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봄에 심은 공동체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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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춘추] 봄에 심은 공동체 씨앗

경기일보 2026-03-09 19:12: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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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한파가 지나가고 바람 끝이 부드러워지면 어느새 봄이 다가왔음을 느끼게 된다. 이 무렵 가장 마음이 분주해지는 사람은 아무래도 시골마을의 농부일 터다. 그러나 요즘은 도시 한가운데에서도 1년 농사를 그리며 봄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통적으로 한 해 농사의 시작은 풍년을 안겨줄 벼의 어린 모종인 모를 키우는 일이었다. 요즘처럼 농사법이 현대화되기 전에는 모를 제대로 키워 내기 위해 여러 단계의 손길이 필요했고 동네 사람들은 힘을 모아 일을 마무리하곤 했다.

 

우리 삶 속에는 이렇게 오랜 세월 자연스럽게 형성된 공동체문화인 향약과 두레가 있다. 향약이 마을 사람들의 약속과 질서를 세우는 규범이었다면 두레는 농사라는 삶의 현장에서 연대를 실천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정신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우리 단체가 관리하는 시민생태농장에서는 매년 3월이면 텃밭 분양을 시작한다. 불과 8㎡(2.5평) 남짓한 작은 땅이지만 분양이 결정되는 순간 마치 쌀 만 석을 거둬들인 농부처럼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이후 각자의 텃밭에 퇴비를 뿌리고 흙을 고르는 시간이 이어진다. 처음에는 바로 옆 텃밭 사람들과도 낯설고 쑥스러워 서로 인사조차 나누지 못하지만 이내 먼저 농사를 지어본 이웃이 다가와 노하우를 전해준다.

 

그렇게 한참 동안 흙을 고르며 땀을 흘리고 나서야 사람들은 서로의 풍년을 기원한다. 밭을 가꾸며 나누는 이야기와 웃음 속에는 잊혀져가는 마을공동체의 풍경이 담겨 있다. 그날 사람들은 밭을 고르며 공동체의 씨앗도 함께 심는다. 하지만 이 씨앗이 언제나 푸르게 자라나는 것은 아니다. 텃밭 분양의 조건은 분명하다. 후원회원으로서 1년에 세 차례 봉사활동에 함께하는 것이다. 그러나 분양 날의 북적임과 달리 봉사하는 날에는 익숙한 얼굴만 남는다.

 

공동체는 누군가의 수고가 이어져야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한다. 이 텃밭이 사라지는 날 우리는 공동체가 왜 무너졌는지도 모른 채 그저 아쉬워하게 되지는 않을까.

 

비록 향약과 두레가 잊혀가는 시대이지만 함께 땀 흘리고 나누는 이 작은 문화만큼은 쉽게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공동체의 지혜는 배려와 참여가 멈추지 않을 때 겨우 명맥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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