의 전국 평균 취업률은 약 63%로 인문계열 전체 평균(59.9%)을 웃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 관련 전문 지식에 대한 재평가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산업 구조의 근본적 변화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학생들이 자신의 주전공이 무엇이든 소비자학을 복수전공이나 연계전공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났다"며 "소비자 관점에서 시장을 읽는 법을 배우면 개인의 업무의 범위가 크게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취업 트렌드를 봐도 기업들은 기술적 숙련도만큼이나 우리 물건을 살 사람이 누구이며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명확히 정의할 줄 아는 인재를 원하고 있다"며 "최근 기업들이 소비자 분야 전공자를 선호하는 이유는 현재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비즈니스 패러다임이 완전히 이동했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효율적인 생산과 공급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파편화된 개인의 수요를 얼마나 정밀하게 파악하느냐가 기업의 생존 열쇠가 되고 있다"며 "숫자를 다룰 줄 알면서 인간의 마음까지 읽어낼 수 있는 인재를 원하는 기업들의 요구가 소비자 분야 전문 지식과 딱 맞아떨어진 모습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소비자학을 공부했던 졸업생들이 시중은행과 카드사 등 금융권을 비롯해 기업 마케팅실, UX(사용자 경험) 기획팀 등 다양한 양질의 일자리로 대거 진출하고 있다"며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인문학적 통찰력과 데이터 분석 능력을 동시에 갖춘 소비자 전문가의 가치는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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