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석주원 기자 | 구글이 지난 4일(현지시간) 플레이 스토어 수수료를 현재 30%에서 최대 15~20%로 낮추기로 하면서 모바일게임 업계 비중이 높은 국내 게임업계에도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
구글은 에픽게임즈와의 반독점 소송을 마무리하는 합의의 일환으로 안드로이드 앱마켓 플레이 스토어의 기본 수수료(서비스 수수료)를 기존 30%에서 20%로 낮추고 일부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가입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15%까지 인하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구독형 서비스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10%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EU·영국에서는 오는 6월 말까지 새로운 수수료 체계를 우선 적용하고 호주는 9월, 한국과 일본은 12월 31일까지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일정이다. 구글은 이번 수수료 인하 정책을 내년 9월까지 전 세계로 확대 적용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제시했다.
새로운 수수료 구조에서 개발사가 구글 결제(Google Play Billing)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하면 20% 기본 수수료에 5% 추가 요율이 붙고 외부 결제나 자체 결제를 도입하면 이 5%는 부과하지 않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기존에는 결제 1000원당 300원을 구글이 가져가고 700원이 개발사 몫이었지만 새로운 수수료율이 적용되면 200원을 구글에 내고 800원을 가져가게 된다. 특정 프로그램 참여나 새 설치분에 대해서는 5% 추가 요율이 적용돼 개발사가 850원을 가져가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 애플, 해외는 수수료 인하…국내는 그대로
양대 앱마켓 중 하나인 앱스토어를 운영하는 애플은 해외에서는 이미 여러 단계의 부분적인 수수료 인하 프로그램을 전 세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6월 EU ‘디지털시장법(DMA)’ 대응 과정에서 애플은 유럽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앱스토어 내 결제 수수료를 최대 30%에서 10~20% 수준으로 낮추고 외부 결제와 외부 앱 마켓을 허용하는 복수의 수수료 체계를 내놓았다.
EU 집행위는 애플이 앱 내부에서 외부 결제 수단을 안내하지 못하도록 막은 ‘안티 스티어링’ 조항이 DMA 위반이라며 5억유로(약 8600억원) 벌금을 부과했고 애플은 이를 피하기 위해 수수료 체계 전면 재편에 나섰다. 미국에서도 반독점 소송과 집단소송 압박이 이어지며 규제 대응 차원의 요율 인하·대체 결제 허용이 병행되고 있다.
그러나 애플의 수수료 인하 정책이 한국에서는 아직 적용되지 않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21년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세계 최초로 구글과 애플의 자체 결제 강제를 금지했다. 문제는 법안이 ‘외부 결제 수단 허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수수료 상한을 직접 규제하지는 않았다.
애플은 이 틈새를 이용해 한국 앱스토어에서도 외부 결제를 허용하되 여전히 개발사에 26%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스토어킷 외부 결제 권한(StoreKit External Purchase Entitlement)’을 운영 중이다. 애플 개발자 문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서드파티 결제 사업자를 쓰는 앱은 사용자 결제액(부가세 포함)의 26%를 애플에 커미션으로 내야 하며 결제 처리와 세금 신고 등은 개발사가 떠안는다.
규제 강도 차이도 크다. EU DMA는 위반 시 전 세계 연간 매출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한국의 ‘인앱결제 금지법’ 위반 과징금 상한은 국내 관련 매출의 2% 수준에 그친다. 한국 방송통신위원회는 애플의 외부 결제 방해 행위에 대해 205억원 과징금을 예고했지만 글로벌 매출 규모를 고려하면 EU 제재에 비해 재정적 압박은 상대적으로 낮다.
이런 규제·제재 환경 차이 때문에 애플은 EU를 중심으로는 요율을 크게 내리면서도 한국에는 최소한의 시정(26% 외부 결제 커미션)만 도입한 채 30% 기본 수수료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 증권가, 넷마블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아
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 시장은 약 60%가 모바일게임이 차지하고 있으며 OS별로는 안드로이드 비중은 약 70.2%로 집계됐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행한 ‘2024년 앱마켓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앱 개발사들의 앱마켓 매출 비중도 구글 플레이가 67.5%로 가장 높고 애플 앱스토어 28.2%, 원스토어 2.9%, 갤럭시 스토어 1.5% 순이었다.
국내 증권가는 일제히 넷마블을 구글 수수료 인하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지목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넷마블은 국내 게임사 중 구글에 납부하는 수수료 절대 규모가 가장 크고 매출의 90% 이상이 모바일, 70% 이상이 인앱결제에서 발생해 구글 수수료 인하의 이익 증가 효과가 가장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넷마블은 작년 2조8351억원의 매출과 352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영업비용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건 2523억원의 지급수수료다. 미래에셋증권은 구글의 수수료 인하를 통해 넷마블이 올해 약 300억원, 내년에는 1000억원의 지급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자체 결제 비중도 높이고 있어 넷마블의 영업이익률은 지속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엔씨소프트도 작년 매출의 53%인 7944억원이 모바일게임에서 발생해 앱마켓 수수료 인하 효과가 큰 기업으로 꼽힌다. 엔씨소프트는 ‘아이온2’ 출시 전부터 자체 결제 서비스를 도입해 결제 수수료 감면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리니지M’ 등 기존 모바일게임은 여전히 모바일 결제 비율이 높은 편이다.
컴투스와 카카오게임즈 역시 모바일 매출이 큰 기업으로 앱마켓 인하의 직접적인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컴투스는 매출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주력 IP ‘프로야구’ 시리즈와 ‘서머너즈 워’ 시리즈가 모두 모바일로 서비스되고 있는 만큼 수수료 인하 혜택이 큰 기업에 속한다. 카카오게임즈도 작년 매출의 75%가 모바일게임에서 발생했다.
◆ 앱마켓 수수료 경쟁 본격화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주류는 여전히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이지만 국내 안드로이드 앱마켓인 원스토어와 삼성 갤럭시스토어도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원스토어는 자체 20% 수수료, 소규모 개발사에 대해서는 10%까지 낮춰주는 정책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개발사를 유치하고 있으며 갤럭시스토어 역시 할인 쿠폰 제공과 공식 제휴 등 이벤트로 이용자를 유혹하고 있다.
이번 구글의 수수료 인하 정책이 국내에 정식으로 적용된다면 기존에 원스토어나 갤럭시스토어가 제공하던 낮은 수수료 정책은 사실상 경쟁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원스토어나 갤럭시스토어가 개발사에 어떠한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다만 이러한 앱마켓의 수수료 인하 정책이 대부분 게임사의 이익으로 흡수되고 이용자들에게는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앱마켓의 수수료율 인하가 실질적으로 게임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기 위해서는 단순히 게임사의 수익성 제고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며 ”게임사의 비용 지출이 감소하는 만큼 완성도 높은 게임 개발과 서비스 품질 개선에 재투자가 이뤄져야 국내 게임 시장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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