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연료 구매 상한제 실시…베트남, 수입 석유에 일시적 무관세
캄보디아, 연료 사재기 자제 촉구…파키스탄, 불법 비축·가격조작 엄벌
(서울·자카르타=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손현규 특파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에너지 운송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원유 수급난이 악화하자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최근 휘발유 등을 미리 쌓아두는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자 방글라데시에서는 연료 구매 상한제를 시행했고, 베트남 정부는 수입 연료에 부과하는 관세를 일시적으로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국영 방글라데시석유공사(BPC)는 전날부터 대부분의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대상으로 연료 구매 상한제를 시행했다.
오토바이 운전자의 경우 한 번에 연료탱크당 최대 2L(리터)의 연료만 살 수 있다.
인구 1억7천만명인 방글라데시 당국은 석유와 가스 수요량의 약 95%를 수입하는 상황에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발발하자 이 같은 조치를 했다.
방글라데시 당국의 연료 구매 상한제 발표 직후에도 수도 다카에 있는 많은 주유소에서는 연료를 미리 사두려는 이들이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타고 몰려들어 장사진이 연출됐다.
오토바이 운전자 알 아민(45)은 AFP에 "2리터 연료를 구매하는 데 1시간 30분 걸렸다"며 "오토바이 연료 탱크에 8리터가 들어가고 보통 1주일에 한 번 주유했는데 이제는 연료 구매 상한제 때문에 모레 또 주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차 운전자인 라훌 아민은 "10리터밖에 주유할 수 없었는데 정부가 최소한 (연료 탱크에) 가득 주유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앞서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란은 전 세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했다.
이 때문에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는 최근 연료 수급난을 우려해 사재기 현상이 벌어졌다.
지난 7일 저녁 방글라데시 남서부 쿨나주 제나이다 지역에서는 20대 남성이 주유 중 주유소 직원과 언쟁을 벌이다가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연료 수급난이 이어지면서 방글라데시에 있는 6개 비료공장 가운데 5곳은 이달 18일까지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고 업계 관계자가 AFP에 전했다.
방글라데시뿐만 아니라 다른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급등한 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하다.
베트남 정부는 가장 많이 팔리는 휘발유 가격이 최근 리터당 1.03달러(약 1천537원)로 21%나 치솟자 다음 달 말까지 유효한 긴급 대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베트남 재무부는 전날 성명을 내고 국내 시장 안정화와 국가 에너지 안보를 위해 일부 수입 석유 제품에 최대 20%까지 부과하던 관세를 0%로 인하하는 법령 초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이 지속되고 호르무즈 해협이 계속 봉쇄되면 국제 시장에서 대체 공급원이 부족해져 (원유) 가격 상승의 위험도 커질 것"이라며 "이번 조치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원유) 공급원을 확보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트남 정부는 다음 달 말까지 일부 석유 제품에 관세를 철폐할 경우 국가 수입이 3천900만달러(약 581억3천만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캄보디아에서도 전날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09달러(약 1천624원)까지 치솟으면서 사재기 현상이 일어났고, 정부는 연료를 과도하게 저장하면 화재 위험이 있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파키스탄은 최근 연료 공급 차질에 대비해 석유 비축량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불법으로 연료를 비축하거나 공급을 조작하면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석유의 대부분을 수입하며 그 중 거의 절반가량을 호르무즈 해협으로 들여오는 인도도 큰 타격을 입은 국가 중 하나라고 짚었다.
최근 미국 재무부는 인도 기업이 30일 동안 한시적으로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노무라 홀딩스 소속 이코노미스트인 소날 바르마는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 가격은 웃돈이 붙었기 때문에 (할인된 2월 가격보다) 저렴하지 않다"면서 "공급 부족 상황을 고려하면 (지금은) 원유 확보 자체가 구매 가격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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