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공습 중인 미국이 주한미군의 방공전력을 중동 지역으로 차출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안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군을 북한이 아닌 다른 위협에 활용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유연성'이 본격화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9일부터 시작된 한·미 연합훈련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 연습이 지난해보다 축소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에게 지상군 파병이라는 '청구서'를 제시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공전력이 차출되더라도 대북대비태세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진화에 나섰으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북한은 한미 연합 훈련에 대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주한미군 패트리엇 이어 사드도 중동 반출
美, 장기전 돌입시 韓에 지상군 파병 요구할 수도
이란을 공습 중인 미국이 최근 주한미군의 방공자산을 중동으로 차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민간 항공기 추적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C-5 2대와 C-17 11대가 주한미군 오산기지에서 이륙했다.
C-17은 지난해 6월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전격 공습하는 '미드나잇 해머' 작전 전 패트리엇 포대를 이송할 때 사용됐다.
특히, C-17보다 C-5가 오산기지에 기착했다는 점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패트리엇 포대 반출 규모가 지난해보다 커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한 패트리엇보다 높은 고도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사드 일부도 중동으로 차출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9일 미 국방부가 사드 시스템의 일부를 한국에서 중동으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중동사태가 지상전으로까지 확대되면 에이태큼스(ATACMS) 등 주한미군이 보유한 지상무기는 물론 지상군 병력까지 차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6일 미 육군이 제82공수사단의 대규모 훈련을 돌연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이 부대는 2020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지휘관 제거 작전 전 이라크 바그다드의 대사관 경비 강화 임무, 2021년 아프가니스탄 철수 작전 등 중동 작전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
만일 미국이 지상군을 투입한다면 동맹인 한국에게 지원을 요청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한국은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국의 요청에 따라 의료지원단과 항공수송단을 파병했고, 2003년 이라크 전쟁에 자이툰 부대, 2010년 아프간 전쟁에 오쉬노(Oshino) 부대를 각각 보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9일 YTN라디오에서 "한미 동맹의 이름으로 지원을 하되 아주 신중해야 된다"면서 "파병은 국회 동의 사항이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野 "주한미군 전력 중동차출, 안보불안"
이처럼 주한미군 전력이 외부로 빠져나가면 대북 대비 태세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이에 당장 국민의힘에서는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7일 논평에서 "주한미군의 유도 폭탄 키트 1천여 개가 지난해 12월 미국 본토로 반출된 사실이 밝혀졌고, 패트리엇 포대 일부가 이란 전쟁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며 "한반도 안보 구조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대응은 지나치게 안이하고 모호하다"며 "어떤 군사적 보완 조치를 취할지, 어떤 외교적 협의를 진행 중인지 국민에게 설명된 것이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미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해야 할 상황이지만, 이재명 정부가 9·19 남북 군사합의를 복원하려 하고 주한미군 사령부와 한미 군사훈련 관련 공방을 주고받는 등 한미동맹에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면서 "한미 동맹 균열 속 주한미군 전력 차출 가능성에 안보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에 "한국의 안보 이익이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미국과의 소통과 협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李대통령 "주한미군 무기 반출돼도 대북억지전략 장애 안 생겨"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주한미군 전력이 중동에 일부 차출되더라도 대북 억지 전략에 차질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최근 주한미군 포대나 방공무기 반출이 논란이 되고 있다"며 "(반출이 이뤄진다고 해서) 우리의 대북 억지 전략에 장애가 심하게 생기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전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객관적으로 볼 때 대한민국의 군사방위비 지출 수준은 전 세계적으로 봐도 매우 높다. 국제기구가 평가하는 군사력 수준도 세계 5위일 정도로 군사방위력 수준이 높다"며 주한미군의 무기 반출이 한국의 방위 태세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실 국가 방위는 국가 단위로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어딘가에 의존하면 그 의존이 무너질 때 어떻게 할 것이냐"고 되물은 뒤 "언제나 최악에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주한미군 전력이 차출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주한미군이 자국의 군사적 필요에 따라 일부 방공무기를 반출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반대 의견을 내고는 있지만, 우리 의견대로 전적으로 관철할 수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장 전쟁이 벌어지는 것 때문만이 아니다. 혹여라도 외부의 지원이 없을 때 어떻게 할지를 언제나 생각해야 한다"며 "전쟁에 일상적으로 대비해야 하는 것처럼 국제질서의 영향으로 외부의 지원이 없어지는 경우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그런 경우에도 자체적으로 방위할 수 있도록 자주국방 역량을 충실히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방치해선 안돼"
전문가들은 이번 주한미군 방공자산의 중동 배치로 대표디는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정부가 주권 국가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승우 한미일연구소 상임대표는 폴리뉴스에 "미국은 법적·제도적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 등을 주축으로 해서 한국 정부와의 사전 협의 없이 주한미군을 운용할 수 있는 배타적 권한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전략적 유연성 기조 하에 이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추세"라며 "미국은 주한미군 이동 시 한국 정부와 협의해야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의견을 듣는 수준일 뿐 한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강제력은 없다"고 지적했다.
