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장기화...산업계, 업종 불문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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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 장기화...산업계, 업종 불문 우려 확산

한스경제 2026-03-09 16: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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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연합뉴스

|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중동전쟁이 발발한지 열흘째로 접어들면서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지만 산업계 전반에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치솟기 시작한 유가에 운전자들과 중소기업들은 벌써부터 중동 정세 불안정이란 심각한 변수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고 국제유가도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급등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국내 산업계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수출입 중심의 경제 구조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정과 전쟁 등의 외부충격에 취약하다. 이에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 차질 등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에너지 수송 차질로 인한 업종별 연쇄 충격파도 우려되고 있다.

◆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원유·LNG 수급 차질

이란과 오만 사이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이란·이라크·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의 원유 해상 운송로로 쓰인다.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20%가 이 곳을 지나며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국인 카타르에서 유럽·아시아 지역으로 LNG를 해상 운송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할 길목이기도 하다.

이번 사태로 직격탄을 맞는 업종은 정유·석유화학업계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원유의 70.7%, LNG의 20.4%를 중동에서 구매해 도입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원유 가격은 물론 운송 비용까지 급등하고 있다.

실제 국제 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 선물(5월 인도분) 가격은 지난 6일 전일 대비 8.52% 오른 배럴당 92.69달러에 마감돼 100달러선 도달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날 브렌트유의 종가는 2022년 3월 이후 일일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원유 운임 비용을 나타내는 발틱원유유조선지수도 55%가량 상승했다.

◆ 해운업계 단기 수혜...장기화 시 수요위축

국제 유가의 단기간 급등 현상은 정유와 석유화학업계가 각각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온도 차가 발생하고 있다. 우선 정유업계는 유가가 상승하면 보유 원유 재고 평가이익이 발생하고 석유제품 가격의 동반 상승이란 호재를 누릴 수 있다. 여기에 정제마진 확대 효과까지 더해지면 정유업계가 이번 사태의 단기 수혜가 예상된다는 관측이다.

다만 이러한 긍정적 효과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도 있다. 장기전으로 돌입할 경우 원유 운송 비용과 보험료 등이 상승하면서 정유사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고 고유가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이어질 경우 석유제품 수요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석유화학업계는 정유와 정반대 상황이다. 원유 가격 급등은 석유화학 제품의 주요 원재료인 납사 가격 상승과 직결되는데 현재처럼 글로벌 공급 과잉이 지속되는 환경에서는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제품 가격이 원가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스프레드가 축소되며 석화업계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해운업계는 유가와 보험료 상승, 우회 운항 등으로 운임이 오르며 단기적으로는 수혜 업종으로 거론되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단기적 호재는 언제든 악재로 전환될 수 있다. 고유가와 해상운임 상승이 계속되면 화주들의 선적 중단 및 선박을 이용한 수출입 감소 더 나아가 화물 확보 문제까지 한꺼번에 겹치는 수요 감소를 피할 방도가 없다는 분석이다.

◆ 반도체 원자재 수급 비상...車 운송 지연 물류비 증가

해상운송 운임 상승에 따른 파장은 자동차 업계로도 확산된다. 투자은행(IB) 번스타인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중동 시장에서 10%의 판매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지속되면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의 운송이 지연되고 물류비도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차뿐 아니라 중고차 수출에도 큰 차질이 발생했다. 지난해 한국이 해외로 수출한 중고차 88만여대 중 35%가 중동 지역으로 팔렸는데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중고차업계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고차 수출업체 관계자는 “바닷길이 막히면서 중동행 중고차 선적 예약은 현재 전면 중지된 상태이며 선적 작업 중단으로 차고지엔 중동향 배에 실려 있어야 할 중고차로 포화 상태”라며 “다른 차고지를 구해 급한 불은 껐지만 추가 차고지에 대한 임대료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고차는 컨테이너에 실어 보내는데 해상 운임은 이미 올랐고 우회항로를 택하거나 환적을 할 경우 부담은 가중된다”며 “운송회사(선사)에서는 운임 증가분에 '전쟁 위험 할증료'로 3500달러를 더 내라고 한다. 우리 같은 중소 업체는 감당하기가 아예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업계는 원재료 수급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헬륨은 노광장비 냉각, 웨이퍼 누설 점검 등에 쓰이는 반도체 필수 소재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헬륨의 90%는 카타르에서 수입해 온다. 반도체 회사들은 중동 주요국에서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연돼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까지 열어두며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항공업계 역시 항공유 가격 인상으로 다음 달 유류할증료 인상이 불가피해지자 여객 수요 감소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또 항공기 리스와 정비 비용, 항공유 등 주요 고정비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하는 만큼 환율과 유가의 동반 상승이 발생할 경우 비용 구조가 크게 악화될 수 있다.

이 밖에도 조선·방산업계는 타 업종에 비해 직접적인 영향이 덜 하지만 장기전 돌입 시 원자재의 부품·조달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방산의 경우 수출 제품의 행선지가 중동 지역에 많이 몰려 있고 중후장대한 무기 체계 특성상 선박을 이용한 해상운송에 전적으로 의존하다 보니 바닷길이 막히면 물류비 증가와 납기 지연 등의 피해가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장기전 돌입 여부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추이, 글로벌 경기 흐름 등에 따라 산업별 체감 효과가 언제든 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전황 및 유가 상황 등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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