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농협 비리…역대 회장 '불명예 퇴진 잔혹사' 뒤엔 제왕적 권력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또 농협 비리…역대 회장 '불명예 퇴진 잔혹사' 뒤엔 제왕적 권력

르데스크 2026-03-10 11:37:39 신고

3줄요약

'농민 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막강한 권한을 쥔 농협중앙회장이 또 다시 비리 의혹에 휘말렸다. 정부 특별감사에서 선거 답례품 제공과 금품 수수, 공금 유용, 특혜성 대출과 계약, 내부 통제 부실까지 무더기로 적발되면서 농협중앙회는 사실상 외부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그들만의 왕국'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문제는 농협중앙회장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민선 회장 체제 이후 농협중앙회는 회장이 바뀔 때마다 비리와 특혜, 불법 선거 논란이 반복돼 왔다. 인사·감사·사업 권한이 중앙회장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제왕적 지배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사업비 유용·선거 답례품·특혜 대출…정부 감사서 드러난 '농협 비리 종합세트'

 

정부합동 특별감사반은 최근 농협중앙회와 자회사, 회원조합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특별감사 결과 위법 소지가 큰 14건을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동시에 지적 사항 96건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과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농협재단 핵심 간부는 재단 사업비 약 4억9000만원을 빼돌려 강호동 회장의 중앙회장 선거를 도운 조합장과 임직원들에게 답례품과 골프대회 협찬비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합동 특별감사반은 최근 농협중앙회와 자회사, 회원조합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특별감사 결과 위법 소지가 큰 14건을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사진은 농협 '정부합동 특별감사' 결과 발표 현장. [사진=연합뉴스]

 

강호동 회장은 또 취임 1주년을 명목으로 조합장들로부터 10돈짜리 황금열쇠를 받은 뒤 상당 기간이 지나 반환한 것으로 나타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재단 간부가 사업비 1억3000만원을 유용해 자녀 결혼식 비용과 사택 가구, 명품 지갑 등을 구입한 데 이어 중앙회 내부에서는 수억원대 기념품이 회장실로 전달된 사례도 확인됐다.

 

특혜성 금융 거래 문제도 적발됐다. 중앙회는 설립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신설 냉동식품 제조 법인에 145억원 규모의 신용대출을 실행했고, 퇴직 임원이 재취업한 캐피탈사에는 투자와 대출 등을 통해 총 675억원의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자회사에서는 15년 넘게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유지하다 경쟁입찰로 전환하려 하자 다시 계약을 취소하는 등 비정상적인 계약 관행도 드러났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 "농협 핵심 간부들의 위법과 전횡, 특혜성 대출과 계약, 방만한 예산 집행이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었다"며 "내부 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금품 제공에 취약한 선거 제도 역시 이러한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농협중앙회장을 둘러싼 비리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농협이 1988년 민선 회장 선거 제도를 도입한 이후 역대 회장 상당수가 형사 처벌이나 불명예 퇴진을 겪었다. 민선 초대 회장인 한호선 회장은 4조8000억원 규모의 비자금 조성 사건으로 구속됐고, 뒤를 이은 원철희 회장은 업무추진비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정대근 회장 역시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서 수십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임기 중 구속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김병원 회장은 중앙회장 선거 과정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이 확정되며 당선 무효 판결을 받았다. 최원병 회장은 직접적인 형사 처벌은 피했지만 특혜 대출 사건으로 수사선상에 오르는 등 논란이 이어졌다. 민선 회장 체제 이후 역대 회장 6명 가운데 4명이 형사 처벌을 받는 등 농협 최고 권력층을 둘러싼 비리 논란은 반복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강호동 회장과 농협중앙회를 둘러싼 각종 비위 의혹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농협 조직 전반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중앙회장의 권력 집중 구조와 내부통제 기능의 부재가 맞물리며 비리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민 대통령' 중앙회장의 막강 권력…금융지주까지 이어지는 영향력

 

▲농협중앙회 비리가 반복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중앙회장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권력 구조를 지목하고 있다. ⓒ르데스크

 

전문가들은 농협중앙회 비리가 반복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중앙회장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권력 구조를 지목하고 있다. 중앙회장은 농업 경제 사업뿐 아니라 금융 계열사 경영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어 '농민 대통령'이라는 별칭까지 붙어 있다.

 

농협중앙회는 NH농협금융지주의 100%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금융지주와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 계열사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농협금융의 의사결정 구조가 사실상 '농협중앙회장–금융지주 회장–은행장'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체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분 소유가 분산된 일반 시중은행 지주와 달리 최대 주주가 중앙회 하나로 집중돼 있어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경영진을 견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농협 계열사 이사회 구성에서도 전·현직 조합장 출신 비중이 높아 이해충돌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중앙회와 경제지주 산하 계열사 비상임이사 가운데 상당수가 조합장 출신으로 채워져 외부 전문가 비중은 매우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농협의 비리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중앙회 권한 구조와 선거 제도, 내부통제 체계를 동시에 손질하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중앙회장의 인사권과 예산 권한을 일정 부분 분산하고 외부인사를 중심으로 한 독립적인 감사위원회와 준법감시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중앙회장 선거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금품 제공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선거 제도를 개편하거나 외부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금융계열사의 경우 중앙회와 일정 수준의 경영 독립성을 확보해 이사회 중심의 견제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특별감사와 농협개혁추진단 논의를 통해 근본적인 농협 개혁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강호동 회장의 거취뿐 아니라 농협 조직 전반의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다시 불붙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농협은 협동조합 체제라는 특수한 지배구조 때문에 중앙회장의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사회 독립성과 내부 통제 기능이 약한 구조가 유지되는 한 비리와 권한 남용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Copyright ⓒ 르데스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