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급등 충격속 트럼프 주춤…'모즈타바' 중심 결집 이란, 결사 항전
이란, 주변국 에너지 인프라 전방위 타격…튀르키예선 이란 미사일 요격
미·이스라엘도 타격 지속…레바논 70만명 피란·걸프국 피해 속출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전쟁이 11일째로 접어들며 중대 변곡점을 맞을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이란 군사작전이 "매우 곧 끝날 것"이라며 조기 종전을 강하게 시사하면서다.
확전 공포로 장중 배럴당 120달러 선까지 폭등했던 국제 유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발언과 주요국의 개입 기대감에 80달러대로 단숨에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도랄 리조트에서 열린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매우 결정적으로 승리하고 있다. 계획보다 훨씬 앞서 있으며 전쟁은 곧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이란 군사작전 열흘 만에 이란 함정 51척을 격침하고 미사일 시설 등 5천 개 이상의 표적을 타격했다며, 이란의 미사일 능력이 10% 이하로 떨어졌다고 군사적 성과를 과시했다.
이는 이란 새 지도부 출범에 따른 확전 우려로 요동치는 글로벌 경제 위기감을 진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전쟁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우리는 적이 완전히, 그리고 결정적으로 패배할 때까지 (공세를) 누그러뜨리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이란 강경파인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최고지도자 승계 소식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유전 감산 소식이 겹치며 브렌트유는 장 중 한때 배럴당 119.5달러까지 올랐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마저 이란에 의해 봉쇄될 위기에 처하자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이 마무리 수순"이라고 선언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시간 동안 통화하며 종전 방안을 논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가는 빠르게 진정됐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쥐고 흔들려는 이란의 시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그것(해협)을 장악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전략 비축유 방출 등 시장 개입을 예고하면서 이날 브렌트유는 배럴당 88.42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4.94달러로 떨어졌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전쟁의 끝을 결정하는 건 (미국이 아닌) 우리"라고 강경한 입장을 내놓았다. 혁명수비대는 이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된다면 이 지역에서 단 1리터의 석유 수출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부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가족을 한꺼번에 잃은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중심으로 거세게 결집하고 있다.
이란 군부와 핵심 기관들은 일제히 새 최고지도자를 향한 충성을 맹세했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완전한 복종"을 선언한 직후, 새로운 군 총사령관 모즈타바에게 바친다며 '라바이크 야 하메네이(하메네이여, 내가 여기 있나이다)'라는 작전명으로 초중량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고 발표했다.
모즈타바와 더불어 유력한 차기 지도자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역시 모즈타바를 신속히 지지하며 내부 결속을 다졌다.
예멘 후티 반군, 레바논 헤즈볼라 등 이른바 친이란 세력들도 충성 서약을 발표했다.
수도 테헤란의 한 광장에는 수만 명의 인파가 쏟아져 나와 "미국에 죽음을"을 외치며 하메네이 부자의 초상화를 흔들었다. 주요 도로에는 장갑차가 배치됐고, 건물 옥상마다 보안 병력이 배치되는 등 삼엄한 경계가 이어졌다.
일부 반정부 성향의 시민들 사이에서는 체제 변화의 희망이 꺾인 데 대한 깊은 좌절감도 감지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즈타바의 선출을 두고 "무게감이 떨어지는 인물"이라며 큰 실수라고 평가절하하고, "그가 집권해 5년, 10년 뒤 똑같은 문제에 발목 잡히길 원치 않는다"며 이란 정권의 근본적 교체를 시사하는 등 경계심을 감추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란과 이스라엘 등 중동에서는 여전히 폭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전투기는 이란 전역의 군사시설에 대한 공습을 이어갔고, 이란은 이스라엘 본토와 중동 내 미군 기지, 걸프 지역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미사일·드론 보복 공격을 확대했다.
지난달 28일 개전 이래 아랍에미리트(UAE)에는 253발의 탄도미사일과 1천440대의 드론이 날아들어 4명이 숨지고 117명이 부상했다.
9일 새벽에는 이라크 쿠르드 자치지역 에르빌 소재 UAE 총영사관이 드론 공격을 받는 등 외교 시설까지 표적이 됐다.
바레인에서는 유일한 정유 공장에 불이 나고 거주 지역이 피격돼 어린이 등 32명이 다쳤으며, 수백만 명의 생명줄인 해수 담수화 시설마저 공격받았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세도 격화하고 있다.
친이란 무장정파인 헤즈볼라 근거지인 베이루트 남부와 베카계곡 등에 대규모 폭격이 이어지면서 레바논에서만 어린이 20만 명을 포함해 약 7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현재까지 이번 중동 지역 무력 충돌로 이란 1천230명, 레바논 397명, 이스라엘 1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파악된 미군 사망자는 7명이다.
튀르키예 영공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공망이 이란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등 확전의 불길은 북쪽으로도 향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종전' 의지와 걸프 해역을 볼모로 잡고 끝까지 항전하려는 이란의 벼랑 끝 전술이 정면충돌하면서 중동 사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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