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오랫동안 ‘문화, 예술 불모지’라는 뼈아픈 수식어를 안고 살았다.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역차별받으며 국립 문화시설과 시립미술관 하나 없이 버텼던 시간이 무려 20년이 넘는다.
그 불합리한 소외를 끊어내고 시민과 예술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설립된 곳이 바로 (재)인천문화재단이다. 그래서 재단의 수장은 단순한 ‘어르신’ 자리가 아니라 행정과 정치를 아우르며 예산을 확보하고 조직을 혁신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띤다고 2021년 본지에 ‘문화재단 대표의 중요성’이란 칼럼을 게재한 바 있다.
하지만 올 2월 인천시의회 업무보고 현장에서 목격된 장면은 참담했다. 인사청문회 당시 제기됐던 ‘역량 부족’ 우려가 불과 두 달여 만에 ‘현실’이 돼 나타난 것이다.
예술적 전문성은 재단 대표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거대 조직을 이끌고 인천 문화예술의 비전을 제시하며 수백억원의 예산을 다루는 대표이사가 ‘몰랐다’거나 ‘시간이 필요하다’는 변명을 늘어놓는 것은 인천 문화 행정 전체를 모독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재단 대표이사는 뒷짐 지고 권위를 누리는 자리가 아니다. 국회와 정부, 시의회를 발로 뛰며 문화 전진기지의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전문 경영인’이자 ‘정무가’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를 보며 시민들이 ‘낙하산’이나 ‘보은 인사’의 악습을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시장 선거캠프 특보 출신이라는 이력 뒤에 숨어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인사가 자리를 꿰찼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 인천은 뮤지엄파크 개관을 위해 건축 중이고 최근 들어선 국립문자박물관과 국립해양박물관과는 문화예술 사업 확장을 위한 협력이 필요하는 등의 굵직한 현안을 마주하고 있다.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자리는 준비된 자들에게 허락되는 자리다.” 시의회의 이 엄중한 경고는 비단 이 대표 개인뿐만 아니라 임명권자인 인천시를 향하고 있다. ‘공부할 시간’을 기다려줄 만큼 인천의 문화 예술계 상황은 한가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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