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한스경제 신희재 기자 |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의 간판 양효진(37)은 8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은퇴식 후 기자회견 도중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19년 간의 현역 생활 중 하이라이트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그동안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양효진은 고민 끝에 특정한 순간을 짚는 대신 그간 선수 생활을 보내면서 품었던 마음가짐을 털어놨다. 그는 "신인 때부터 항상 목표를 세웠다"며 "첫 시즌을 마치고 시상식장을 간 후에는 상을 많이 받아서 기록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그 다음엔 최고연봉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내달렸다. 이후엔 최우수선수(MVP)가 목표였다"고 고백했다.
거침없이 나아가던 양효진은 선수 생활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를 종착지로 정했다. 그는 "목표를 다 이룬 후에는 내가 팀에 좀 더 도움이 되고, 팬들이 봤을 때도 인정할 수 있는 선수가 됐으면 했다. 그때부터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기분 좋게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007년 프로 데뷔 때부터 현대건설에서만 뛴 양효진은 이날 페퍼저축은행과 정규리그 마지막 홈 경기(1-3 패)를 마친 후 3084명의 관중 앞에서 작별을 알렸다. 그는 V리그에서 남녀부 통틀어 통산 최다 득점(8392점)과 최다 블로킹(1744점) 기록을 동시에 보유한 미들블로커다. 17시즌 연속 역대 최다 올스타 선정 기록과 함께 정규리그 MVP 2회, 챔피언결정전 MVP 1회로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소속팀에서 3차례 챔프전 우승을 경험했고, 대표팀에서도 3차례 올림픽에 출전해 한국 여자배구 전성기를 이끌었다.
4년 전부터 은퇴를 고민했던 양효진은 구단과 김연경 등 지인의 만류로 계획보다 한 시즌을 더 뛰었다. 그는 올 시즌도 토종 득점 1위(446점)에 올라 정상급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이날 양효진과 같은 포지션에서 맞대결한 일본 국가대표 출신인 시마무라는 "같이 경기하면 상대로 만나기 싫은 선수였다. 알고도 막지 못해 짜증이 날 정도였다"면서도 "그만큼 기술적인 면에서 따라 하고 싶은 게 있었다. 은퇴식 전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같이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고 치켜세웠다.
은퇴식에는 신영석, 김연경 등 배구계 스타들이 직접 현장을 찾았다. 이다현, 황연주, 한유미 코치 등이 영상을 통해 축하 인사를 남겼다. 김연경은 양효진을 향해 "잠깐의 노력은 쉽지만, 꾸준한 노력은 어렵다. 꾸준한 노력이 지금의 양효진을 만들었다"며 "많은 분이 양효진을 코트에서 보내는 걸 아쉬워하겠지만, 웃으면서 응원해 줬으면 한다. 제2의 인생도 응원한다. 건강하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바란다"고 덕담했다. 행사 막바지에는 등번호 14가 영구결번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정규리그 2위가 유력한 현대건설은 봄배구에서 통산 4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현장에서 만난 구단 관계자는 팀 분위기가 “양효진 중심으로 우승을 위해 똘똘 뭉쳤다"고 귀띔했다. '라스트 댄스'에 나서는 양효진은 "남은 시즌을 잘 해보고 싶다. 정상의 자리까지 갈 수 있도록 최대한 열심히 해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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