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김태승 신임 사장 체제를 갖추며 6개월여 이어진 리더십 공백을 해소했다. 하지만 김 사장은 출발부터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됐다. 조직 안팎으로 쌓인 숙제가 만만치 않아서다. 내부적으로는 안전관리 강화라는 주요 과제를 마주했고, 외부적으로는 에스알(SR)과의 통합을 불협화음 없이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10일 코레일에 따르면 김 사장은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현장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고속철도 교차운행 현장을 직접 점검하고, 전국 소속장·기장·역무원과 소통하며 운영 현안을 청취하기도 했다. 전날에는 경기도 고양시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을 방문해 정비 현황을 점검했다.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은 고속열차의 중정비와 경정비를 모두 수행하는 정비기지로 KTX 차량의 안전을 책임지는 곳이다.
김 사장은 지난 3일 코레일 신임 사장으로 취임하며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첨단 안전 투자 확대와 AI·로봇을 활용한 과학적 안전관리 시스템 도입, 산업재해 근절을 위한 제도 및 작업환경 재설계를 주요 의제로 제시하며 “정시운행보다 안전운행, 사고의 빈도보다 심각성 중시”라는 새로운 안전문화를 조직에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의 안전 경영 행보는 안전 불감증 논란으로 국민 신뢰가 흔들린 상황을 타개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코레일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2~3명의 산업재해 사망자가 꾸준히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 8월 경북 청도군 무궁화호 열차 사고로 근로자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는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한문희 전 사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코레일은 리더십 공백 상태에 놓였다.
김 사장이 정시운행보다 ‘안전’을 택한 것은 단순한 구호를 넘어 철도 운영 방식의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한국교통대학교 철도운전시스템공학과 박상록 교수는 “한국은 여객이 많고 열차 운행 밀도가 높아 이상 상황에서도 열차 운행을 멈추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지연으로 인한 시민 불편을 우려해 안전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사장의 방침은) 과거에는 효율성과 안전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았지만, 이제는 안전에 중점을 두고 경영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코레일과 에스알의 통합도 시급한 과제다. 두 회사는 2013년부터 ‘철도 경쟁 체제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논리로 분리 운영 중이다. 정부는 올해 통합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 홍지선 2차관도 “연내 통합을 목표로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며 정부 방침을 뒷받침했다.
김 사장의 보폭도 빨라진 모습이다. 지난 5일 서울 수서역에서 에스알 정왕국 대표이사와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정부 기조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김 사장은 과거 철도 경쟁체제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 정 대표는 코레일 부사장 출신인 만큼 코레일과 에스알의 통합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 기관의 수장이 협력 관계를 이어가며 외형적 통합은 가시화되고 있지만, 실무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에스알 노동조합은 통합에 따른 철도산업 독점과 서비스 약화, 투자 위축 등을 우려하며 “철도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통합’만 목표로 내세운 졸속 계획”이라고 규탄한 바 있다.
국토부와 코레일, 에스알은 노사정 협의체를 통해 논의를 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노사정 협의체에 참여하는 한 철도 전문가는 “노사 갈등이나 서비스 체계 개편 등을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하고, 실무적인 내용들은 회의를 진행하며 구체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열차 운영 체계·정비 시스템·인력 운영 등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는 점이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합과 관련해 대표들이 만남을 가지긴 했지만, 조직 통합 계획은 정해진 것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사실상 코레일이 에스알을 흡수통합하는 형태가 되거나, 통합 시 에스알 직원의 지역 발령 가능성 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김 사장이 쟁점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통합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속철도 통합의 기대효과와 비전을 명확히 제시하고, 실무적 차원의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조직 재편 과정에서의 혼선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사장은 취임식에서 “고속철도 통합은 철도 안전을 강화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개선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며 “통합을 조속히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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