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고분벽화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무용총(舞踊塚)이 뒤따라온다. 중국 지린성 지안현에 있는 이 벽화 속에는 검은색 말을 타고 있는 사람과 무용을 하는 고구려인 그림이 있다. 고구려 시대의 복식을 고증할 수 있는 중요한 유적의 풍속화로 꼽힌다. 김혜미 고구려복식연구 무용가(고봉산문화예술보존회 대표)는 이 고구려 고분벽화 속 춤과 문화를 연구하며 소매무용을 현시대서 재현중이다. 2023년 3월 3일, 고양시가 주최한 ‘고봉산의 문화재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학술회’에서 고구려 소매무용을 대중에게 처음 선보인 후 고양시 고봉산의 역사문화 가치를 알리는 연구와 소매무용 공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중의 관심을 상대적으로 받기 어려운 분야에 그는 어쩌자고 뛰어들었을까. 그가 말하고자 하는 고분벽화 속 소매무용은 현시대에 어떻게 재탄생될까. 최근 김 무용가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고구려 소매무용 복원 작업에 매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15년 중국에서 한·중 문화예술교류 활동을 하며 무용수들의 물소매 움직임을 자주 접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고구려 고분벽화 속 무용 장면이 떠올랐다. ‘왜 고구려 벽화 속 무용수들 역시 긴 소매, 즉 물소매를 통해 신체의 선과 움직임을 확장했을까’ 하는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중국 무용을 모방하겠다는 생각이 아닌, ‘왜 그들 역시’에 방점이 찍혔다. 이후 중국의 물소매 무용 관련 문헌과 함께 고구려 복식과 고분벽화에 대한 자료를 병행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전문가가 아닌 상황에서 역사적 자료를 찾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2017년 귀국 후 고봉산 일대 답사를 시작으로, 고구려 벽화 도상을 출발점 삼아 소매 중심의 신체 사용과 움직임을 본격적으로 연구했다. 고양시 일산동구 고봉산(208.8m)은 1천500여년 전 고구려가 백제와 치열하게 쟁탈전을 벌이던 군사적 요충지다. 정상부의 고봉산성은 고구려 시대의 유적들이 발굴됐으며, 안장왕과 한씨 미녀의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는 역사적인 장소이다. 또 각종 자료와 문헌을 찾아보며 연구해 나갔다.”
-고구려 소매무용이 현시대에 중요하다 생각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이미 존재했으나 설명되지 못했던 한국 전통무용의 핵심 언어를 다시 드러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소매춤은 하나의 장르명으로 체계화되지는 않았지만, 고구려벽화와 조선시대 춤 기법 사이에는 분명한 미학적 연속성과 신체 사용의 계보가 존재한다. 고분벽화라는 시각기록을 바탕으로 고구려인의 몸 사용 방식과 미감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해석하고 현재와 연결하려 한다. 이러한 작업이야말로 고구려 문화유산을 과거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지금 이 시대에도 의미를 갖는 살아있는 문화로 이어가는 자세라고도 생각한다. 고분벽화 속 소매무용을 어떤 완성된 춤의 형식으로 보기보다는 소매를 통해 몸의 흐름과 공간을 표현하려 했던 당시 고구려인들의 움직임이 그대로 남아 있는 장면으로 보고있다. 이 소매무용을 단정하기보다, ‘어떻게 움직였을까’를 계속 질문하게 하는 이 열린 기록을 계속 탐구하고 재현하는 게 할 일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고구려 고분벽화 속 소매무용과 관련해 역사적, 대중적 오해가 있었다면.
“흔히들 고분벽화 속 소매표현을 단순한 복식 장식이나 의상의 일부로만 바라본다. 소매가 움직임과 표현의 중요한 요소였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또 시기에 따른 역사성이다. 고분벽화 속 소매무용을 고구려 고분벽화가 제작된 시기보다 이후에 정리된 중국 궁중무용, 혹은 잘 알려진 소매무용 형식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고구려 고분벽화 속 소매무용은 이보다 앞선 시기의 기록이다. 이에 고분벽화가 제작된 시대와 환경, 그 안에 담긴 몸의 감각을 함께 살펴보며 다른 관점에서 읽어볼 필요가 있다. 소매를 통해 몸의 흐름과 공간을 표현하려 했던 당시 고구려인들의 움직임 그 자체를 읽어내려 한다.”
-고구려 소매무용을 대중에게 어떻게 선보이고 있나. 또 어떻게 알릴 계획인가.
“그동안 각종 지역문화행사에 참여하며 고구려 소매무용이 대중과 만날 접점을 확대해 왔다. 2024년엔 고구려, 삼국시대 요고, 고구려 무용총벽화에 등장하는 무희의 신발인 ‘무희리(舞姬履)’를 화혜장의 손을 거쳐 복원하기도 했다. 하반기엔 고봉산 학술세미나에서 고구려 소매무용을 다시 선보이려 한다. 학술세미나에서는 소매무용 공연과 함께 무희리를 함께 전시해 공연과 복식, 기록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구성으로 준비할 계획이다. 지속적인 연구와 무대 위에서의 재현, 또 기록으로 남기는 과정을 통해 고구려인들의 소매무용과 현재를 잇는 작업을 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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