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만톤 멈춘다…대산發 석화 구조조정, 생존게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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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만톤 멈춘다…대산發 석화 구조조정, 생존게임 시작

한스경제 2026-03-10 07:00:00 신고

석유화학공장 예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석유화학공장 예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 서울=한스경제 김창수 기자 | 정부가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 대산공장 사업재편안을 승인하며 국내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이 본궤도에 올랐다. 대산단지 내 에틸렌 연산 110만톤 규모 노후 NCC 설비가 가동을 멈추고 HD현대케미칼 중심 신설 통합법인이 출범하는 것이 골자다. 설비 감산과 자본 확충, 채권단 금융지원이 결합된 이번 재편은 단순 합병을 넘어선 일종의 ‘공급 축소형 구조조정’이라는 점에서 업계에 던지는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 석화업계, 정부 구조조정 1호안 승인…정책금융 전면 지원 ‘눈길’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대산 석유화학단지 내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을 물적분할해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사업재편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각각 50% 지분을 보유하는 신설 통합법인이 출범하게 된다. 기존 HD현대케미칼의 HPC(에틸렌 85만톤)는 가동을 유지하고 롯데케미칼이 보유한 NCC(110만톤)는 3년간 운휴에 들어간다. 

이번 재편 핵심은 설비 통합이 아니라 설비 중단이다. 대산단지 내 두 회사 NCC는 최근 수년간 낮은 가동률과 적자 기조를 이어왔다.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주요 화학사들은 대규모 자산손상을 입었다. 롯데케미칼 역시 지난해 1조원 안팎 손상차손을 반영한 바 있다. 공급 과잉을 해소하지 않는 한 구조적 회복은 어렵다는 판단이 정부 승인으로 구체화된 셈이다.

재편 구조를 보면 원가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HPC 중심으로 생산체계를 일원화하고 범용 다운스트림 제품의 중복·적자 설비를 축소하는 방향이다. 

HD현대케미칼은 원유 정제부터 화학제품 생산까지 이어지는 일관체계를 갖추고 있어 원료 조달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 납사 외에도 탈황중질류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료 활용이 가능해 기존 NCC 대비 원가 절감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아울러 이번 구조조정은 정책금융의 전면적 지원을 동반한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채권은행단은 신설 통합법인이 보유한 은행 차입금 최대 1조원을 영구채로 전환해 자본 확충 효과를 부여하고 약 7조9000억원 규모 협약채무에 대해 상환 유예와 기존 금융조건 유지를 결정했다. 

아울러 설비 통합과 고부가·친환경 전환을 위한 신규 자금 최대 1조원도 지원된다. 주주사인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각각 6000억원씩, 총 1조200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이는 사실상 채권단 관리 하의 구조조정에 가깝다. 특히 HD현대케미칼은 2025년 9월 말 기준 부채비율이 372%에 달하는 등 재무 부담이 상당한 상황이었다. 일부 시설대 장기차입금에는 부채비율 250% 이하 유지 특약이 부과돼 있었지만 이번 구조개편과 관련해 채권단 협의를 통해 웨이버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구채 전환과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단기적으로 재무지표는 개선될 전망이다.

모회사별 득실도 다소 엇갈린다. HD현대오일뱅크는 HD현대케미칼 지분율이 60%에서 50%로 낮아지며 연결 대상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연결 기준 순차입금이 감소하고 석유화학 부문 실적 변동성이 연결 손익에서 빠지며 전사 수익성의 안정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6000억원 출자 부담과 자금보충약정은 지속된다.

롯데케미칼 역시 적자 사업부인 대산 NCC가 연결에서 제외되면서 손익 부담이 일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산공장 관련 차입금이 신설 통합 법인으로 이관되면 연결 차입금도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유상증자 참여와 자금보충약정 제공이라는 추가 재무 부담이 뒤따르는 점은 위험 요소다. 외형 축소를 감수하고 재무 안정에 방점을 찍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 고강도 자구책, 실적 개선 직결은 미지수…“추가 감산·통합 논의 가능성”

문제는 재편이 곧 실적 정상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신설 통합법인은 설비 운휴 과정에서 상당한 규모 자산손상을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업황 자체가 장기 침체 국면에 있는 만큼 설비 통합과 감산만으로 단기간 내 유의미한 현금창출력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비용과 설비 재배치, 고부가 전환을 위한 추가 투자까지 감안하면 차입금 상환능력은 당분간 제한적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승인 사례가 시작에 불과하다고 관측하고 있다. 이미 정유·석화업체 16곳이 산업통상부에 사업구조 재편계획안을 제출했고 여수 산단을 포함한 추가 재편 논의도 진행 중이다. 대산에서 가동 중단이라는 강도 높은 선택이 현실화된 만큼 타 단지에서도 감산과 통합을 동반한 구조조정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의 대규모 증설과 글로벌 수요 둔화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해 있다. 과거처럼 외형 확대에 의존한 성장 전략은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국 공급 축소와 고부가 전환을 병행하는 구조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데 업계 의견이 모인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대산발 구조조정은 과잉 설비를 덜어내기 위한 첫 단추”라며 “정책금융과 주주사의 자금 투입으로 단기 유동성은 보강됐지만 업황 반등이 동반되지 않으면 추가적인 감산과 통합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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