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방효근 기자] 대전의 복합문화예술공간 헤레디움(HEREDIUM)이 현대미술 특별전 ‘미완의 지도(Tracing the Unfinished)’를 오는 15일부터 4월 26일까지 개최한다.
헤레디움은 1922년 건립된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을 복원해 2022년 개관한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근대 건축 유산을 기반으로 전시와 공연, 강연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 문화 생태계와의 접점을 확장하고 있다.
이 전시는 2024년 ‘헤레디움 시리즈: 지금, 여기, 현대미술’, 2025년 ‘디토와 비토(Ditto and Veto)’에 이은 세 번째 기획전으로, 기술 환경이 고도화된 시대 속에서 예술이 세계를 인식하고 사유하는 방식을 어떻게 확장해 나가는지를 조망한다.
전시는 컬렉터 그룹 ‘아르케 II(ARCHE II)’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컬렉터는 작품을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가의 작업 세계를 지지하며 예술 생태계의 중요한 축을 형성해왔다. 20세기 초 프랑스의 컬렉터 그룹 ‘곰 가죽(La Peau de l’Ours)’이 당시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공동 매입해 현대미술의 흐름 형성에 기여한 사례는 이러한 역할을 잘 보여준다.
아르케 II는 2017년 프리즈 런던(Frieze London)을 계기로 컬렉팅을 시작했으며, 회화·조각·설치 등 특정 장르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매체의 작업을 꾸준히 수집해왔다. 이번 전시는 그 축적의 일부를 국내에 소개하는 자리로, 동시대 미술 컬렉팅의 방향성과 의미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전시에는 르 코르뷔지에, 올라퍼 엘리아슨, 데미안 허스트, 데이비드 호크니, 알리기에로 보에티, 데이비드 알트메이드, 앙스 아르퉁, 아니카 이, 로버트 롱고, 양혜규, 최병소 등 국내외 작가 22명이 참여하며 총 30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서로 다른 세대와 지역을 배경으로 한 작가들의 작업은 동일한 공간 안에서 교차하며, 완결되지 않은 질문과 사유의 궤적을 드러낸다.
대표 작품으로는 올라퍼 엘리아슨의 설치 작업 ‘Conscious lava compass’가 있다. 거울과 용암석, 스테인리스 스틸 등을 활용해 자연 현상과 인간의 지각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 작품이다. 현대 건축의 거장으로 알려진 르 코르뷔지에의 회화와 드로잉 작품도 함께 전시돼 그의 또 다른 예술적 세계를 조명한다. 이와 함께 데이비드 호크니의 ‘사진 드로잉’ 작업인 ‘Inside It Opens Up As Well’과 ‘Scarlett Clark’, 데미안 허스트의 ‘약 시리즈’ 중 한 점인 ‘Day in Day out’ 등도 관람객을 만난다. 이 외에도 추상과 개념, 재료 실험을 아우르는 다양한 작품들이 배치돼 동시대 미술의 다층적인 흐름을 보여준다.
공간 구성에서도 기존 전시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작품 간 물리적 간격과 동선을 조정해 관람객이 하나의 서사를 따라가기보다 각 지점에서 멈추어 작품을 마주하고 사유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특히 건물의 구조적 특징을 살린 전시 연출을 통해 과거의 건축 유산과 현재의 예술이 맞물리는 장면을 연출한다.
함선재 헤레디움 관장은 “이번 전시는 관람객이 스스로 질문을 생성하고 축적하는 과정을 경험하도록 기획했다”며 “앞으로도 동시대 예술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겠다”고 밝혔다.
관람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입장료 성인 1만 5,000원, 청소년(만 12~19세) 1만 2,000원, 어린이(만 6~12세) 9,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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