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레디움은 오는 3월 15일부터 4월 26일까지 현대미술 특별전 '미완의 지도(Tracing the Unfinished)'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2024년 '헤레디움 시리즈: 지금, 여기, 현대미술', 2025년 '디토와 비토(Ditto and Veto)'에 이어 진행되는 세 번째 '헤레디움 시리즈'로, 동시대 미술이 세계를 인식하고 해석하는 다양한 방식에 주목한다.
전시에는 회화, 드로잉, 사진,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30점이 소개되며, 세계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국내외 작가 22명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인다.
참여 작가로는 현대 건축의 거장으로 잘 알려진 르 코르뷔지에를 비롯해 설치미술가 올라퍼 엘리아슨, 영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데미안 허스트, 회화와 사진의 경계를 넘나드는 데이비드 호크니 등이 포함된다.
이와 함께 알리기에로 보에티, 데이비드 알트메이드, 앙스 아르퉁, 아니카 이, 로버트 롱고, 양혜규, 최병소 등 다양한 국적과 세대의 작가들이 참여해 동시대 미술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의 또 다른 특징은 작품들이 국내 컬렉터 그룹 '아르케 II(ARCHE II)'의 소장품으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예술의 역사는 뛰어난 예술가들의 창작으로 기록되지만, 그 역사가 지속되고 확장되기 위해서는 작품의 가치를 발견하고 지지하는 컬렉터의 역할도 중요하다. 예술가가 새로운 시각과 언어를 제시하는 창조자라면 컬렉터는 그 가치를 발견하고 사회 속에서 생명력을 부여하는 동반자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미술사에서 컬렉터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20세기 초 프랑스에서 활동한 컬렉터 그룹 '라 포 드 루르스(La Peau de l’Ours)'는 당시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공동으로 구입하며 동시대 미술을 적극적으로 후원했다.
이들이 수집했던 작품에는 훗날 미술사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앙리 마티스, 파블로 피카소, 앙드레 드랭 등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이러한 지원은 현대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번 전시의 컬렉션을 소장한 아르케 II 역시 이러한 컬렉팅 철학을 이어가고 있다. 2017년 런던의 국제 아트페어 프리즈 런던에서 작품 수집을 시작한 이들은 미술과 건축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컬렉션을 꾸준히 확장해 왔다. 이들에게 컬렉팅은 단순한 소유 행위가 아니라 예술의 시간과 의미를 함께 축적하는 문화적 실천이라는 설명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은 올라퍼 엘리아슨의 설치 작품 'Conscious lava compass'다. 거울과 용암석, 스테인리스 스틸로 구성된 이 작품은 빛과 그림자,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가의 작업 세계를 보여준다. 관람객은 작품 속 반사된 이미지를 통해 공간과 자신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또 다른 주요 작품으로는 르 코르뷔지에의 회화와 드로잉 작품이 소개된다. 그는 근대 건축의 혁신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동시에 색채와 형태에 대한 실험을 이어온 화가이기도 했다.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서로 다른 시기의 작업으로, 그의 회화 세계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도 관람객들의 관심을 끈다. 사진과 드로잉을 결합한 '사진 드로잉'형식의 작품 'Inside It Opens Up As Well'과 인물을 관찰하는 시선이 담긴 'Scarlett Clark'을 통해 호크니 특유의 시각적 실험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현대미술의 대표적 작가로 꼽히는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Day in Day out'도 전시된다. 수많은 알약을 규칙적으로 배열한 이 작품은 허스트의 대표적인 ‘약 시리즈’ 중 하나로,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약과 의료 시스템에 의존하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헤레디움 함선재 관장은 "이번 전시는 관람객이 작품을 통해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가는 사유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며 "헤레디움은 앞으로도 과거와 현재를 잇고 미래를 바라보는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서 동시대 예술의 흐름을 깊이 있게 소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헤레디움은 1922년 건립된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 지점 건물을 복원해 조성된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이 건물은 2004년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됐으며,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는 복원 작업을 거쳐 2022년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유산으로 물려받은 토지'라는 의미를 지닌 헤레디움은 근대 건축의 역사적 공간 속에서 현대미술 전시와 클래식 공연,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이번 '미완의 지도' 전시는 세계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세계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제시하며, 동시대 예술이 던지는 질문을 관람객과 함께 나누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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