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본시장의 거물로 군림해 온 MBK파트너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고려아연 사태로 촉발된 '약탈적 자본' 논란은 김병주 회장의 리더십과 MBK의 투자 철학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다. 비즈니스플러스는 그동안의 MBK의 실책과 그것이 우리 자본시장에 남긴 상흔, 그리고 강화되는 규제의 칼날을 집중 분석해본다. [편집자주]
MBK파트너스가 보여준 파괴적인 투자 방식은 국내 사모펀드(PEF) 시장 전체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국내 PEF 시장 규모가 경영참여형 기준 자본금 140조원을 돌파하며 성숙기에 접어든 시점에, '맏형' 격인 MBK의 행보는 건전한 기업 투자를 지향하는 다른 운용사(GP)들까지 '기업 사냥꾼'으로 몰리게 하는 이른바 '미꾸라지 효과'를 낳고 있다.
과거 MBK가 6호, 7호 펀드를 모집할 당시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출자자(LP)들은 수천억원의 자금을 앞다투어 배정했다. MBK 6호 펀드는 무려 70억달러(약 9조원) 규모로 조성되며 K-PEF의 위상을 드높이는 듯했다. 그러나 현재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고려아연 사태 이후 국민연금 등 대형 LP 내부에서는 "사회적 논란이 크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원칙에 어긋나는 운용사에 자금을 맡기는 것은 연기금의 수탁자 책임(Stewardship Code) 위반"이라는 기류가 강해졌다.
최근 대형 LP들의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MBK는 정성평가 점수에서 최하위권을 기록하며 고전 중이다. 한 중견 PEF 대표는 "MBK로 인해 사모펀드 전체가 약탈자로 매도되면서, 지방자치단체나 공제회 자금을 유치하기가 작년보다 2배 이상 어려워졌다"며 "MBK가 일으킨 평판 위험을 업계 전체가 공동 분담하며 수습하는 형국"이라고 토로했다.
MBK의 공격적 성향은 기업가들에게 PEF를 '성장의 파트너'가 아닌 '경영권을 찬탈하는 침입자'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가업 승계를 고민하는 중견기업이나 사업 재편이 필요한 대기업들이 PEF와의 협력 자체를 원천 차단하기 시작하면서, 자본시장을 통한 선제적 구조조정 기능이 마비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MBK가 기업 인수 시 활용하는 과도한 LBO(레버리지 매수) 방식은 인수 기업에 막대한 금융 비용을 전가한다. 홈플러스의 경우 MBK는 인수 당시 전체 대금 7조2000억원 중 약 4조3000억 원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했다. 그 결과 홈플러스는 매년 3000억~4000억원에 달하는 이자 비용을 지불하느라 신규 투자는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을 반복한 바 있다.
이러한 '부채 경영'의 전염은 피인수 기업의 부채비율을 급증시키며 한국 기업 전반의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잠재적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MBK가 지난 2013년 ING생명(현 신한라이프)을 인수하고 2018년 매각하기까지의 과정은 사모펀드가 어떻게 기업의 기초 체력을 갉아먹으며 수익을 창출하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로 꼽힌다. 겉으로는 '기업 가치 제고'를 외쳤지만, 실상은 인위적인 인력 감축과 과도한 배당을 통한 '자산 쥐어짜기'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MBK는 2013년 ING생명을 약 1조8400억원에 인수한 직후부터 공격적인 자금 회수에 나섰다. 가장 큰 무기는 '고배당'이었다. MBK 경영 체제하에서 ING생명의 배당 성향은 50~60%를 넘나들었다. 이는 당시 생명보험업계 평균 배당 성향인 20% 내외를 3배 이상 웃도는 수치였다.
MBK는 인수 금융 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기업의 자본 구조를 재조정하는 '리캡'(Recapitalization)을 수차례 단행했다. 이를 통해 투자 원금의 상당 부분을 매각 전 이미 회수하는 기민함을 보였으나, 정작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인 RBC(지급여력) 비율 관리는 뒷전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MBK가 선택한 또 다른 카드는 '비용 절감'이었다. 인수 직후 단행된 대규모 희망퇴직은 숙련된 인력을 대거 이탈시켰고, 이는 장기적인 영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인수 당시 약 1100명에 달했던 임직원 수는 수차례의 구조조정을 거치며 급감했다. 단기적인 영업이익(ROE) 수치는 개선되었을지 모르나, 보험업의 본질인 고객 관리와 장기 계약 유지 역량은 훼손되었다는 평이다.
인건비를 비롯한 판관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면서 미래 성장을 위한 인프라 투자는 최소화되었다. 결국 매각 시점에 ING생명은 '효율성 높은 기업'이 아닌, '더 이상 짜낼 것 없는 마른 수건'과 같은 상태였다. MBK는 2018년 신한금융지주에 ING생명을 약 2조3000억 원에 매각하며 엑시트(Exit)에 성공했다. 이미 회수한 배당금과 리캡 자금을 합산하면 MBK가 이 거래로 거둬들인 총수익은 4조원에 육박한다. 투자 원금 대비 2배가 넘는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그러나 이 화려한 숫자 뒤에는 '금융사의 공적 기능' 상실이라는 뼈아픈 결과가 남았다. 사모펀드가 금융사를 인수할 경우 장기적인 안정성보다는 단기 매각 차익에만 몰두한다는 '사모펀드 포비아'를 확산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일부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최근 보여준 적대적 행보와 자산 매각 중심의 전략은 K-PEF 생태계의 신뢰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1세대 사모펀드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기보다 수익률(IRR) 숫자 맞추기에만 급급하다면, 결국 국내 자본시장에서 사모펀드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규모의 경제'가 아닌 '상생의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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