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이라크전 끝난 이래 드물던 본격적 공격작전 개시
대혼란 재발 우려…정체불명 외국군의 이라크 정부군 공격도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지난달 28일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중동 전쟁이 시작된 것을 계기로 이라크에서 무장세력과 현지 주둔 미군 사이의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군이 이라크 내에서 현지 민병대를 상대로 공격작전을 벌이는 것은 2011년까지 벌어진 이라크전이 끝난 후로는 드문 일이었다.
WSJ에 따르면 이라크 민병대는 전쟁 발발 후 이란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소규모 드론과 로켓 공격 수십건을 시도했다.
공격 목표물 중에는 이라크 북부의 미군 기지와 영사관, 그리고 바그다드 국제공항 내의 국무부 시설이 포함돼 있었다.
이어 이달 7일에는 바그다드 소재 미국 대사관을 겨냥한 로켓 공격이 있었다.
무함마드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는 이를 "불량 단체들"의 "테러 행위"라고 규정했다.
미국은 8일 이라크 현지 민병대를 상대로 공격 작전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란 전쟁이 이웃 나라인 이라크로 확산되고 있으며 미군이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여러 해에 걸쳐 현지 무장세력과 싸우며 대규모 인명피해를 겪은 지역으로 또다시 투입되고 있다는 점을 미국이 인정한 것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국 중부사령부의 공보담당자인 팀 호킨스 해군 대령은 "우리는 '장대한 분노' 작전의 일부로 이라크에서 작전을 수행했으나, 이는 이란과 연계된 민병대 집단으로부터 공격을 당한 미군 부대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미군이 이라크 현지 무장세력을 상대로 한 공격 작전을 벌이는 것은 그간 대체로 이런 작전을 피해 온 것과는 방침이 크게 달라진 것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이라크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미군 군용기로 추정되는 항공기들이 민병대 거점들을 여러 차례 공습했다.
공습 대상 민병대 거점 중에는 바그다드 남쪽에 있는 주르프 알사카르 인근과 이라크-시리아 국경 지대의 알카임 인근이 포함됐다.
두 곳 모두 수년간 이란이 공급한 무기를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됐으며 시리아와 요르단의 미군 기지를 공격하는 발판으로 활용돼 왔다.
이달 4일 이라크 중부 바빌에서 발생한 공습으로 미국이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카타이브 헤즈볼라의 지휘관 아부 하산 알파리지와 다른 민병대원 1명이 사망했다.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파리지 사망 다음 날 성명을 내고 그가 20년 넘게 조직의 지휘관으로 활동해왔다고 밝혔다.
호킨스 대령은 미국이 이 공격을 수행했다는 정보는 없다고 말했다.
런던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에서 이라크 민병대를 연구하는 타머 바다위 연구원은 "(미국은) 이라크 내 이란 지원 기반 시설을 제거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전쟁 발발 이래 이라크 민병대를 대상으로 한 공격이 적어도 20여건 보고됐으며, 그 중 대부분은 미군 또는 그 동맹세력이 했을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이라크 민병대가 미군을 상대로 한 공격에 따른 실제 피해는 크지 않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는 이란 지원 단체들에 큰 타격을 가하려고 하고 있으며 이는 이란을 상대로 제2의 전선을 연다는 의미와 함께 여러 해 동안 미뤄온 보복을 한다는 의미도 있다는 게 분석가들의 설명이다.
WSJ는 전쟁이 길어질수록 이라크 내에서 종파간 갈등과 경제적 압력이 가중되는 와중에 석유 수출 차질까지 겹쳐 안정을 되찾아가던 이라크의 분위기가 뒤집히고 다시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달 28일 개시한 이란 상대 공습과 장기간 지속된 미국의 이라크 군사 개입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3월 2일 기자회견에서 '장대한 분노' 작전에 대해 "이것은 이라크가 아니다"라며 "끝없이 계속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란은 장기간에 걸쳐 주변 국가들 내의 무장세력들에 자금과 무기를 지원해왔으나, 이번 전쟁이 시작된 이래 친이란 무장세력들이 실제로 이란에 '보은'한 경우는 소수에 불과했다.
이라크 내 민병대가 미군 공격을 시도한 것은 레바논에서 헤즈볼라 무장 세력이 이스라엘로 로켓과 드론을 발사한 것과 더불어 그런 드문 '보은' 사례에 속한다.
중동 지역 내 다른 친이란 무장단체들은 시기를 기다리거나 보복을 피하기 위해 싸움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란과 미국은 여러 해 동안 이라크에 대한 영향력 유지를 놓고 경쟁해왔다.
이란은 같은 시아파 국가이자 이라크의 최대 이웃 나라이며, 미국도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이라크에 막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대부분의 병력을 철군했으나 정확히 규모가 알려지지 않은 일부 인원은 유지하고 있다.
그 중 대부분은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자치구역에 있는 에르빌 소재 미군기지에 배치돼 있다.
이라크 내 무장집단들은 2003년 미군 침공 후의 혼란 속에서 발생했다.
수니파 무장세력의 공격에 맞서서 시아파 지역을 방어하는 동시에 당시 이라크를 점령한 미군에 저항하려는 집단들 상당수가 이란으로부터 지원받은 무기로 미군을 공격했으며, 이로 인해 미군 병사 수백명이 숨졌다.
미국 역시 일부 민병대를 지원했다.
이어 2014년 이슬람국가(IS) 전투원들이 시리아에서 이라크로 넘어간 것을 계기로, 이들에 맞서서 시아파 민병대들과 미군과 이라크 정부군이 같은 편이 되어 싸우게 됐다.
IS를 상대로 전투를 하면서 매우 많은 민병대원들이 이라크 정부로부터 봉급을 받게 됐고, 그 중 일부는 아직도 이라크 보안군에서 공식 직책을 맡고 있다.
미국에 의해 '테러조직'으로 지정된 민병대 부대들의 경우 소속 전투원들이 원칙적으로는 이처럼 봉급을 받을 수 없도록 되어 있었으나, 실제로는 공식 인정을 받은 민병대와 이른바 '불량 집단' 사이에 겹치는 부분이 있다.
IS 상대 전쟁이 마무리된 후에 카타이브 헤즈볼라와 아사이브 알하크 등 이라크의 유력 민병대들은 이라크 정부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게 됐으며 이란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라크 북부에서 민병대 활동이 왕성하다.
이라크 정부당국은 미국과 이란 양측 모두와 관계를 유지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라크 정부는 자국 내 민병대들을 겨냥한 공격에 대해 공식적으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정부 관계자들은 사석에서 공격 주체가 미국이라는 점에는 의심할 여지가 별로 없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7일 이라크 군부는 군과 연계된 산하 민병대인 '인민동원군'(PMF)의 2개 부대가 공격을 받아 1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했다고 밝혔으나 공격 배후를 적시하지는 않았다.
지난 4일에는 나자프 시 근처의 사막에서 벌어진 교전에서 이라크 정규군이 공격을 받아 군인 1명이 숨지고 몇 명이 부상했다.
이 지역은 대규모 민병대가 있는 곳이다.
이라크 정부 공보 담당자인 바심 알아와디는 조사 임무로 파견된 이라크 부대가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외국군과 헬리콥터들'의 공격을 받았다며 이번 사건이 "이라크와 연합군 간의 신뢰를 훼손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 지휘관들이 "사건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부인했다고 덧붙였다.
이란 정부는 미군이 주도하는 다국적군 협의체에 이번 사건에 대한 공식 항의를 제출했다.
미국 중부사령부 공보담당자 호킨스 대령은 미군이 관여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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