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119.5달러까지 치솟으며 2022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뉴욕상품거래소의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한때 119.48달러까지 올랐고, 장중 기준 상승률은 각각 28.9%, 31.4%에 달했다.
급등의 배경에는 전쟁 장기화 우려가 자리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뒤를 이어 강경파로 분류되는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차기 최고지도자로 선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긴장 고조 가능성이 부각됐다. 여기에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에 이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까지 일부 유전에서 생산 감축에 나섰다는 보도가 더해지며 공급 불안이 증폭됐다.
특히 세계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상태가 이어질 경우 유가가 배럴당 130~150달러를 웃돌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랐다.
모건스탠리는 수주간 운송 차질이 지속될 경우 “시장 균형을 맞추기 위해 130달러를 크게 웃도는 가격이 필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맥쿼리 역시 “실질적 폐쇄가 이어지면 150달러 이상 급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라이스타드 에너지는 차질이 4개월 지속될 경우, 브렌트유가 13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상승세는 장 후반 급격히 꺾였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전략 비축유 방출 등 대응 조치를 시사한 공동성명을 내놓으면서 시장 심리가 빠르게 반전됐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 조기 종식 가능성을 잇달아 언급한 점도 하락 압력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에서 열린 행사에서 “전쟁은 매우 빨리 끝날 것”이라며 단기 작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같은 날 CBS 인터뷰에서도 “전쟁이 마무리 수순”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이란의 미사일 전력과 드론 생산 시설이 상당 부분 제거됐다고 주장하며 전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크렘린궁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전쟁의 신속한 종식을 위한 제안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뉴욕증시 마감 무렵 브렌트유는 종가 대비 4.61% 하락한 배럴당 88.42달러, WTI는 6.56% 내린 84.94달러에 거래되며 9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도 쏟아지며 낙폭을 키웠다.
다만 공급 충격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원자재 데이터업체 케플러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즉시 해제되더라도 걸프해역 석유 수출이 정상화되기까지 6~7주가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이 배럴당 200달러 수준까지 치솟는 등 정제유 시장의 불안도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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