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인물 안 가리고 민주당만 후원…CJ 대미사업 덮친 '이미경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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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인물 안 가리고 민주당만 후원…CJ 대미사업 덮친 '이미경 리스크'

르데스크 2026-03-10 14:00:4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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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콘텐츠' 산업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에 힘입어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에도 새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CJ그룹의 문화·콘텐츠 산업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세계 각국의 문화·예술계는 물론 정치권 인사들과도 인연을 쌓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분야의 지원이 필수로 요구되는 문화·콘텐츠 산업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다만 이 부회장이 오랜 기간 공들여 구축해 온 글로벌 네트워크는 현재 미국 권력을 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반(反)하는 측면이 많다는 점에서 CJ그룹의 미국 사업 확장에는 부정적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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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장녀이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친누나다. 오랜 기간 CJ그룹의 글로벌 문화 산업 전반을 총괄하며 CJ그룹을 대한민국 문화·콘텐츠 산업의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일각에서 지금의 CJ그룹을 일군 주역으로 총수인 이 회장이 아닌 이 부회장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사업적 능력이 상당한 인물로도 정평이 나 있다. CJ그룹의 모태인 제일제당은 지난 1993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독립 기업으로 당시만 해도 문화·콘텐츠 분야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 부회장은 1995년 제일제당에 입사한 이후 2011년 CJ그룹의 부회장이 되기 전까지 CJ ENM의 사업부 이사·상무, CJ미디어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사실상 해당 사업을 전담하다시피 했다.

 

30여 년간 한 우물만 판 덕에 이 부회장의 인적 네트워크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까지 닿고 있을 뿐 아니라 분야 또한 다양한 편이다. 특히 대중적 영향력이 큰 문화·콘텐츠 산업의 특성 상 정치권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다만 이 부회장의 정치권 네트워크는 여차 기업인들과 달리 뚜렷한 정치적 색채도 띄고 있는데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민주당 계열 인사들과의 접점이 유독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르데스크가 미국 연방선거위원회(Fec)의 정치자금 후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 부회장은 미국 내 주요 선거 국면마다 민주당 측 후보에만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 미키 리(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미국 내 정치자금 후원현황.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지난 2020년 조 바이든 전 대통령, 2024년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 등 이 부회장이 역대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직간접적으로 후원금을 지원한 횟수는 무려 70회 이상이나 됐다. 총 후원 규모는 약 58만달러(한화 약 8억6000만원)에 달했다. 일례로 이 부회장은 지난 2024년 9월 19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캠프 공식 후원 조직인 '해리스 빅토리 펀드(Harris Victory Fund)'에 25만달러(한화 약 3억3000만원)를 후원했다. 같은 날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Services Corp)'에도 3만4600달러(약 5000만원)의 후원금을 냈다.

 

심지어 이 부회장은 지난 2024년 9월 19일 하루 동안 펜실베이니아, 애리조나, 조지아 등 대선의 승부를 결정지었던 핵심 경합주를 포함해 미 전역 30여개 이상의 주 단위 민주당 위원회에 동시다발적으로 후원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역별 후원 규모는 ▲뉴욕·캘리포니아·펜실베니아·애리조나·조지아 4254달러(약 635만원) ▲아칸소·델라웨어 4027달러(약 600만원) 등이었다. 각 주의 민주당 위원회는 현장 투표 독려와 여론 형성을 담당하는 실무 조직이다.

 

이 부회장은 각 주의 민주당 위원회뿐만 아니라 현지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개인 자격으로 후원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후원한 대표적인 정치인은 민주당 상원의원 서열 1위인 척 슈머(Chuck Schumer) 원내대표였다. 이 부회장은 2021년 5월 26일 두 차례에 걸쳐 척 슈머 원내대표의 후원 조직인 '프렌즈 오브 슈머(Friends of Schumer)'에 총 5800달러(한화 약 900만원)를 기부했다. 척 슈머 원내대표는 과거 바이든 정부 당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 등 바이드노믹스의 핵심 법안을 처리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다.

