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모텔 살인’ 김소영 신상공개…제도 실효성 도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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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모텔 살인’ 김소영 신상공개…제도 실효성 도마 위

투데이신문 2026-03-10 15:23:4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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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 모텔 살인’ 피의자 김소영(20)씨의 신상정보. [사진제공=서울북부지방검찰청]<br>
‘강북 모텔 살인’ 피의자 김소영(20)씨의 신상정보. [사진제공=서울북부지방검찰청]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서울 강북구 모텔에서 발생한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소영(20)의 신상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흉악범 신상공개 제도의 기준과 효과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사건 직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피의자의 이름과 사진 등 개인 정보가 이미 빠르게 확산된 상황에서 이뤄진 공개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1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은 전날 홈페이지에 서울 강북구 일대 모텔에서 남성들에게 약물을 먹여 사망·상해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김소영(20)씨의 신상정보를 게재했다. 

김씨는 벤조다이아제핀계 약물을 사용해 2명을 살해하고 1명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범행의 잔혹성과 계획성, 그리고 2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것을 고려할 때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는 사건 초기부터 꾸준히 나왔다.

그러나 수사 초기 경찰이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를 열지 않는다고 밝혀 논란에 휩싸였다. 피해자 유족들이 지속적으로 신상 공개를 요구해 왔음에도 수사당국은 피의자의 인권 보호를 고려한 판단을 이어갔다. 이후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지난달 27일 심의위 개최를 공식화하며 재검토에 돌입했고 끝내 공개를 결정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비공개 방침이 나왔던 것과 달리 검찰이 유족의 호소와 사안의 중대성을 받아들여 내린 이번 결정에 대해 누리꾼들은 늦었지만 “당연한 조치”라는 취지로 환영의 입장을 보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미 김씨의 SNS 계정, 이름과 사진 등 개인정보가 이미 퍼진 상황에서 실효성이 다소 떨어지는 ‘뒷북’ 신상공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9일 김씨가 경찰에 붙잡힌 이후 그의 신상이 공식적으로 공개되기까지는 약 한 달의 시간이 소요됐다. 그 사이 온라인상에서는 김씨의 신상 정보가 확산됨에 따라 외모를 품평하거나 과거 SNS 활동을 추적하는 등 이른바 ‘신상 털기’와 사적 검증이 이어지기도 했다.

김씨의 사례와 같이 경찰 단계에서 베일 속에 있다가 검찰이 얼굴과 신상정보를 공개한 강력범은 김씨가 7번째다.

2023년 이별을 통보한 연인을 살해하고 그의 모친까지 살해하려 한 김레아(28)와 지난해 울산에서 스토킹 살인미수 사건을 저지른 장형준(34) 역시 검찰에 송치되기 전까지는 얼굴과 이름 등 신상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현행 중대범죄신상공개법상 수단의 잔인성, 중대한 피해 및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 국민의 알 권리, 공공의 이익 등 요건을 충족할 경우 피의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각 지방경찰청과 지방검찰청 내 심의위에서 위원 과반이 신상공개에 찬성할 경우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정보가 대중에 공개된다.

지난 2023년 10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제410회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에서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안이 재적 298인, 재석 223인, 찬성 215인, 반대 0인, 기권 8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2023년 10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제410회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에서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안이 재적 298인, 재석 223인, 찬성 215인, 반대 0인, 기권 8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하지만 신상공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위원들의 가치 판단이나 당시 여론의 흐름에 따라 공개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심의위는 대개 경찰 내부 인사와 법조계·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는데, 사건마다 위원 구성과 심의 분위기에 차이가 있어 동일한 기준이라도 사안마다 해석이 엇갈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2024년 서울 은평구 소재 모 아파트에서 일어난 이른바 ‘일본도 살인사건’ 피의자 백모(39)씨의 경우 경찰·검찰·법원 단계에서 유족의 잇따른 요청이 있었음에도 결국 신상이 공개되지 않았다.

강력범죄자의 신상공개에 대해서는 국민적 찬성 여론이 비교적 높은 편으로 나타난다. 2023년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504명에게 강력범죄자 신상을 개인이 공개하는 것에 대한 찬반을 물은 결과, 찬성이 60.1%로 반대(30.2%)와 비교해 2배 가까이 많았다(무선(97%)·유선(3%) 자동응답 전화(ARS) 조사 방식, 응답률 3.1%,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p).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는 일반적으로 유죄 판결이 확정된 이후 형벌의 일환으로 신상 정보를 공개하거나 공개 수배처럼 수사상 긴급한 필요가 있을 때에 한해 예외적으로 신상공개를 허용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피의자 발견·검거와 범죄 재발 방지를 목적으로 성명이나 사진 등을 공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제도와 비교적 유사한 측면이 있다. 언론은 자율적으로 실명 보도도 가능하다. 다만 일본은 한국처럼 별도의 심의위 같은 위원회를 두지 않고 경찰청 차원에서 사건의 중대성이나 도주 우려, 수사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어서 비교적 일관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반면 신상공개 확대가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명분으로 내세우더라도 자칫 대중의 자극적인 관심만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피의자의 가족 등 주변 인물까지 사회적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이건수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신상공개는 일종의 처벌적 성격을 지니는 만큼 남용돼서는 안 되며 명확하고 일관된 기준 아래 운영될 필요가 있다”며 “현재는 신상공개 요건이 있음에도 사건마다 결정이 달라지면서 제도의 공정성과 일관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죄명은 물론 범죄의 잔혹성, 재범 위험성, 강력범죄 여부 등 객관적인 기준을 보다 명확히 설정하고 증거를 통해 범죄 사실이 상당 부분 확인된 경우 공개 여부를 판단하는 등 공정하고 명확한 체계가 필요하다”며 “더 나아가 심의위 역할을 강화하고 위원 선발과 교육을 체계화해 공정하고 일관된 판단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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