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죽였지만 하메네이 2세 집권해 '항전의지' 고수
'베네수엘라 모델' 염두에 둔 정권교체 또는 순치에 눈독
공수부대 차출설…무기급 우라늄 압수 위한 핀셋투입 우선 거론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이란이 9일(현지시간)로 열흘째 이어진 미국·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지도부를 대거 잃는 등 큰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도 반격을 이어가고 있다.
군사력 열세에 놓인 이란은 아랍에미리트(UAE) 등 이웃 걸프 국가들의 에너지 인프라를 비대칭 전력인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등 '오일 쇼크'를 일으켜 세계 경제를 뒤흔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하메네이의 아들인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차기 최고 지도자로 세우면서 '항전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제압하기 위해 자칫 장기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지상군 투입이라는 카드까지 꺼내 들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은 지난달 28일 이란 군사 공격에 나선 후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적은 없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미군은 누차 이란 핵무기 개발 능력과 탄도미사일을 비롯한 외부 공격 능력 제거가 이번 전쟁의 핵심 목표라고 강조함에 따라 지상군 투입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이란 최고지도자 선정에 직접 관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강하게 밝히는 등 이란에 '베네수엘라 모델'을 강압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이런 기류에 민감한 변화가 감지된다.
미국의 목표가 정권을 교체하거나 순종적으로 길들이는 데 있다는 조짐이 나타나면서 지상군 투입 가능성이 커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아직은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지난 주말을 거치면서 전보다는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좀 더 열어놓는 듯한 모습이다.
그는 지난 7일 전용기에서 핵 물질 확보를 위해 군대가 투입될 가능성이 있는지 묻는 기자 질문에 "어느 시점에는 아마도 그렇게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아직 그걸 노리진 않고 있다. 지금 당장은 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나중에 그렇게 할 수도 있다"라며 실행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속적인 공습에도 이란 '신정 체제'의 핵심 구조에 근본적 균열 조짐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군, 해군 전력을 중심으로 한 미군의 원거리 공습 작전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든 정부 시절 공군 장관을 지낸 프랭크 켄달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한 정부를 제거하고 다른 정부로 대체하기에는 전투기, 미사일, 폭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미군이 과거 정권을 전복할 때는 모든 작전에서 군대와 토착 세력의 병력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의 고위 지도부가 다수 제거된 뒤에도 이슬람 신정 체제를 떠받치는 무력 조직인 혁명수비대는 여전히 대체로 건재한 상태로 이란 내부를 장악하고 있다.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으로 친미 왕정을 축출한 혁명정부의 헌법에 따라 탄생한 이 조직은 약 20만명에 달하며 정규군 조직과 별도로 존재한다.
이 밖에도 이란 정권은 친정부 민병대 조직인 바시즈를 통해 60만명을 동원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조직은 최근 이란의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인들에게 봉기해 정권을 무너뜨리라고 공개적으로 종용했지만 아직은 이란인들이 반체제 목소리를 거리에서 안전하게 내뱉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닌 것이다.
결국 미군이 정권을 장악하기 위해 지상군을 투입한다면 과거 분쟁 때 제82공수사단이 맡았던 상징적 역할을 고려할 때 이 사단의 '즉각대응군(IRF)'이 차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고 WP가 최근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제82공수사단 지휘부의 대규모 훈련이 최근 갑작스럽게 취소되고 본부 대기 지시가 내려가면서 이들이 대이란 지상전에 투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급속히 고조됐다.
다만 미국이 지상군을 투입 가능성을 여러모로 들여다보는 것이 사실이라도 투입이 임박한 상황까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지상군 투입과 관련해 어떤 선택지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강조하고 있다면서 현재 전쟁 계획에 지상군 배치가 포함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란이 무기급으로 고농축한 우라늄을 압수하는 것과 같은 특정 목표나 정권 교체 지원 같은 더 큰 차원의 전략적 목표를 위한 지상군 투입은 미국이 이란 전쟁에 깊이 발을 담그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에도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에서 전반적으로 이번 이란 공격 지지 여론이 높지 않다. 게다가 여당인 공화당과 신고립주의 성향의 트럼프 대통령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 진영에서도 미국이 이란과 전쟁의 수렁에 깊게 빠져드는 데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지상전 투입은 반전 여론의 불씨를 댕길 수 있는 미군의 희생자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미국의 이란 공격 개시 이후 총 7명의 미군 장병이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공화당 소속인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CNN에 "지상 병력을 투입하고, 그 병력이 추가 지원을 필요로 하게 되면 그것은 장기적인 분쟁처럼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의 전쟁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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