 

▲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미국 정계 내 다수 민주당 당원들에게 정치 자금을 후원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뉴포트비치 영화제에 참석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 부회장은 2021년 9월 30일 민주당 소속의 로 카나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의 선거 자금 모금 기구인 '로 포 컨그레스(Ro For Congress Inc)'에도 두 차례에 걸쳐 총 5800달러(한화 약 900만원)를 후원했다. 이어 2023년 3월 30일에도 로 카나 의원에게 2500달러(한화 약 400만원)를 추가로 후원했다. 로 카나 하원의원은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를 지역구로 둔 정치인으로 인공지능(AI) 시대 창작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크리에이터 권리 장전'을 적극 추진 중인 인물이다. 기술 혁신과 문화 예술 생태계의 공생을 이끄는 민주당 내 핵심 문화 정책 담당자로도 유명하다.

 

이 부회장은 미국 내 한국계 민주당 정치인에 대한 후원도 아끼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한국계 최초로 연방 상원 진출에 성공한 앤디 킴(Andy Kim) 의원에게 2020년부터 2024년까지 7회에 걸쳐 총 2만2700달러(한화 약 3400만원)를 후원했다. 앤디 킴 의원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라크 담당 보좌관을 역임했으며 2018년 뉴저지주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2024년 선거에서 한국계 미국인 최초로 연방 상원에 당선됐다. 또한 이 부회장은 데이브 민 캘리포니아 주 연방 하원의원에게도 2024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1만1600달러(한화 약 1700만원)을 후원했다. 데이브 민 하원의원은 증권거래위원회(SEC) 변호사와 UC어바인 법대 교수를 거친 법률 전문가다.

 

이 부회장은 국내에서도 친(親) 민주당 성향의 기업인으로 분류된다. 재계 등에 따르면 과거 박근혜정부 시절엔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손경식 전 CJ그룹 회장에게 'VIP(대통령)의 뜻'을 내세워 이 부회장의 퇴진을 직접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기도 했다. 이후 이 부회장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문화 외교' 핵심 파트너로 활약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당시 그는 '케이콘(KCON)' 등 대규모 문화 행사를 중소기업 수출 지원 정책과 연계시켜 정책적 성과를 극대화시키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미국 내 한국계 민주당 정치인에 대한 후원도 아끼지 않았다. 사진은 앤디 킴 민주당 미 연방 상원의원 (왼쪽)과 데이브 민 민주당 미 연방 하원의원. [사진=Wikipedia]

 

정치권 안팎에선 이 부회장의 정치색이 뚜렷한 기부 행보가 미국 시장을 공략 중인 CJ그룹에게는 치명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개적으로 '니 편 내 편'을 구분하고 지원과 압박에서도 대놓고 차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 상 CJ그룹 오너 일가의 노골적인 민주당 후원이 달가울 리 없다는 평가다. 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편 가르기와 적 진영에 대한 노골적인 탄압은 대다수 국가와 글로벌 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 눈에 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일 정도로 익히 유명하다"며 "이에 이미경 부회장의 과거 후원 행보는 CJ그룹의 대미 사업 전략에 상당한 리스크가 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한편, 일련의 평가에 대해 CJ그룹 관계자는 "이미경 부회장의 미국 정치활동위원회(PAC) 후원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 아무래도 구체적인 이유는 확인하기 어렵다"며 "이 부회장이 평소 할리우드 영화계나 예술계에서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해 온 만큼 현지 지인들과의 교류 과정에서 일부 PAC에 후원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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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올해 초 미국 시사주간지 포브스 선정 '50세 이상 성공한 글로벌 여성인 2026(50 Over 50 Global: 2026)'에 이름을 올렸다. 포브스는 2021년부터 매년 연령과 성별의 한계를 뛰어넘어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룬 50세 이상 여성 리더들을 선정하고 있다. 이번에 선정된 한국인은 이 부회장이 유일하다. 포브스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한국 영화의 글로벌 확장을 이끈 핵심 인물이라는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CJ그룹 내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주도하며 한국 콘텐츠 산업의 성장 기반을 마련했으며 드림웍스 초기 투자자로 참여하는 등 일찌감치 글로벌 콘텐츠 산업과의 협업구조를 구축해왔다는 설명이다.


