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레드라인…이란 경제 근간 무너뜨리면 정권교체 후 부담"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이란 석유 수출에 생명줄인 걸프해역(페르시아만) 북부의 작은 산호초섬 하르그섬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장기적인 대이란 전략을 엿볼 수 있는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 해안에서 25㎞ 떨어진 몇㎞ 길이의 하르그섬은 '가장 민감하고도 가장 때리기 쉬운' 표적이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은 아직 이곳을 공습하지 않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섬은 1960년대 미국 정유사 아모코(Amoco)가 석유시설을 지은 이후 하루 최대 700만배럴 원유를 운송할 수 있는 원유 수출 터미널 역할을 해왔다.
섬 남쪽에는 저장 탱크 수십 개가 밀집해 있고 양쪽으로는 초대형 유조선에 적재하기 위해 깊이 뻗어 있는 부두, 노동자 숙소, 본토와 연결하기 위한 활주로 등 상당히 많은 부분이 노출돼 있다. 해저 송유관은 터미널과 이란의 대형 유전들을 연결한다.
이 섬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전쟁 중 폭격을 심하게 받았으나 이번 전쟁에서는 아직 공습받지 않았다.
터미널은 정상 가동 중인 것으로 보인다. 유조선 추적 플랫폼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주일간 대형 유조선 여러 척이 이곳에서 선적을 마친 것으로 파악된다. 분석가들은 지난 6일 밤 한 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전했다.
하르그섬의 기반시설을 파괴하거나 장악하는 군사작전은 이란에 엄청난 타격이 되겠지만, 에너지 시장에 더한 충격을 주고 향후 이란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지 경제적으로 약화할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하르그섬 공격은 미 정부로선 오랫동안 레드라인이었고 이곳을 공격하는 지가 트럼프 행정부가 장기적으로 이란에 대해 어떤 구상을 하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FT는 짚었다.
이스라엘 일부 정치인은 이곳의 기반시설을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1야당 예시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는 지난 7일 "모든 이란 유전과 하르그섬의 에너지 산업을 파괴해 이란 경제를 마비시키고 정권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00∼2010년대 미 행정부에서 대이란 제재 정책을 담당했던 리처드 네퓨는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곳을 때리면 이란이 걸프 국가들의 석유 기반시설을 진짜 표적으로 삼을 위험이 있다는 걸 안다"며 "정권 교체에 성공해도 후임 정부가 (경제적으로) 극도로 약해진다는 것도 안다"고 지적했다.
또 "그렇다고 앞으로 표적이 안 될 것이란 뜻은 아니다"라며 "이제까지 왜 표적이 안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라고 덧붙였다.
FT는 트럼프 행정부 일각에서 장기적 목표가 이란의 석유를 우호 세력의 손에 들어가도록 하는 것임을 시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재러드 에이전 백악관 국가에너지우위위원회(NEDC)는 폭스비즈니스에 "궁극적으로 우린 테러리스트들의 손에서 모든 석유를 빼앗을 것이므로 호르무즈 해협의 이런 일들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관료 출신 마이클 도란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 행정부는 전후 이란 경제의 근간을 파괴하고 싶진 않을 것"이라며 "여긴 오래된 미국의 레드라인이고 이스라엘은 미국 틀을 벗어나 생각하진 못할 것"이라고 했다.
도란 연구원은 이란의 공격으로 걸프 국가들에서 사상자가 심각하게 발생해 이들이 보복에 나서고자 하는 것과 같은 극단적인 시나리오에서나 하르그섬이 공격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스라엘 작전에 대해 잘 아는 한 소식통은 "이번 작전의 목표는 이란을 완전히 파괴하는 게 아니라 정권 교체"라고 말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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