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국방장관 "파키스탄은 약한 아프간 정권 세워 압박하길 원해"
(자카르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이 열흘 넘게 무력 충돌 중인 파키스탄과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장기전을 치를 준비가 돼있다고 경고했다.
9일(현지시간) EFE 통신 등에 따르면 모하마드 야쿠브 무자히드 아프간 국방부 장관은 최근 자국 매체 톨로뉴스와 인터뷰에서 탈레반 지도부는 파키스탄과의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며 10년이 걸리더라도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프간 수도) 카불이 공격받으면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도 공격받을 것"이라며 "카불에서 사람들을 죽이고 도시를 파괴하고도 자신들이 안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무자히드 장관은 또 양국 국경선인 '듀랜드 라인'을 언급하면서 파키스탄이 가상의 국경선을 인정받으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천600km 구간에 달하는 듀랜드 라인은 1893년 영국령 인도와 아프간 군주 사이에 체결된 협정에 따라 그어진 국경이다.
파키스탄은 듀랜드 라인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국경이라고 주장하지만, 과거 아프간 정부나 현재 탈레반 정권은 당시 협정이 강압으로 체결돼 항구적인 국경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양국은 탈레반이 2021년 미국 철수 후 아프간을 재장악한 이후에도 국경 일대에서 크고 작은 충돌을 빚었다.
무자히드 장관은 파키스탄이 자국에 경제력을 의존하고 군사력도 약한 아프간 정권을 원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파키스탄은 아프간에 약한 정부를 세워 원할 때마다 의존성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며 자국민들에게 단결을 촉구했다.
다만 무자히드 장관은 카타르,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중재하던 휴전 협상에 파키스탄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지만,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아프간 국민과 정권은 파키스탄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적대감을 원하지 않고 모든 문제가 대화로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파키스탄과 아프간의 무력 충돌이 열흘 넘게 이어지면서 양국 군인들의 피해도 계속 늘고 있다.
아타울라 타라르 파키스탄 정보부 장관은 지금까지 아프간 군인 사망자 수가 527명으로 늘었고 부상자도 755명이라고 밝혔으며, 아프간 탈레반 정권은 파키스탄 군인 250명이 숨지고 100명 넘게 다쳤다고 주장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아프간 민간인 56명이 사망했으며 이들 가운데 절반이 어린이라고 밝혔다.
또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양국의 이번 무력 충돌로 피난민은 아프간에서 11만5천명이, 파키스탄에서 3천명이 각각 발생했다.
이번 무력 충돌은 파키스탄이 지난달 22일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파키스탄탈레반(TTP) 등의 근거지를 먼저 공격하자 나흘 뒤 아프간이 보복 공습에 나서면서 발생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최근 자국에서 잇달아 발생한 폭탄 테러가 아프간에 기반을 둔 세력의 지시를 받은 무장단체의 소행으로 판단하고 보복 조치를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도 파키스탄군은 TTP 지도부를 겨냥해 아프간 수도 카불을 공습했고, 아프간 탈레반군이 보복 공격에 나서면서 양측에서 70여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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