▲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사회적 관계망.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이 부회장의 문화·예술계 영향력은 세계 곳곳에서 증명되고 있다. 최근 로스앤젤레스 매거진이 선정한 '2026년 LA를 대표하는 여성 리스트'에 오른 에이미 홈마 미국 아카데미영화박물관 관장은 자신에게 영감을 준 리더로 이 부회장을 지목하며 그의 리더십을 극찬했다. '아카데미영화박물관'은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설립한 박물관이다. 이 부회장은 2019년부터 아카데미영화박물관 이사회 멤버로 활동해오고 있다. 이곳에서 할리우드 내 아시아 영화인의 입지를 확장하는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왔으며 최근에는 글로벌 레이블 '퍼스트 라이트 스토리하우스'를 출범시켜 아시아계 창작자 발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 부회장이 이사회 멤버로 활동 중인 아카데미영화박물관 이사회에는 9일 기준 총 33명의 멤버가 참여하고 있다. 이사회 의장은 JP모건 프라이빗 뱅크 서부지역 총괄이자 월가를 대표하는 금융 전문가로 유명한 '올리비에 드 지방시'(Olivier de Givenchy)다. 올리비에 의장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 지방시 가문의 일원이기도 하다. 부의장인 에릭 에스라일리언(Dr. Eric Esrailian) 박사는 UCLA 의과대 교수이자 영화 제작자다. 과거 인권 문제를 다룬 영화 '인텐트 투 디스트로이'로 에미상 후보에 오르는 등 문화예술의 사회적 가치 실현과 자선 사업 분야에서 다양한 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의 최고경영자(CEO) 빌 크레이머(Bill Kramer)와 에이미 홈마(Amy Homma) 관장 등도 이사회 멤버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빌 CEO는 현재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의 최고경영자(CEO)로 아카데미영화박물관 건립 당시 초대 관장을 맡은 적 있다. 현재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 운영 전반을 총괄하며 박물관이 일회성 전시 공간을 넘어 전 세계 영화사의 기록과 보존의 성지로 거듭나도록 정책적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에이미 홈마는 현 아카데미영화박물관의 관장이며 스미소니언 박물관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영향력은 할리우드와 글로벌 예술계까지 뻗어 있다. 사진은 미국 아카데미영화박물관 전경.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거물들도 이사회에 속해 있다. 넷플릭스 공동 CEO인 테드 서렌도스(Ted Sarandos)가 대표적이다. 콘텐츠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인물로 평가받는 테드 CEO는 현재 이사회 멤버 자격으로 디지털 플랫폼과 전통 영화계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등 박물관의 미래 전략 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할리우드의 상징적 배우 톰 행크스(Tom Hanks)도 박물관 건립 초기부터 기금 모금과 대외 홍보에 앞장서며 박물관의 위상은 한층 끌어 올렸다. 영화 '글리' 등을 탄생시킨 스타 프로듀서 라이언 머피(Ryan Murphy) 역시 성소수자와 유색인종 등 다양성을 강조하는 현대 영화계의 포용성을 박물관 전시 기획에 투영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최근 CJ ENM의 위기와 맞물려 유독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의 인적 네트워크는 단순한 교류 수준을 넘어 국내·외 정치권과 할리우드의 의사결정 구조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CJ ENM 영화산업 분야의 실적 향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현재 CJ ENM은 2022년 '공조2: 인터내셔널' 이후 2024년까지 약 2년 동안 제작·배급한 한국 영화 대부분이 손익분기점(BEP) 돌파에 실패하며 흥행 부진에 빠졌다. 특히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영화들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일례로 제작비 286억원이 투입돼 손익분기점이 650만명에 달했던 김용화 감독의 '더 문'은 누적 관객 51만명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 들기도 했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미경 부회장은 과거 정치적 외풍을 견뎌내며 국내·외 정계와 문화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한국 문화·콘텐츠 산업의 상징격인 인물이다"며 "현재 CJ ENM이 겪고 있는 영화 흥행 부진은 단순한 개별 작품의 성패 문제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 변화에 따른 구조적 위기인 만큼 이 부회장이 보유한 강력한 네트워크가 새로운 창작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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