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끝자락인 전라남도 해남군, 그중에서도 거친 암석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달마산은 그 자태부터 남다르다. 수직으로 솟구친 바위들이 산맥을 이루는 이곳 정상부 근처에는 구름을 베개 삼아 누운 듯한 작은 암자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달마산 12암자 중 유일하게 복원된 곳이자 해남의 새로운 선경으로 꼽히는 도솔암이다. 암릉 끝자락에 위태로운 듯 견고하게 서 있는 이 암자는 땅 위가 아닌 하늘 아래 가장 먼저 닿는 기도처 같은 인상을 준다.
해남 달마산 도솔암 / Jun hyun-Shutterstock.com
도솔암의 역사는 통일신라 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화엄조사인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년의 기도 도량으로 알려져 있으며, 인근 미황사를 창건한 의조화상 역시 이곳에서 수행에 정진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오랜 세월 속에서 정유재란을 겪으며 불에 타 소실됐고, 한동안 빈터만 남은 채 세간의 기억 속에서 잊혔다. 그러다 2002년 오대산 월정사에서 수행하던 법조 스님이 32일 만에 단청까지 복원하며 지금의 기적 같은 모습을 되찾았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 돌을 쌓아 평지를 만들고 지어 올린 암자는 마치 사람이 아닌 자연이 빚어낸 요새처럼 보인다.
해남 달마산 도솔암 / 연합뉴스
이곳에 서면 발 아래로 서남해의 다도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른 아침에는 운해에 잠겨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신비로운 광경을 연출하고, 해 질 녘에는 붉게 물든 노을이 암석과 어우러져 장엄한 풍경을 자아낸다. 사계절의 변화 또한 뚜렷하다. 4월과 5월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암릉 사이를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여름에는 푸른 원추리가, 가을에는 단풍이 바위산에 색을 입힌다. 겨울의 하얀 설경은 흑백 산수화를 연상케 할 만큼 고즈넉하다. 빼어난 풍광 덕분에 유명 드라마나 광고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며 여행객과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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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암으로 향하는 길은 그리 험난하지 않다. 달마산 도솔봉 주차장까지 차량으로 이동한 뒤, 잘 닦인 평탄한 산길을 따라 800m가량 걸으면 닿을 수 있다. 입장료와 주차료는 모두 무료이며, 연중무휴로 상시 개방돼 있어 언제든 자연의 품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산 정상부에 위치한 만큼 기상 변화가 잦고 바람이 강해 방문 전 날씨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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