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르노의 두 번째 야심작, '필랑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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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르노의 두 번째 야심작, '필랑트'

한스경제 2026-03-09 16: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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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 아이코닉 트림의 외관./곽호준 기자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 아이코닉 트림의 외관./곽호준 기자 

| 경주=한스경제 곽호준 기자 | "필랑트는 르노의 휴먼 퍼스트 철학과 첨단 기술이 집약된 플래그십 크로스오버로 글로벌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릴 핵심 모델입니다."

지난 5일 니콜라 파리 르노코리아 대표이사가 경주에서 진행된 '필랑트'의 미디어 시승을 앞두고 한 말이다. 파리 대표가 이토록 자신감을 드러낸 이유는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는 힘이 넘치는 파워트레인에 기반한 매끄러운 가속은 물론 정교한 주행 질감을 통해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걸맞은 안락함까지 선사하기 때문이다.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 알핀 에스프리 트림의 외관./곽호준 기자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 알핀 에스프리 트림의 외관./곽호준 기자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 아이코닉(새틴 포레스트 블랙 컬러) 트림의 전면./곽호준 기자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 아이코닉(새틴 포레스트 블랙 컬러) 트림의 전면./곽호준 기자 

'오로라2'. 르노코리아가 차세대 친환경 신차 개발에 돌입하며 발표한 '오로라 프로젝트' 두 번째 결과물 필랑트의 코드명이다. 필랑트는 지난 2024년에 선보인 오로라1 '그랑 콜레오스'와 함께 브랜드 미래를 결정지을 넥스트 카드로 꼽힌다.

출발은 매우 순조롭다. 이달 둘째 주부터 고객 인도를 앞두고 지난달 기준 사전 계약 누적 대수는 7000대에 육박한다. 과연 필랑트는 성공적인 데뷔를 이뤄낼 수 있을지 안팎을 상세히 살폈다.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의 중간 트림 '아이코닉'이다.

◆디자인·공간성·AI까지…플래그십다운 구성

외관은 시대를 앞선 디자인을 자랑한다. 그간 크로스오버 모델에서 볼 수 없었던 특유의 외적 요소가 신선함을 전달한다. 강렬한 첫인상을 결정지은 부분은 앞모습. 얇게 다듬은 입체적인 헤드램프와 다이아몬드 형태의 로장주 엠블럼을 형상화한 그릴 패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앞범퍼 하단 양옆에 배치된 'ㄱ'자 형태가 조합된 주간주행등(DRL)은 차체를 더 낮으면서도 넓어 보이게 한다. 시승차의 보디 컬러 '새틴 포레스트 블랙'은 무광임에도 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채도와 명암 차이가 뚜렷해 차체 표면을 멋스럽게 드러낸다.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 아이코닉 트림의 전면./곽호준 기자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 아이코닉 트림의 전면./곽호준 기자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 아이코닉 트림의 측면./곽호준 기자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 아이코닉 트림의 측면./곽호준 기자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 아이코닉 트림의 후면./곽호준 기자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 아이코닉 트림의 후면./곽호준 기자 

옆모습이 크로스오버의 형태를 가장 잘 드러낸다. 제원상 차체 크기는 길이 4915㎜, 너비 1890㎜, 높이 1635㎜로 그랑 콜레오스보다 70㎜ 낮고, 135㎜ 더 길어진 비율이 참 매력적이다. 긴 차체와 대비돼 완만한 루프 라인이 그려내는 쿠페형 실루엣이 매력 포인트. 뒷모습은 입체적으로 빚은 테일램프와 테일게이트, 공력성능을 고려한 플로팅 타입의 리어 스포일러가 어우러져 플래그십 크로스오버 다운 존재감을 뽐낸다. 별똥별에서 착안한 차명을 의미하는 후면 중앙의 'FILANTE' 레터링도 개성 넘친다.

