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의 산업생산이 올해 초 예상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제조업 회복 기대에 제동이 걸렸다.
9일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2026년 1월 산업생산은 계절 조정 기준 전월 대비 0.5%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1.0% 증가를 예상했지만 실제 수치는 오히려 감소하며 기대를 크게 밑돌았다. 지난해 12월에도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1.0% 줄어든 데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세부 항목을 보면 에너지와 건설을 제외한 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2.5% 감소했다. 소비재 생산은 4.2%, 중간재 생산은 2.6% 줄었고 자본재 생산도 1.6% 감소했다. 특히 금속 제품과 제약 산업의 생산 위축이 전체 산업생산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기계·설비를 제외한 금속 제품 제조업 생산은 12.4% 급감했다. 제약 산업과 컴퓨터·전자·광학 제품 산업 생산 감소 역시 지표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반면 1월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서 에너지 생산은 10.3% 증가했다. 제조업 매출은 전월 대비 1.5% 늘어 전월의 0.4% 감소에서 반등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최근 주문 증가가 아직 생산 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전문가는 “주문 잔고는 늘었지만 실제 생산 증가로 이어지는 신호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산업생산과 함께 발표된 1월 산업수주(공장수주) 지표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산업수주는 전월 대비 11.1% 줄어 시장 예상치인 4.5% 감소를 크게 웃도는 낙폭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6.4% 증가 이후 5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다만 항공기나 대형 설비 등 대규모 주문을 제외할 경우 감소 폭은 0.4%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말 대형 계약이 집중되며 수주가 급증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수주는 전월 대비 16.2% 감소해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했고, 해외 수주도 7.1% 줄었다. 유로존과 비유로존 국가 모두에서 수요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월 대비 수주 증가율 역시 3.7%로 12월의 11.7%보다 크게 둔화했다.
다만 최근 흐름을 보면 산업 회복 기대가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최근 3개월 신규 수주는 이전 3개월보다 7.4% 증가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독일 산업 전망에 대해 비교적 신중한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 LBBW 은행 애널리스트는 “이번 지표는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올해 경제지표가 지난해보다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은 유지한다”고 밝혔다.
유니온 인베스트먼트 역시 독일 정부가 추진 중인 국방 및 인프라 투자 확대가 산업 회복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독일 정부는 최근 수년간 이어진 경제 정체를 타개하기 위해 국방과 인프라 분야를 중심으로 약 1조 달러(약 149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구조 개혁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회복 속도는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독일 산업은 글로벌 수요 둔화, 중국 기업과의 가격 경쟁 심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상승한 에너지 비용 등 구조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여기에 중동 전쟁과 유가 상승도 산업 회복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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