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딜레마] 석유 최고가격제 카드 꺼낸 정부…공급 축소 '시장 왜곡'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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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딜레마] 석유 최고가격제 카드 꺼낸 정부…공급 축소 '시장 왜곡' 우려도

아주경제 2026-03-10 16:28:2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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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경기도 용인시 영동고속도로 용인휴게소 강릉방향 주유소에서 화물차 기사들이 주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일 경기도 용인시 영동고속도로 용인휴게소 강릉방향 주유소에서 화물차 기사들이 주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이번 주 고시 제정을 시작으로 시장 가격에 직접 개입하고 유류세 인하 폭도 추가 확대해 민생 부담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인위적인 가격 억제가 자칫 공급 축소와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석유 최고가격제 이번 주 준비 완료…유류세 추가 인하도 검토

10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 시행을 위한 고시 제정 등 관련 준비 절차를 이번 주 중 마무리할 계획이다.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필요할 경우 즉시 시행할 수 있도록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가 실제 시행될 경우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정부가 시장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첫 사례가 된다.

구체적인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정유사의 공급 가격에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유류세 추가 인하와 소비자 직접 지원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현재 재정경제부는 유류세 인하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유류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교육세, 주행세 등이 합산된 구조로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과 개별소비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비교적 신속하게 조정할 수 있는 정책 수단으로 꼽힌다.

현재 정부는 휘발유 유류세를 7% 인하한 상태다. 기본 유류세는 리터(ℓ)당 820원이지만 인하 조치가 적용되면서 실제 세금은 ℓ당 약 763원이 부과되고 있다.

현행 교통·에너지·환경세법은 시행령을 통해 유류세 탄력세율 인하 폭을 최대 37%까지 허용하고 있어 추가 인하 여력은 약 30% 남아 있는 상황이다.

다만 유류세 인하 폭이 확대될 경우 세수 감소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실제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유가 상황이 이어지자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을 20%에서 30%로 확대한 뒤 37%까지 늘렸다.

그 결과 정부의 교통·에너지·환경세 징수액은 2021년 16조6000억원에서 2022년 11조100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정부 내부에서는 유류세 일부 인하와 함께 소비자 직접 지원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유가 상승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계층을 선별해 재정을 투입할 경우 일률적인 유류세 인하보다 정책 자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지원 규모가 커질 경우 석유류 수요를 자극해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지원 대상 선별 과정에서 행정 절차가 길어질 경우 정책 효과가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세수 감소를 최소화하면서도 물가 안정을 달성할 수 있는 정책 조합을 찾기 위해 유류세 조정과 직접 지원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 통제의 역설…공급 축소·시장 왜곡 우려

시장에서는 가격 통제 정책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출 경우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 감소나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헝가리가 거론된다. 헝가리는 2021년 11월 연료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지만 국제유가 상승분을 감당하지 못한 정유사와 주유소가 공급을 줄이면서 연료 품귀 사태가 발생했다. 결국 헝가리 정부는 제도 도입 약 1년 만에 이를 폐지했다가 최근 유가 급등으로 다시 도입하는 등 정책 혼선을 겪고 있다.

국내에서도 가격 통제 정책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코로나19 초기 시행된 ‘마스크 가격 제한’ 정책은 품귀 현상을 낳았고, 1977년 도입된 분양가 상한제 역시 공급 위축과 로또 청약 과열 등 시장 왜곡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전문가들은 가격 통제 정책이 가져올 부작용을 경고하며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석유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를 만들 수 있어 공급망 왜곡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가격 통제보다는 유류세 인하나 에너지 절약 유도 등 보다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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