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웅익 더봄] 모두를 위한 디자인과 거리가 먼 유니버설디자인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손웅익 더봄] 모두를 위한 디자인과 거리가 먼 유니버설디자인

여성경제신문 2026-03-09 10:00:00 신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캐나다 롭슨광장의 계단과 경사로 /그림=손웅익
위험하기 짝이 없는 캐나다 롭슨광장의 계단과 경사로 /그림=손웅익

그동안 여러 분야에서 유행처럼 회자되던 디자인 원칙 중에 ‘유니버설디자인’이 있다. 도시환경부터 의식주에 이르기까지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한 수많은 공모전이나 세미나가 열렸고 많은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지속적인 노력이 따라주지 못하고 있어 단편적인 성과에 그치고 있다.

그 원인은 디자이너들도 그렇고 아이디어를 집행할 행정기관에서도 유니버설디자인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지난해 안산시 평생학습과에서 주관하는 ‘장애인 평생교육 성과공유회’ 행사에 유니버설디자인을 주제로 한 특강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평소 ‘유니버설디자인’이라는 용어도 유니버설의 개념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터라 제목을 ‘함께 생각하는 배려의 디자인’으로 바꾸었다.

누가 해석했는지 모르겠지만 유니버설디자인을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라고 정의한다. 그런데 과연 모두를 만족시키는 디자인이 가능한가.

강의하러 가는 날 지하철 4호선 창동역에서 고잔역까지 몇 개 역을 거쳐야 하는지 검색해보니 39개였다. 강의장까지 가면서 지하철에서 만나는 여러 가지 불편한 디자인을 떠올려보았다. 우선 삼발이가 달린 개찰구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그 개찰구의 불편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지하철 승강장에 있는 불편한 의자 /그림=손웅익
지하철 승강장에 있는 불편한 의자 /그림=손웅익

지하철 승강장에는 손잡이처럼 볼록하게 의자 중간에 철물을 박아둔 평의자가 아직도 많다. 승객이 의자에 눕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응급 환자는 의자에 잠시 누울 수 있어야 한다. 삶에 지쳐서 앉아있기도 힘든 누군가는 잠시 누워도 된다. 눕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은 의자는 관리를 편하게 하려는 목적이 우선하는 좋지 않은 디자인이다.

언제부턴가 지하철 객실 천장에 달린 손잡이 높이가 다양해졌다. 높이를 일률적으로 높게 해두니 키가 작은 사람들이 불편하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바꾸었다. 그런데 너무 낮은 손잡이는 통로를 지나가거나 자리에서 일어날 때 얼굴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주의하지 않으면 안경이 깨질 수도 있다. 유니버설디자인의 개념이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라고 정의할 수 없는 이유이다.

나는 여름에도 냉방기를 잘 사용하지 않는 체질이다. 그런데 여름의 지하철은 거의 냉동고에 가깝다. 여름에 동태가 되기 싫어서 약냉방 칸을 찾아간다. 문제는 지하철 호선마다 약냉방 칸의 위치가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검색해보니 지하철 1·3·4호선은 4번째와 7번째 칸이 약냉방 칸이고 5·6·7호선은 4번째와 5번째, 그리고 8호선은 3번째와 4번째 칸이 약냉방 칸이다.

짐작하자면 열차의 중간쯤에 약냉방 칸을 배차하려고 한 것 같은데 호선마다 이렇게 다르니 헷갈릴 수밖에 없다. 전부 맨 앞과 뒤를 약냉방 칸으로 해두면 얼마나 찾기 쉬운가.

지하철 역사의 엘리베이터는 더 심각하다. 크기가 작고 개수도 부족하여 항상 엘리베이터 앞에는 긴 줄이 형성되어 있다. 휠체어 이용자도 많고 계단이 불편한 고령자도 많은데 여행용 캐리어를 끄는 외국인들이나 젊은 사람들이 점령하기도 한다.

'E/S 고장'이라는 안내판을 보고 지하철 역사에 전화를 한 적이 있다. E/S가 무엇을 지칭하는지 물어보았더니 당연한 걸 묻는다는 뉘앙스로 에스컬레이터가 아니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알기 쉽게 그냥 에스컬레이터라고 쓰면 되지 왜 족보에도 없는 영어 약자를 쓰느냐고 했더니 악성 민원인에게 잘못 걸렸다고 생각하는지 침묵 상태였다.

지금이라도 고치면 좋겠다고 했더니 상부에서 내려온 홍보 문구라서 공문을 만들어서 상부에 기안을 올리고 승인을 받아야 고칠 수 있다고 했다. 대략 이런 대답은 예상했었다. 대화를 더 하다가는 내 건강을 해칠 것 같아 말없이 전화를 끊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강의 장소인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 도착해서 강의장소로 가다가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내 강의 파일에 위험하고 흉측한 디자인으로 소개하는 계단이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

그 원본은 캐나다 벤쿠버의 롭슨광장에 있는데 계단과 경사로를 섞어 놓은 구조물이다. 유니버설디자인 관련 책이나 연구자료에서 흔히 볼 수 있고 관련 강의를 들으러 가면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구조물은 계단을 이용할 때도 경사로를 이용할 때도 위험하기 짝이 없는 구조물이다. 실제 이런 모양의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면 한순간도 계단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자칫하다가는 넘어지기 딱 좋게 생겼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는 실제 이 계단을 오르내려 본 적이 없고 유니버설디자인 책에 있는 사진만 보고 그대로 베낀 것이다.

사용하기 쉽고 편안하며 안전한 디자인은 사용자에 대한 존중에서 나온다는 것을 디자이너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유니버설디자인=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의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이다.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 혹은 ‘범용 디자인’이라고도 불린다.

여성경제신문 손웅익 건축사·수필가
wison777@naver.com

손웅익 건축사·수필가 

한양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오랜 기간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해 온 환경·생태 전시 설계 전문가로 코엑스아쿠아리움 부사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건축가의 여행스케치> , <건축가의 아침산책> , <작은집이야기> 등이 있으며, 일상에서 접하는 건축물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글로 풀어낸다. 점차 잊혀가는 마을과 도시의 풍경을 스케치와 글로 남기는 작업을 지속하며 도시의 기억을 기록하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Copyright ⓒ 여성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