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성평등과 공존시스템 구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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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성평등과 공존시스템 구축을

경기일보 2026-03-09 19:07: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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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년 뉴욕,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는 여성들의 함성이 매서운 겨울바람을 뚫고 들려왔다. ‘빵’은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이었고 ‘장미’는 평등한 인간으로 존중해달라는 의미였다. 매년 3월8일 ‘세계여성의날’을 맞이할 때마다 그들이 외쳤던 빵과 장미가 오늘날의 여성들 손에 온전히 쥐어졌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그로부터 120여년이 흘렀음에도 확실히 “그렇다”란 답을 내리기엔 부족한 점이 많은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변화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니 한 발 한 발 나아가면 분명 여성도 남성도 모두 만족스러운 접점을 찾게 되리라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사의 시계가 1908년 뉴욕보다 더 이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앞으로 세계적 남녀평등 실현 선도국으로 성장한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

 

우리나라 여성사의 시작점은 1898년 서울 북촌에서 울려 퍼진 ‘여권통문(女權通文)’이다. 당시 개화사상가들에 의해 여성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독립신문 등도 여성의 권리 찾기와 남녀평등 실현을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 여성 교육이 언급하기 시작했다. 선교사들에 의해 이화학당 등 여학교가 설립됐고 1898년 9월1일 여성 300여명이 서울 북촌에 모여 ‘여학교설시통문(女學校設始通文)’을 발표했다. “어찌하여 병신 모양으로 집안에만 거처하며 남의 절제만 받으리오”라는 서슬 퍼런 선언은 단순한 외침이 아니었다. 그들은 근대화된 정치에 여성들도 참여할 권리, 남성과 평등하게 직업을 가질 권리, 여성도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주장했다. 서구의 참정권운동보다도 앞선 시기에 여성 스스로 존엄을 외치고 교육권과 직업권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세계사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선구적 사건이었다.

 

우리 민족 역사의 주요 장면에서도 여성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임진왜란 당시 부녀자들이 치마를 짧게 잘라 덧치마를 만들어 입고 돌을 나르며 병사들과 함께 전투에 참여했고 1919년의 3·1운동의 주역으로 겨우 열일곱 살 학생이었던 유관순과 수많은 여성이 만세운동을 조직해 전국적 확산을 이뤄냈다. 가깝게는 2024년 12월 불법 계엄을 일으킨 내란 우두머리를 탄핵하는 과정에서 응원봉을 들고 목이 터지도록 정의를 외치거나 내리는 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밤새 자리를 지킨 ‘키세스단’ 등이 바로 그들이다. 남성은 없었고 여성들만 있었다는 게 아니다. 여성들이 남성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대규모로 공적 공간에 등장해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주역으로 활약했다는 점을 말하고자 함이다.

 

2026년 현재,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어떤가. 법적 평등은 어느 정도 갖춰졌으나 경력단절이라는 보이지 않는 장벽, 여전한 가사노동의 불균형, 디지털 공간으로 확장된 새로운 형태의 성폭력은 우리가 도달해야 할 평등의 지점이 여전히 멀리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남녀평등의 가치는 ‘여성에게 기회를 주는 것’을 넘어 구조적 체질 개선을 목표로 도약해야 한다.

 

2026년의 여성 정책이 지향해야 할 지점은 명확하다. 여성을 수혜의 대상으로 삼는 시혜적 관점에서 벗어나 남녀 모두를 돌봄과 노동의 주체로 보면서 ‘공존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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