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임나래 기자]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로 부동산 경기 둔화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로 장기간 저평가돼 온 건설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다만 그동안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돼 온 자사주가 사라져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러한 영향은 오너 지분율과 지배구조에 따라 기업별로 차이가 나타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상법 개정의 취지인 주주환원 확대가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업의 실적 개선과 재무 안정성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PF·정책 리스크에 눌린 건설주 재평가될까
이번 국회를 통과한 3차 상법 개정안의 핵심인 ‘자사주 소각 의무’ 논의 속에서 건설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주요 건설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대체로 0.5배 안팎에 머물러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표 업종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 가치 대비 주가가 절반 수준에 거래된 셈이다.
배경에는 부동산 PF 구조에서 비롯된 리스크가 있다. 부동산 경기 둔화로 미분양 증가, 금융시장 경색으로 PF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어 투자자들이 망설였다. 여기에 분양가·대출·재건축 규제 등 정부 정책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산업 특성도 밸류에이션을 낮추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주식 수가 줄어 주당순이익(EPS)과 주당순자산가치(BPS)가 동시에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다만 최근 일부 건설사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에 나서면서 주가 재평가 가능성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대우건설은 최근 보유 중인 자기주식 471만5000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고, 삼성물산도 지난달 이사회를 열어 자사주 780만7563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현대건설과 GS건설, DL이앤씨 등은 자사주 소각 대신 배당 확대를 통해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지주사·대주주 지배구조…경영권 영향 제한적
자사주는 주주환원 수단을 넘어 경영권 구조와도 연결된다. 자사주는 회사가 보유하는 동안 의결권이 없지만 그만큼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주식 수가 줄어 최대주주나 경영진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 또한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를 외부 투자자나 계열사 등 우호 세력에게 매각하면 다시 의결권이 부여되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지분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다만 실제 영향은 기업의 지분 구조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국내 상장 건설업은 소유가 분산된 기업보다 오너 중심 지배구조가 많다. 주요 건설사들은 그룹 지주회사나 대주주 중심의 지배구조를 갖고 있어 자사주 소각이 곧바로 경영권 위협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GS건설과 DL이앤씨 등은 지주회사 지분 20%대 수준으로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대우건설은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이 각각 40.6%, 10.15%를 보유해 총 50.75%에 이르는 절대 지분 구조다.
빈기범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오너 기업의 경영권 안정성은 결국 최대주주 지분율에 달려 있다”며 “지분이 20~30% 수준이면 경영권 방어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지분이 한 자릿수에 불과하고 계열사 출자 등에 의존해 지배하는 구조라면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주총 앞둔 건설사…실적·재무가 관건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건설사들의 자사주 소각 및 주주환원 정책의 윤곽이 보다 분명해질 전망이다. 업황 부진 속에서도 일부 건설사가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에 나서며 시장에 신호를 던지고 있다. 기업이 향후 성장성과 재무 안정성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섰다는 메시지기 때문이다.
다만 자사주 소각이 곧바로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주주환원 정책이 긍정적으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실적과 재무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 건설사는 매출 흐름과 수주 잔고, 주요 프로젝트 진행 상황, PF 익스포저, 부채비율 등 재무 안정성이 함께 검증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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