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개막하며 전 세계 야구 팬들의 관심이 다시 야구장으로 향하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9일 오후 7시 호주와 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르며 8강 진출 여부를 가르게 된다.
김도영, 이정후, 오타니 쇼헤이, 마이크 트라웃 등 세계적인 스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경쟁하는 동안 스포츠 산업에서는 또 다른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바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스포츠 콘텐츠 기술 경쟁이다.
글로벌 스포츠 콘텐츠 기술 기업 WSC Sport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스포츠 미디어 산업의 핵심 변화로 ‘AI 기반 하이라이트 영상’을 지목했다. 긴 경기 전체를 시청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결정적인 장면만 소비하는 콘텐츠 흐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야구는 전통 스포츠라는 이미지와 달리 기술 도입이 활발한 종목으로 평가받는다.
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세이버메트릭스는 이미 구단 운영과 경기 전략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았다. 영화 ‘머니볼’로 널리 알려진 이후 스포츠 데이터 분석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방송 기술에서도 야구는 선도적인 사례로 꼽힌다. 메이저리그는 2002년 스포츠 리그 최초로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MLB.TV’를 도입했고, 2015년에는 타구 속도와 발사각 등을 분석하는 Statcast 시스템을 적용했다. 한국 프로야구 역시 2024년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을 1군 경기에서 도입하며 기술 기반 운영을 확대했다.
최근에는 AI가 스포츠 콘텐츠 제작 영역까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야구는 경기 수가 많은 스포츠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팀당 162경기를 치르며 한 시즌 동안 약 2400경기가 열린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장면이 발생하지만 모든 장면을 사람이 직접 편집해 콘텐츠로 제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스포츠 미디어 업계가 AI 기술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는 경기 영상을 분석해 홈런, 삼진, 결정적인 수비 같은 주요 장면을 자동으로 식별하고 하이라이트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 제작된 영상은 소셜미디어, 모바일 앱, 스트리밍 플랫폼 등을 통해 즉시 배포된다.
콘텐츠 소비 방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경기 전체를 시청하는 대신 짧은 영상 중심으로 스포츠를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결정적인 순간’ 중심의 숏폼 콘텐츠가 팬들의 주요 시청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이저리그는 이미 AI 기반 개인화 콘텐츠 기능을 도입했다. 팬이 응원하는 팀이나 선수를 설정하면 해당 선수의 경기 장면을 자동으로 편집해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 기능 도입 이후 MLB 앱의 일일 트래픽은 2024년 대비 약 18% 증가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아시아 야구 시장에서도 AI 콘텐츠 활용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대만 방송사 CSTV는 WSC Sports와 협력해 프로야구(CPBL) 퉁이 라이온즈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을 AI로 자동 제작하고 있다.
AI는 경기 화면을 분석해 선수, 팀, 플레이 유형별로 영상을 자동 분류한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타깃을 겨냥한 여러 유튜브 채널에 맞춤형 콘텐츠를 동시에 배포하는 방식도 가능해졌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기술이 향후 스포츠 팬덤 마케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WBC 같은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는 새로운 기술 도입을 가속하는 계기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ESPN 디지털 비디오 콘텐츠 부문 관계자는 AI와 자동화 기술이 콘텐츠 제작 속도와 생산량을 크게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화 기술과 사람의 창의적인 기획이 결합될 때 콘텐츠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분석이다.
이번 2026 WBC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경쟁뿐 아니라 스포츠 콘텐츠 산업에서 AI 기술이 어떤 변화를 만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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