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사법부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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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사법부의 한계

일요시사 2026-03-09 12:51: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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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원이 흔들리고 있다. 사법개혁과 관련한 법안이 잇따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입법부가 사법부를 잡아먹는 모양새다. 사법부의 수장은 사퇴 갈림길에 서 있다. 말 그대로 사법부 수난 시대다.

‘조희대 코트’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집권여당은 입법으로 한번, 말로 또 한 번 사법부를 때리고 있다. 궁지에 몰린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민과 대통령에게 읍소하고 있지만 반향은 없는 상태다. 사방이 훤히 뚫린 벌판에서 우산 없이 비를 맞는 형국이다.

대통령 판결

지난달 28일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법관 증원법은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26명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법안 공포 후 2년이 지난 시점부터 매년 4명씩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증원된다.

국민의힘은 대법관 증원 시 이재명 대통령이 최대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한다는 점을 거론하며 정치적 편향성을 우려했다. 대법관들이 임명권자의 의중을 따르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진행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는 범여권 정당의 종결 동의 투표로 힘을 쓰지 못했다.

대법관 증원법의 국회 통과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추진해 온 ‘사법개혁 3법’ 입법이 마무리됐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26~27일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 재판소원제 신설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등을 일방 처리했다.

법 왜곡죄는 판·검사가 법을 왜곡해 적용할 경우 10년 이하 징역형 등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야권과 법조계는 법 왜곡죄의 처벌 조항이 모호해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반하고 판·검사에 대한 겁박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반대했다.

법원 재판을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심판 대상에 포함하는 재판소원제도 국회 문턱을 넘었다. 재판소원제는 법원에서 확정된 재판이 ▲헌법·법률을 위반했거나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헌재 결정에 반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을 경우 소송 당사자가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대법원은 재판소원제가 사실상 ‘4심제’로 기능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판사의 잘못된 소송 지휘로 소송 당사자의 기본권이 침해됐을 때 구제받을 장치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는 헌재의 업무인 헌법재판의 영역이라 4심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위헌도 아니라는 것이다.

사법부 관련 입법을 마무리한 민주당의 화살은 이제 조 대법원장을 향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해야 한다며 사퇴 요구까지 나왔다. 전방위에서 압박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3일 출근길에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사법개혁 3법의 국회 통과에 관해 “국회 입법 활동을 전적으로 존중한다”면서도 “국민에게 해가 되는 내용은 없는지 마지막까지 심사숙고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고 개선해 나가야 하는 점에는 동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 대법원장은 민주당이 사법부 불신을 명분으로 개혁을 추진하는 부분은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일부에서 사법개혁을 하는 이유가 국민의 신뢰도가 낮아서라고 하고 있다”며 “근래 세계 여러 나라, 심지어 국제기구에서도 대한민국 사법부를 배우려 하고 우리와 교류 협력할 것을 적극 요청하고 있다. 그 이유가 어디 있겠나”라고 설명했다.

사법개혁 3법 국회 본회의 통과
조희대, 출근길 작심 발언 토로

조 대법원장은 이례적으로 구체적인 수치까지 거론했다. 최근 갤럽 등 여론조사기관의 신뢰도 조사 결과 미국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는 35%에 그친 반면 우리나라는 47%를 기록했다는 점을 언급한 뒤 “(사법부가) 더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는 국민의 기대 수준이 반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객관적 지표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에 발언에 여당은 ‘사퇴 공세’로 답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조 대법원장의 출근길 발언 다음 날인 지난 4일 “사법개혁에 대한 저항군 우두머리 역할을 하는 것인가”라며 “사퇴도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 거취를 표명하기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 수장으로서 무능·무지할 뿐만 아니라 국민 정서에도 반한다”며 “12·3 비상계엄 내란 때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서울서부지법 폭동이라는 초유의 사건 발생에 법원행정처장을 보냈다”고 비판했다.

국회에서 조 대법원장의 탄핵을 논의하는 세미나도 열렸다. 범여권 의원 모임인 공정사회포럼이 ‘조희대 탄핵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주제로 세미나를 주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에서 다수 참석했다.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조 대법원장 체제를 거론하면서 “이렇게 되면 사법개혁도 어렵고 무엇보다 내란 청산이 아주 어려워지는 상황에 처한다”며 “돌파구를 찾으려면 대법원장을 탄핵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 후보에 대한 파기환송 판결 이후 국회에서 조 대법원장이 물러나야 무너진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며 “이 자리가 결실을 맺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집권여당의 ‘사법부 흔들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법부의 독립성을 입법부가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의 공세가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 이후 거세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5월1일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의 항소심 무죄를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조기 대선이 치러지기 한 달 전에 나온 판결이었다.

물리적 시간 부족으로 대선 전까지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 확정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없었지만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한 선고가 180도 뒤집혔다는 점에서 논란이 촉발됐다.

무엇보다 20대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끊임없이 따라붙던 사법 리스크가 또 한 번 이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족쇄로 작용했고 그 결과 자격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파기환송심은 중단됐다. 재판을 담당한 서울고법은 헌법 제84조(대통령 불소추특권)에 따른 조치라면서 사실상 재판을 무기한 연기했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헌법84조의 해석을 두고도 상당 기간 갑론을박이 있었다.

거센 공세

조 대법원장은 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염두에 두고 ‘심사숙고’ 등의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생각이다. 민주당은 더 나아가 법조인이 퇴직한 후 3년 동안 변호사로 활동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도 준비 중이다. 2차 사법개혁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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