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침체됐던 서울 종로 낙원상가가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하며 변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버스킹 공연 증가와 음악 시장 성장으로 악기와 음향 장비 수요가 다시 늘어나자 상인들은 이를 새로운 기회로 삼아 영업 방식을 재편하고 있다. 여기에 상가 환경 정비와 문화 행사 개최 등 체험형 콘텐츠까지 더해지면서 한때 침체됐던 '악기의 성지' 낙원상가가 다시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낙원상가는 최근 상권 환경을 정비하며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한때 복도 곳곳에 방치돼 있던 적재물과 쓰레기가 치워지고 그 자리에 벽화와 휴식을 위한 간이 의자가 설치됐다. 그동안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호객 행위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복도가 정돈되면서 상인과 방문객의 동선이 보다 쾌적하게 확보되는 등 상권 자정 노력의 성과가 현장에 반영된 모습이다.
대중의 음악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공연 문화가 활성화된 점도 낙원상가 수요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대중음악 티켓 판매액은 2024년 약 7억6000만원에서 지난해 약 9억8200만원으로 약 29% 증가했다. 대중음악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고 거리 버스킹 공연이 늘어나면서 악기와 음향 장비를 구매하려는 방문객들이 낙원상가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인들 역시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낙원상가에서 30년째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는 한 상인은 "코로나19 시기에는 방문객이 크게 줄어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거리 버스킹이 다시 늘면서 음향 장비를 찾는 손님들이 많아졌다"며 "기타나 피아노 같은 악기를 직접 확인하려는 가족 단위 방문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상권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상인들의 조직적인 움직임도 낙원상가 체질 개선의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존에는 임의 단체 성격의 번영회가 중심이었지만 2년 전 공식 상인회로 인가를 받으면서 상가 전체를 아우르는 활동이 가능해졌다. 상인회 관계자는 향후 오프라인 방문객 유입을 늘리기 위한 자체 기획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해 개최된 대규모 행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열린 '기타쇼낙원 2025'는 악기 전시와 팝업스토어, 라이브 공연, 플래시몹 등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를 통해 많은 방문객을 끌어모았다. 오프라인 공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음악 체험'을 강조하면서 단순한 상업 시설을 넘어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인들은 소비 패턴 변화 속에서도 낙원상가가 가진 상권 경쟁력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매장에서 악기를 확인한 뒤 결제는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소비 형태도 늘어나고 있지만 상인들은 이를 오프라인 방문 유입이 유지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한 상인은 "예전 호황기만큼은 아니지만 방문객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온라인 시장이 커졌더라도 전국에서 다양한 악기가 한곳에 모여 있는 종합 악기 상가는 낙원상가뿐이기 때문에 이곳의 가치는 쉽게 대체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낙원상가와 같은 오프라인 상권을 찾는 이유로 체험을 통한 심리적 만족감을 꼽았다. 온라인 구매는 편의성 측면에서는 강점이 있지만 공간 경험이 제공하는 감정적 만족을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들이 한 공간에 전시돼 있는 환경을 접하면 소비자들은 마치 보물창고에 들어온 것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며 "소비자가 공간을 체험하는 과정에서 얻는 만족감이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상권을 찾는 수요는 일정 부분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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