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부동산 시장의 월세 가속화와 금융 규제 완화가 맞물리면서 월세를 신용카드로 납부하는 거래 규모가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 현금 중심이었던 주거 비용 결제 방식이 카드사와 핀테크 플랫폼의 서비스 경쟁을 통해 디지털로 빠르게 전환되는 양상이다.
1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현대·우리카드 등 주요 카드사의 월세 카드납부 거래액은 141억8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기록한 72억9000만원 대비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이용 건수 역시 같은 기간 1만2169건에서 1만8721건으로 크게 늘며 대중화 단계에 진입했음을 시사했다.
월세 카드납부 규모는 최근 매년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연도별 거래액을 살펴보면 2023년 106억7000만원, 2024년 137억2000만원으로 꾸준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카드업계에서는 고금리와 전세 사기 여파 등으로 전세 중심이었던 주거 형태가 월세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목돈 마련 부담을 줄이려는 임차인들의 수요가 카드 결제로 쏠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핀테크가 선점한 시장...카드사도 본격 성장
당초 월세 카드결제 시장은 카드사가 아닌 PG사와 핀테크 플랫폼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카드사가 해당 서비스를 운영하려면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야 하는 등 규제 장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틈을 타 핀테크 플랫폼들은 임차인이 임대차 계약서를 업로드하면 결제 승인부터 임대인 계좌 정산까지 처리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집주인의 별도 가맹점 등록이나 동의 없이도 임차인이 카드로 월세를 납부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실제 월세 결제 플랫폼 이용자의 상당수는 20~30대 직장인과 1인 가구로 나타났다. 월세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카드 결제를 통해 현금 흐름을 관리하려는 젊은 층의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러한 서비스는 카드사 직영 방식보다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는 지적도 있어 왔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5월 관련 제도를 정비했다. 사업자 등록이 없는 개인 임대인도 신용카드 가맹점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고, 카드 결제 수수료를 임차인이 부담하는 방식도 허용했다.
제도 정비 이후 카드사들도 월세 카드납부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카드사를 통한 직접 납부는 핀테크 플랫폼 대비 수수료 부담이 낮고 포인트 적립이나 전월 실적 인정 등 카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거래 투명성 강화 기대...임대인 동의는 ‘변수’
업계에서는 카드 결제 비중이 확대될 경우 부동산 거래의 투명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월세 거래 기록이 금융 시스템에 자동 생성됨에 따라 임대차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국가 입장에서는 세원 확보를 용이하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아직 전체 월세 시장 규모에 비하면 카드 결제 비중이 미미한 수준이지만, 결제 기록의 디지털화는 임대차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중대한 변화”라고 진단했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카드사를 통한 직접 결제 방식은 여전히 ‘임대인의 협조’라는 현실적인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신용카드 가맹점 등록이나 결제 동의 절차를 번거롭게 여기는 집주인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임대인 입장에서는 월세 소득이 투명하게 노출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이는 곧 세금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서비스 확산을 저해하는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월세 카드납부가 제도권 내로 안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확산 속도는 임대인의 수용 여부에 달려 있다”며 “향후 주거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와 맞물려 카드사와 핀테크 플랫폼이 수수료 경쟁력과 편의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시장 선점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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