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위성사진·선박 위치 자료 분석 보도…"中의 이례적 조치" 평가
미사일 연료 과염소산나트륨 적재 가능성…"15∼16일 이란 도착 예정"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미국 제재를 받는 이란 국영 해운사 소속 선박 2척이 미사일 추진체 연료 저장시설이 있는 중국의 항만에서 이란으로 출항한 것으로 보인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동 위기 장기화 우려 속에 중국이 이란으로 무기 관련 물자 운송을 사실상 용인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WP가 선박 위치추적 자료와 위성사진, 미 재무부 기록 등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란 국영 선사(IRISL) 소속 선박인 '샤브디스'(Shabdis)와 바르진(Barzin)호가 중국 남동부 주하이의 가오란항에서 화물을 가득 싣고 지난주에 이란으로 출항했다.
가오란항에는 과염소산나트륨을 포함한 액체 화학물질 저장 터미널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중거리 미사일의 고체연료 제조에 쓰이는 핵심 연료인 과염소산나트륨은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 유지에 꼭 필요한 물질로 알려졌다.
전직 미 재무부 이란 제재 담당 당국자이자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고문인 미아드 말레키는 "가오란항은 중국 남부에서 가장 큰 액체 화학물질 저장 터미널 일부를 보유하고 있다"라면서 "가오란항에서 이란으로 화학물질이 옮겨진 이력, IRISL의 관여, 선박들의 움직임 등으로 미뤄 두 선박에 과염소산나트륨이 실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염소산나트륨은 과염소산암모늄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며 이는 디옥틸 세바케이트와 함께 탄도미사일을 추진하는 고체 추진제에 사용될 수 있다고 WP는 설명했다.
WP는 이들 선박의 흘수(물속에 잠긴 선체 깊이) 변화를 비교할 때 지난 4일 가오란항에 도착해 5일 출항하기까지 사이에 해당 연료가 가득 선적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해양 정보업체 '폴 스타 디펜스'(Pole Star Defense)는 선박이 입항 당시보다 출항 때 물에 더욱 깊이 잠긴 것으로 확인됐다고 WP에 밝혔다. 흘수 지표를 통해 그만큼 화물이 가득 실렸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정황들을 토대로 보면 중국이 대외적으로는 전쟁의 중단을 촉구하면서 실제로는 이란행 민감 물자 운송을 묵인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각각 컨테이너 6천500개와 1만4천500개까지 실을 수 있는 이들 선박은 지난 7일에는 남중국해에 있었다. 이는 해운 데이터 플랫폼 케플러의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된 것이다.
샤브디스호의 목적지는 이란 차바하르항(3월 16일 도착 목표)이며, 바르진호의 목적지는 호르무즈 해협 연안의 이란 반다르아바스항(3월 15일 도착 목표)으로 돼 있다.
차바하르항 인근에는 이란 해군기지가 있고, 반다르아바스는 이란의 주요 해군 거점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군사 공격 이후 반다르아바스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는 모습이 위성사진을 통해 포착됐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그랜트 럼리 선임연구원은 "만약 이 선박들이 과염소산나트륨을 싣고 있는 게 맞는다면 이는 역내 이해관계를 균형적으로 관리해온 중국의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사일과 드론이 걸프 국가들에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란을 지원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중국과 여러 걸프 국가 간 관계는 악화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워싱턴에 있는 주미국 중국대사관은 논평 요청 메시지에 응답하지 않았다. 미 국방부, 백악관, 재무부도 이 사안에 대한 논평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
suki@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