내부는 그랑 콜레오스와 유사하다. 외모에서의 화려함이 실내로도 이어져 고급감 넘치는 라운지에 들어선 기분이다. 이른바 '오픈알(openR)'이라 불리는 파노라마 스크린이 인테리어의 방점을 찍는다. 마치 버킷 시트를 연상케 하는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 시트'는 몸을 딱 맞게 감싸면서도 폭신한 착좌감이 인상적이다. 게다가 변속기를 전자식 레버 방식으로 배치했고 비상등, 일부 공조 장치 등 운전 중 즉각 사용해야 할 기능들은 물리 버튼으로 마련해 직관성도 챙겼다.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 아이코닉 트림의 실내./곽호준 기자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 아이코닉 트림의 실내./곽호준 기자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 아이코닉 트림의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 시트'./곽호준 기자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 아이코닉 트림의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 시트'./곽호준 기자 

차별화된 인포테인먼트 기능도 돋보인다. 오픈알의 인터페이스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와 유사해 적응이 빠르고 편하다. 크래시 패드를 뒤덮은 12.3인치의 계기판(클러스터)·중앙·동승석 디스플레이 3개는 각각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하면서 응답성도 빠르다.

다만 동승석 모니터는 해상도가 다소 떨어진다. 이는 운전석에서 화면이 보이지 않도록 하는 관련 법규를 충족하기 위해 전용 필름을 부착한 탓이다. 그랑 콜레오스에서도 불편했던 부분인데 화면이 일그러지는 현상을 조금이라도 완화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면 만족도가 더 높아졌을듯하다.

새로 추가된 다채로운 자체 앱도 눈에 띈다. ▲챗GPT 기반 차량 매뉴얼 '팁스(Tips)' ▲실제 주행 도로 연동 레이싱 게임 'R:레이싱' ▲리듬 게임 'R:러쉬' 등이 대표적이다. 필랑트에는 브랜드 최초로 인공지능(AI) 기반 음성 어시스턴트 '에이닷 오토'가 탑재된다. 이는 자연어 대화 기반으로 내비게이션·미디어·공조·창문 등 차량 제어까지 AI가 수행하는 기능이다.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의 리듬 게임 'R:러쉬' 실행 모습./곽호준 기자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의 리듬 게임 'R:러쉬' 실행 모습./곽호준 기자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의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곽호준 기자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의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곽호준 기자

사용법은 '하이 르노' 또는 '에이닷'이라 외치면 차량과의 대화가 시작된다. 가령 "경주 맛집을 추천해 줘"라고 말하면 티맵과 연동돼 주변 맛집을 소개하고 이어 "가장 인기 많은 곳으로 안내해 줘"라고 하면 경로를 해당 목적지로 곧바로 설정해 운전 중에도 편리하다.

게다가 운전자의 운행 데이터를 학습해 출퇴근, 나들이 등 시간에 맞춰 목적지도 알아서 추천한다. 다만 차량용 어시스턴트인 만큼 안전을 위해 답변이 100자 내외 수준으로 제한돼 흔히 사용하는 생성형 AI만큼의 자세한 답을 기대하긴 어렵다.

'프리미엄 테크 라운지'라는 콘셉트답게 넉넉한 공간감을 자랑한다. 긴 전장의 이점을 살린 2820㎜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2열 무릎 공간 320㎜, 헤드룸 874㎜(파노라믹 글래스 루프 적용 시)의 여유로운 공간감을 확보했다. 뒷좌석은 평균 키의 성인 남성이 다리를 꼬고 앉아도 불편함이 전혀 없을 정도다. 게다가 1.1㎡ 크기의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 덕분에 개방감도 뛰어나다. 적재 공간은 기본 633ℓ, 2열 폴딩 시 2050ℓ까지 확장된다.

◆한층 다듬은 하이브리드…주행 감각과 성능 모두 개선

필랑트에는 한층 개선된 하이브리드 E-Tech가 탑재된다. 파워트레인은 직렬 4기통 1.5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구동, 변속, 발전 등을 모두 수행하는 '멀티모드 오토 변속기'가 맞물린다. 이 변속기는 출력 100kW 구동 전기 모터와 60kW 시동 모터로 이뤄진 2개의 전기 모터(듀얼 모터 시스템)에 듀얼 3단 기어와 인버터를 하나로 묶었다. 사실상 파워트레인의 하드웨어 자체는 그랑 콜레오스와 거의 동일한 셈이다.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의 엔진./곽호준 기자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의 엔진./곽호준 기자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의 주행 모습./르노코리아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의 주행 모습./르노코리아