고 대표는 "이번 패트리엇 사례에서 보듯, 미국은 한반도 방어라는 본연의 임무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전력 이동에 대해서는 한국과의 실질적 협의조차 생략하는 경우가 다반사로 알려져 있다"며 "결과적으로 한미동맹의 이름으로 확보된 미국의 안보 자산이 미국의 글로벌 전략에 따라 수시로 다른 분쟁 지역으로 전출될 수 있는 가능성이 언제나 열려 있는 셈"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미국이 주한미군을 중국이나 러시아를 상대로 활용할 경우 한국은 국제법상 중립 위반 혹은 공격 방조의 책임을 지게 될 위험이 있다고 봤다.
고 대표는 "전쟁법상 특정 국가의 영토가 타국을 공격하는 기지로 사용되는 것을 허용할 경우, 피습국은 해당 기지가 있는 국가를 교전 상대방으로 간주하거나 자위권 행사라는 명분으로 보복 공격을 할 법적 근거를 가진다"고 말했다.
즉, 중국이나 러시아가 주한미군 공격을 위해 한반도를 겨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 대표는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한국 정부는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협의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한국의 핵심 안보 이익이 침해될 경우 이를 저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미 FS연습 9일 시작…야외훈련 축소
김여정 "끔찍한 결과 초래할 수 있어"…한미 연합훈련 반발
통일부 "김여정 담화, 짚고 넘어가는 수준"
한미 군 당국은 9일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한미연합훈련인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 연습에 돌입했다.
최근 한미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속도를 내는 만큼 전작권 전환 조건의 충족 여부를 평가하고 검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9일까지 진행되는 올해 FS 연습 참가 병력은 약 1만8천명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연습 기간 실제 군 병력이 움직이는 야외기동훈련(FTX)은 총 22회 실시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3월 FS 연습(51건)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다.
한편 북한은 이번 한미 연합훈련이 축소 진행 되고 있음에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내놨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은 1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우리 국가의 주권안전 영역을 가까이하고 벌리는 적대세력들의 군사력 시위 놀음은 자칫 상상하기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무슨 대의명분을 세우든, 훈련요소가 어떻게 조정되든 우리의 문전에서 가장 적대적인 실체들이 야합하여 벌리는 고강도의 대규모 전쟁 실동 연습이라는 명명백백한 대결적 성격은 추호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의 전지구적인 지정학적 위기와 다단한 국제적 사변들은 적수국가들이 자행하는 야전무력의 모든 군사적 준동에는 방어와 공격의 구분, 연습과 실전의 구별이 따로 없다"며 "맞대응 성격이나 비례성이 아닌 비상히 압도적이고 선제적인 초강력 공세로 제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적들은 우리의 인내와 의지, 능력을 절대로 시험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며 "우리는 적이 대적할 엄두조차 못 내도록 끔찍한 파괴력을 재우고 나라의 굳건한 평화를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현 정세를 고려하며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짚고 넘어가는 수준의 대응을 했다"고 10일 평가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담화에) 엄포성 표현 있지만 미국을 (직접적으로) 지칭하지 않았고 자신들의 핵무력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공존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차분하고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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