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사망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강경파'로 분류되는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선출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대표적인 '반미' 인사로 알려져 있다. 특히, '순교자'의 아들이 최고지도자로서 항전을 이끈다는 상징성을 갖게 된 만큼 이란의 항전의지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완전히 제압하기 위해 지상군 투입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란 전문가회의, '세습' 비판에도 강경파 모즈타바 최고지도자로 선출
이란 전문가회의는 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차기 최고지도자로 선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문가회의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존경하는 전문가회의 대표들의 결정적인 투표를 바탕으로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신성한 이란 이슬람 공화국 체제의 제3대 지도자로 선출 및 소개했다"고 밝혔다.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는 이란 국정 전반에 걸쳐 최종 결정권을 보유하게 됐다. 군부 실세인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총사령관직을 수행하며, 핵무기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에 대한 통제권도 갖는다.
혁명수비대는 모즈타바가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직후 새 지도자에 충성을 바치겠다며 '완전한 복종'을 선언했으며 이란 안보 수장인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도 모즈타바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모즈타바는 혁명수비대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온 대미 강경파로 분류된다. 지금까지 공직을 맡은 적이 없지만 혁명수비대와 정보기관 내 영향력이 막강해 오랫동안 후계자 후보로 거론됐다.
다만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세습 통치를 종식한 이란 이슬람 공화국 체제에서 최고지도자를 세습했다는 점에서 반발도 예상된다. 앞서 하메네이는 2024년 아들이 후계자가 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이란이 모즈타바를 최고지도자로 선출한 것은 그만큼 이란이 급박한 처지라는 것을 반증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공습으로 궤멸 위기에 놓인 군부 입장에서는 강경파인 모즈타바의 존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순교자'의 아들이 최고지도자로서 대미 항전을 이끈다는 상징성은 이란 내부 결속을 유지하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계산이다.
"이란의 하메네이 2세 집권은 '끝까지 싸우겠다' 의지"
주요 외신과 전문가들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모즈타바가 강경한 항전 노선을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중동·북아프리카 프로그램 국장은 "하메네이 2세의 등장은 국내에서는 억압, 국제적으로는 저항이라는 기존의 전략을 지속하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며 "이란의 현 체제가 타협할 의사가 전혀 없으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저항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이 차기 최고지도자를 발표한 것 자체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도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즈타바가 차기로 유력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하메네이의 아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감을 보여왔다. 이스라엘은 차기 최고지도자도 제거 대상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차기 지도자가 미국과 이란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전쟁이 끝날 때까지 발표를 미룰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어 왔다.
그럼에도 이란이 발표를 강행한 것은 미국에 대한 저항 의지를 확고히 하고 대내외적으로 이란 정권이 여전히 제 기능을 하고 있음을 알린 셈이다.
이는 이란 내부에서 강경파가 정권을 확고히 장악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트럼프 "이란 최고지도자, 우리 승인 없으면 오래 못갈 것"
트럼프 대통령은 8일 ABC 뉴스 인터뷰에서 자신의 승인을 받지 않은 이란의 차기 최고지도자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그는 우리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할 것"이라며 "우리의 승인을 받지 않으면 그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 기간에 대해 "모르겠다. 나는 결코 예측하지 않는다"며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공격의) 치명성과 시간 측면에서 우리가 일정보다 앞서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에 대해선 "나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건 작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좋은 점은 우리가 그들의 함선 44척을 침몰시켰고, 그게 그들의 전체 해군 전력이라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의 공군을 무력화했고, 통신망을 무력화했고, 그들의 대공 방어 체계는 사라졌다. 그들은 방어 능력이 없다. 그들이 가진 것은 말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번 전쟁에 대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을 비롯한 핵심 지지층의 지지가 적다는 지적에는 "우리가 하는 일이야말로 마가"라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나라를 잃거나 공격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마가는 미국을 구하는 것"이라며 "나는 마가와 함께 지금껏 어떤 때보다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이스라엘, 이란 우라늄 확보 위해 특수부대 투입 검토"
이란이 강경파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며 항전 의지를 보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지상전 투입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7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 후반 단계에서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하기 위한 특수작전을 논의해왔다고 보도했다.
핵심 목표는 이란이 보유한 60% 농축 우라늄 450㎏을 확보하는 것이다.
준무기급으로 평가되는 60% 농축 우라늄은 몇주 안에 무기급인 90% 수준으로 농축될 수 있으며, 이는 핵폭탄 11기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대부분은 지난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파괴한 이스파한 핵시설 지하 터널에 남아있고, 일부는 포르도와 나탄즈 핵시설에 분산된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우라늄 확보를 시도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해 이를 시도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미국의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 핵시설 3곳에 대한 전격적인 공습 및 타격 이후 고농축 우라늄의 행방이 묘연하고, 추적 작업을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이 공습 이전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관들이 신고된 핵 시설에 평균적으로 하루에 한번 이상 방문했지만, 이후에는 중단되는 바람에 이제 미국과 이스라엘이 우라늄 은닉 장소를 찾아내야 하게 됐다는 것이다.
다만, 실제 작전은 이란군의 대응 능력이 크게 약화했다고 판단될 때만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작전을 미군과 이스라엘군 중 누가 수행할지, 아니면 합동 임무로 진행할지도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다. 미국 내부에서는 우라늄 확보 과정의 기술적·군사적 난관이 적지 않다는 평가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에어포스원(전용기) 안에서 핵 물질 확보를 위해 군대가 투입될 가능성이 있는지 묻는 기자 질문에 "어느 시점에는 아마도 그렇게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아직 그걸 노리진 않고 있다. 지금 당장은 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나중에 그렇게 할 수도 있다"라며 실행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미군이 정권을 장악하기 위해 지상군을 투입한다면 과거 분쟁 때 제82공수사단이 맡았던 상징적 역할을 고려할 때 이 사단의 '즉각대응군(IRF)'이 차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고 WP가 최근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제82공수사단 지휘부의 대규모 훈련이 최근 갑작스럽게 취소되고 본부 대기 지시가 내려가면서 이들이 대이란 지상전에 투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급속히 고조됐다.
다만 미국이 지상군을 투입 가능성을 여러모로 들여다보는 것이 사실이라도 투입이 임박한 상황까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지상군 투입과 관련해 어떤 선택지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강조하고 있다면서 현재 전쟁 계획에 지상군 배치가 포함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