그러나 성능은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르노코리아는 튜닝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하이브리드의 동력 시스템에 응답성을 높였다. 제원상 수치도 시스템 합산 최고출력 250마력, 엔진의 최대 토크는 25.5kg·m로 소폭 늘었다. 그래서 주행 감각 자체는 해치백처럼 경쾌하며 힘도 넘친다. 가속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기민한 초기 반응 덕분에 1.7t(톤)이 넘는 차체를 가뿐히 밀어낸다. 이 차의 안전 최고 속도인 시속 180km까지 속도계 바늘을 올리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잘 달리는 만큼 고속주행 안정감도 뛰어나다. 속도를 올릴수록 세단처럼 차체를 바닥에 진득하게 눌러 붙이는 느낌이 좋다. 체감상 느껴지는 속도감과 계기판 속도계의 차이가 크다. 예컨대 계기판 기준 시속 110km로 주행하고 있는데 마치 시속 80km대로 달리는 듯한 기분이다. 이는 CMA 플랫폼에서 비롯된 탄탄한 섀시가 뒷받침됐기 때문인데 어지간히 속도를 올려도 서스펜션의 상하, 좌우 움직임이 정제되고 하체의 느낌도 묵직하다.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 아이코닉 트림의 외관./곽호준 기자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 아이코닉 트림의 외관./곽호준 기자 

동시에 준수한 승차감까지 양립했다. 보통 주행 안정성을 높이게 되면 승차감은 다소 부족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커다란 방지턱도 유연하게 넘어가며 오돌토돌한 노면을 손쉽게 완충하는 능력이 준대형급 세단 못지않다. 물론 플래그십 대형 세단 같은 우아한 안락함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움직임이 전반적으로 깔끔하다.

비결은 '주파수 감응형 댐퍼(SFD)'의 탑재 효과다. 이는 서스펜션이 노면에서 유입되는 진동의 주파수를 감지해 실시간으로 감쇠력을 적절하게 바꾸는 방식이다. 일상에선 미세한 진동에 맞춰 승차감을 부드럽게 다듬고 굽잇길에선 감쇠력을 단단하게 바꿔 차체 흔들림을 억제해 탄탄한 거동을 만든다. 그랑 콜레오스가 단일 감쇠력의 서스펜션으로 패밀리 SUV에 걸맞은 주행 안정성과 승차감을 균형 있게 맞췄다면 필랑트는 SFD를 더해 세단에 가까운 주행 감각을 구현한 것이다.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 알핀 에스프리의 주행 모습./르노코리아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 알핀 에스프리의 주행 모습./르노코리아

세단의 느낌을 주는 데에는 정숙성도 한몫한다. 르노코리아의 가장 진보한 소음 저감 기술인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 기능 덕분이다. 엔진음과 타이어 소음 등을 10개의 스피커로 반대 위상 주파수를 송출해 상쇄시킨다. 또 도어 실링과 바닥, 엔진룸에 흡차음재를 아낌없이 사용했고 앞 유리를 포함한 1·2열 창문을 모두 '이중 접합 차음유리'로 틀어막았다. 그래서 주행 중 전기 모터만 구동될 경우 웬만한 전기차처럼 고요한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했던 부분은 연비다. 20인치 휠 타이어를 신은 시승차의 공인 복합 연비는 리터당 15.1km로 기대를 키우기 충분하다. 이번 시승은 경주와 울산 일대를 약 150km를 주행했다. 출발지에서 기착지까지 약 70km를 달리며 얻은 결과는 리터당 17km로 공인 수치를 웃돌았다. 이는 연비 주행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도로 위 흐름에 맞춰 자연스럽게 달린 결과다.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의 계기판./곽호준 기자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의 계기판./곽호준 기자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 아이코닉 트림의 외관./곽호준 기자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 아이코닉 트림의 외관./곽호준 기자 

반면 최종 목적지까지 달린 약 83km는 리터당 11.2km를 기록했다. 참고로 복귀 코스는 대부분 뻥 뚫린 고속도로와 급코너가 이어진 굽잇길로 이뤄졌다. 이 결과는 필랑트의 뛰어난 기본기에 감탄해 해당 코스에서 가속 페달을 신나게 밟은 영향이 컸다. 아무리 효율이 좋은 파워트레인이라도 연비는 운전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그만큼 공인 연비 이상의 효율을 얻고 싶다면 보다 여유로운 주행이 답이다.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의 판매 가격은 친환경차 세제 혜택 적용 기준 ▲테크노 4331만원 ▲아이코닉 4696만원 ▲에스프리 알핀 4971만원 ▲에스프리 알핀 1955 트림 5218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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