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게 살해된 여성이 지난해 최소 137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살인미수 등으로 목숨을 건진 여성도 최소 252명으로 집계됐다.
9일 한국여성의전화가 여성의날을 맞아 발표한 ‘2025년 분노의 게이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수치가 확인됐다. 보고서는 언론 보도에 기반한 집계인 만큼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게 살해된 여성은 최소 137명으로 약 22.5시간마다 1명의 여성이 살해 위험에 처해 있었다. 여기에 자녀·부모·친구 등 주변인 피해까지 포함하면 전체 피해자는 최소 673명으로 늘어난다. 이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13시간마다 1명꼴로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여성의전화는 주변인 피해를 친밀한 관계 내 폭력 사건 과정에서 가족이나 지인, 경찰 등 제3자가 함께 살해되거나 폭력에 노출되는 경우로 설명했다. 실제로 전체 피해자 673명 가운데 284명(42.2%)은 가족·지인·경찰 등 주변인이었다. 가정폭력 상황에서 자녀가 함께 피해를 입는 사례도 포함됐다.
일면식 없는 남성에 의한 여성 살해 사건은 94건으로 집계됐다. 또 전체 피해자 가운데 12.8%(86명)는 이미 보호조치를 받고 있거나 경찰에 신고한 상태였음에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연령별로 보면 피해는 특정 세대에 집중되지 않고 전 연령층에 걸쳐 나타났다. 살해 및 살인미수 피해자 389명 가운데 연령이 확인된 256명을 분석한 결과 30대가 52명(20.3%)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20대 48명(18.7%), 40·50대 각 45명(17.6%), 60대 35명(13.7%) 순이었다.
범행 장소는 피해자의 거주지가 30.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차량 내부 등 이동 공간이 27.2%를 차지했고 가해자의 거주지와 호텔, 주차장 등 기타 장소가 21.4%로 뒤를 이었다. 친밀한 관계 내 폭력이 일상적 생활공간 전반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성의전화는 매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전후해 전년도 여성폭력 실태를 담은 ‘분노의 게이지’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 역시 지난해 한 해 동안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토대로 작성됐다.
장기 추이를 보면 피해 규모는 더욱 뚜렷하다. 여성의전화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 살해는 최소 1697명으로 집계됐다. 살인미수를 포함하면 4002명, 주변인 피해까지 더하면 5096명에 이른다.
여성의전화는 친밀한 관계 내 여성살해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포괄적 통계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지난해 12월 성평등가족부가 ‘2025년 여성폭력 통계’를 통해 친밀한 관계에서의 살인·치사·폭력 현황을 발표했지만 대상 관계가 전·현 배우자(사실혼 포함)와 전·현 애인으로 한정돼 있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여성의전화는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을 더 이상 사적 갈등이나 개별 사건으로 방치해선 안 된다”며 “이는 국가가 개입하고 책임져야 할 중대사안이자 여성의 생명권과 인권을 침해하는 구조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교하고 포괄적인 여성살해 통계를 구축하고 관련 법안을 신속히 제·개정하며 피해자 보호조치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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