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발레단 '재키' 14일 개막…이스라엘 출신 샤론 에얄 간담회
"아기와 같은 움직임에 중점…한국 무용수 엄격함 마음에 들어"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컨템퍼러리 발레단 서울시발레단이 올해 첫 신작으로 선보일 '재키'(Jakie)는 반복되는 테크노 음악 속에서 강렬한 신체적·집단적 에너지를 표현하는 작품이다.
'재키'를 만든 이스라엘 출신의 안무가 샤론 에얄은 이 작품이 기술적인 극단과 함께 타성에 젖지 않은 순수한 형태의 움직임을 요구한다며, 무용수들에게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재키' 공연을 위해 내한한 에얄은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매너리즘(타성)에 빠지지 않은 아기와 같은 움직임에 중점을 뒀다"며 "극단적으로 아주 적은 움직임도 요구해서 무용수에게 도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발레단은 오는 14∼22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올해 첫 공연으로 '재키'를 요한 잉거의 '블리스'(Bliss)와 함께 더블 빌(두 개의 작품을 같이 공연) 형식으로 선보인다. '재키'가 국내 무대에 오르는 것은 처음이다.
에얄은 2023년 '재키'를 초연했던 네덜란드댄스시어터(NDT) 외에 다른 발레단과 이 작품을 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국내 무용수들과의 작업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인 무용수는 엄격함과 형태(form)에 중점을 두는데, 이 부분에 저도 집착하는 면이 있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서울시발레단 무용수들은 이번 작업 덕에 새로운 감각을 발견하고 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독일 튀링겐 주립 발레단 등에서 활동하다가 서울시발레단에 합류한 김여진 무용수는 "유럽에 있을 때 '함께할 수 있을까' 하고 고대했던 안무가 중 한 분이 에얄"이라며 "모든 감각을 깨우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동작이 많아서, 정신과 몸을 100% 이상 깨우는 과정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남윤승 무용수는 "모든 신경과 감각을 계속 일깨워 그것을 춤에 녹여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안무가님이 저희 무용수들을 보고 새로운 부분을 많이 추가하고 있어 저희 발레단만의 매력을 느낄 공연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에얄은 '재키'라는 제목에 관한 설명을 아끼며 직접 경험할 것을 관객에게 권했다.
그는 "영화관에 가기 전에 작품 줄거리를 미리 읽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열린 마음으로 와서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클래식 발레를 전공한 에얄은 세계적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이 예술감독으로 있던 이스라엘의 바체바 댄스 컴퍼니에서 무용수와 상주 안무가로 활약했다. 이후에는 자신의 무용단 'S-E-D'를 설립해 남편이자 예술적 파트너인 가이 베하르 프로듀서와 작업하고 있다. 에얄은 파리 오페라 발레단 등 세계 유수 무용단을 비롯해 디올 등의 브랜드와 협업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안무가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그는 "저는 스스로를 안무가로 지칭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몽상가에 가깝다"며 "지금 느껴지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공유하는데 그것을 춤이라는 형태로 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생각에 기반한 에얄의 창작 방식은 독특하다. 그가 음악에 맞춰 즉흥적으로 춤을 추고 이를 촬영해 무용수들에게 공유하는 게 작업의 첫 번째 단계다. 에얄은 이런 작업 방식 때문에 춤을 못 추는 날이 오면 안무 창작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에얄의 모국인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을 공습하는 등 급격히 긴장된 중동 정세와 관련한 질문도 나왔다. 에얄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춤으로 사랑과 평화를 전해주고 싶다. 예술만이 가져다줄 수 있는 게 있다"고 답했다.
최근 할리우드 배우 티모테 샬라메가 '아무도 관심 없는 발레와 오페라 분야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는 "직접 만나 무엇을 말하는지 들어봐야 할 것 같다"며 "모든 일에 수명이 있기는 하다. 우리가 하는 건 어떻게 접근하고 바꾸고 준비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했다.
'재키'는 광화문 일대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 공연이 열리는 21일 무대가 취소됐다. 같은 날 세종문화회관에서 예정된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와 연극 '말벌'도 열리지 않는다. 미술관에서 하는 '박신양의 전시쑈: 제4의 벽'은 배우 박신양의 의지에 따라 그대로 진행된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물리적으로 관객이 올 수 없을 것 같아 모든 공연을 중단했다"며 "행사 주최 측 주요 인사들이 세종문화회관을 이용할 예정이다. 협조해서 행사를 잘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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