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물림 사고는 피해자에게 신체적 상처는 물론 장기간 지속되는 심리적 트라우마까지 남길 수 있는 중대한 사회 문제다. 이에 정부는 사고 발생 시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보상과 반려견 소유주의 책임 강화를 위해 지난 2021년 2월 12일부터 맹견 소유자의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이후 맹견 관리 정책은 사육허가제 도입 등으로 한층 강화되며 제도적 틀을 갖춰왔다.
다만 제도 시행 5년이 지난 현재, 맹견 책임보험 시장은 기대만큼 저변을 넓히지 못한 채 제한된 규모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입 대상 자체가 많지 않은 데다 상품을 취급하는 보험사도 일부에 그치면서, 제도 정착 과정에서 여러 구조적 과제가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본보는 맹견 책임보험 제도의 운영 현황과 보험시장 구조, 그리고 제도 안착을 위한 보완 과제를 짚어본다.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정부가 맹견 관리의 핵심 수단으로 도입한 ‘책임보험’이 시행 4년을 맞았지만, 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의무보험임에도 실제로는 이를 취급하는 보험사가 줄어들면서 일부 견주들이 가입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해당 보험이 공공 안전과 맞닿은 정책보험 성격을 지닌 만큼, 제도 취지와 시장 여건을 함께 반영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맹견배상책임보험 상품을 운영하는 보험사는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 등 4곳이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보다 많은 보험사가 시장에 진입했지만, 현재는 일부 대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상품이 유지되는 구조다.
배경에는 시장 규모의 구조적 한계가 있다. 법적 ‘맹견’으로 분류된 등록 마릿수는 전국 2300여 마리로, 전체 반려견 약 610만 마리의 0.01% 수준에 불과하다. 위험군 자체가 극히 제한적인 만큼, 보험산업의 기본 전제인 위험 분산 구조를 충분히 형성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맹견 등록 마릿수가 적어 상업적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은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민간 보험사에 상품 출시를 강제할 법적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제도 설계 단계에서 시장 수용성을 보다 면밀히 반영할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 안전을 위한 정책보험이라면 단순히 의무가입 규정을 두는 데 그치지 않고, 상품 운영 여건과 가입 접근성까지 함께 설계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잡종견’까지 포함된 강한 규제…현장에선 가입 문턱 ‘여전’
현행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정부가 정의한 ‘맹견’은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로트와일러,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등 5개 견종과 이들과 교배된 잡종견까지 포함한다. 외형적 특성이 일부 섞인 경우에도 맹견으로 분류될 수 있어 보험 가입과 사육 규제가 함께 적용된다.
맹견 사고의 위험성은 이미 여러 차례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왔다. 실제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 강도가 큰 만큼, 피해자 보호와 견주의 책임 강화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 문제는 제도 설계와 현장 운영 사이에 적지 않은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농식품부와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등록 맹견의 책임보험 가입률은 78% 수준이다. 다만 이 수치는 등록된 맹견만을 기준으로 집계된 것으로, 제도권 밖 사육 현황까지 포괄하지는 못한다는 한계도 함께 제기된다.
특히 보험 가입 과정이 원활하지 않은 배경에는 상품 자체에 대한 현장 이해도가 높지 않다는 점이 꼽힌다. 맹견배상책임보험은 취급 보험사가 많지 않은 데다 상담 사례도 드물어, 일부 설계사들조차 상품 구조와 가입 요건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 때문에 견주들이 가입 가능 여부를 문의하더라도 정확한 안내를 받지 못하거나, 상담 단계에서부터 가입 절차가 지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상품 특성상 절차도 단순하지 않다. 보험사들은 위험 관리 차원에서 사진 제출, 혈통 확인, 동물등록번호 대조 등 비교적 까다로운 요건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 설계사 입장에서는 상담 빈도가 낮고 수수료 규모도 크지 않아 적극적으로 안내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설계사들 사이에서는 “품종 식별이 어렵고 가입 조건도 복잡해 상담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시장 논리만으로는 유지가 쉽지 않은 구조”라며 “위험군을 별도로 관리할 수 있는 보험 풀이나 정책적 지원 장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형사처벌 근거 마련…제도 정착은 여전히 과제
가장 주목되는 지점은 보험 미가입 문제가 단순한 과태료를 넘어 형사처벌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시행된 맹견 사육허가제는 보험가입증명서를 허가를 위한 필수 서류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허가 없이 맹견을 사육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맹견 관리 책임을 한층 강화한 조치로 평가되지만, 현장에서는 제도 이행 기반이 충분히 갖춰졌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서천호 의원실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지자체 단속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맹견보험 미가입이나 허가 위반으로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처벌 규정은 마련돼 있지만, 현장 단속과 집행은 아직 제도 취지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일선 지자체에서는 행정 여건의 한계도 거론된다. 한 지자체 동물관리 담당 공무원은 “등록과 허가 업무가 수의위생과나 환경과 등으로 분산돼 있고, 보험 가입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등록, 허가, 보험 가입 여부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체계가 미비해 현장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규정의 강도만으로는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맹견 책임보험과 사육허가제가 실질적인 안전장치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규정 강화에 더해 가입 접근성, 현장 점검 체계, 행정 시스템을 함께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맹견 사고에 대해 견주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피해자를 보호하자는 취지에는 보험업계도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정책보험 성격이 강한 상품인 만큼 보험사의 운영 가능성과 가입자의 접근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서울 소재 한 대학 금융학과 교수는 “맹견배상책임보험은 공공 안전을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 취지 자체는 분명하지만, 시장 규모가 제한적인 상품을 민간 보험사 중심으로만 운영할 경우 제도 정착에 한계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의무가입 규정과 함께 보험사의 운영 여건, 가입자의 접근성, 행정적 지원 체계를 함께 설계하는 보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 기사에서는 보험 제도의 한계를 넘어, 맹견 사고를 원천적으로 줄이기 위한 국제 사례와 국내 적용 가능성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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