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군 길상면 정족산 자락에는 한국 불교의 오랜 숨결이 깃든 전등사가 자리한다.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삼랑성 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1600년 넘는 세월을 버텨온 고찰의 장엄한 위용이 드러난다. 전등사가 처음 세워진 시기는 고구려 소수림왕 11년인 서기 381년으로 기록돼 있다. 당시 진나라에서 건너온 아도 화상이 이곳에 터를 잡고 ‘진종사’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그 시작이었다. 아도 화상은 강화도를 거쳐 신라에 불교를 전파한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전등사 풍경 / 강화군 문화관광 홈페이지
이후 고려 시대를 거치며 사찰은 왕실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았다. 고려 왕실은 삼랑성 안에 임시 궁궐인 가궐을 짓고 진종사를 대대적으로 중창했다. 현재의 이름인 전등사로 불리게 된 것은 충렬왕 시절이다. 당시 정화궁주가 사찰에 귀한 경전과 함께 옥등을 시주했는데, 이를 계기로 ‘불법의 등불을 전한다’는 의미의 전등사라는 명칭을 얻게 됐다. 조선 광해군 때인 1614년에는 큰 화재로 건물이 모두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으나, 지경 스님을 필두로 재건에 힘써 1621년 다시 옛 모습을 되찾았다.
전등사 / 강화군 문화관광 홈페이지
경내로 발길을 옮기면 보물로 지정된 대웅보전의 단아한 곡선이 눈에 들어온다. 화려한 단청보다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나무의 질감이 방문객에게 편안함을 준다. 대웅전 처마 밑에 조각된 독특한 나녀상은 전등사만의 소박한 이야기를 전하고, 약사전과 범종 역시 정교한 조형미를 뽐낸다. 이곳은 신앙의 공간인 동시에 역사의 보고이기도 하다. 조선왕조실록을 안전하게 보관했던 정족산 사고가 경내에 위치해 있어 민족의 기록 문화를 지켜낸 상징성을 더한다.
삼랑성 / 강화군 문화관광 홈페이지
동문 근처에는 전등사가 호국불교의 진원지였음을 보여주는 양헌수 승전비가 세워져 있다. 이는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을 물리치고 나라를 지켜낸 양헌수 장군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1873년에 건립됐다. 외세의 침략에 맞서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선조들의 결연한 의지가 사찰 구석구석에 스며 있다. 사찰 주변을 감싸는 울창한 숲과 견고한 성곽길은 사계절 내내 각기 다른 풍경을 자아내며 오가는 이들에게 깊은 안식처가 되어준다.
전등사의 관람료는 2023년 5월부터 폐지돼 누구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다만 주차장을 이용할 경우 별도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전등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소형차는 3000원, 대형차는 8000원의 주차 요금을 현금이나 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 번잡한 도심을 잠시 벗어나 역사의 결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강화도의 낮은 성벽 안 전등사는 변함없는 평온함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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